적자생존

  • 등록 2024.11.13 13: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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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우리가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숨쉬기, 심장 뛰기, 눈 깜빡, 그리고 절하기입니다. 그렇게 인생은 매일매일 아침을 맞이하면서 시작하고 저녁에 하루를 마무리하는 나날을 보내는 것입니다.

 

100년을 산다면 36,500일을 그렇게 하면 됩니다. 어려서는 못하고 나이 들어서도 못하는 일이니 대략 20,000일 정도를 그런 수행의 마음으로 살아가면 인생은 멋지게 구성되고 완성될 것입니다.

 

 

아마도 자신의 존재를 인지하는 나이는 대략 12살로 봅니다. 그리고 노후에 5년정도 와병을 한다고 가정하고 12년을 90세에서 빼면 72년 정도를 주관을 가지고 살아야 합니다.

 

인간으로서 자기 정신을 가지고 사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어진 나날을 그냥 보내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 매일매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부모님, 조상님, 신이 내려주신 인생을 소중하고 쓰고 관리해야 합니다.

 

자신의 존재를 나타내는 모든 자료를 관리하고 후대에 물려야 합니다. 그런데 시대가 많이 변해서 가족들이 사후에 이런 물품, 물건, 자료들을 잘 보관하기 어려운 2022년이고 100세인 2057년에는 더더욱 더 보존에 대한 인식이 흐려지고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조선시대의 서책들이 지금까지 서당이나 고택에 잘 보존되는 저력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것은 토지였습니다. 한옥이었습니다. 아들, 손자, 며느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집과 전답을 제공하기에 가능한 일이라 보입니다.

 

송강 정철, 추사 김정희 선생의 생가에 가보고 알았습니다. 관리하기는 힘들다지만 드넓은 古宅(고택)과 전답이 있고 그 집에 조선시대부터 이어온 古書(고서), 각종 자료가 잘 보존되고 있습니다.

 

아들이 아버지로부터 이어받고 손자가 결혼해서 그렇게 이어오고 있습니다. 퇴계 이황 선생이 앉으셨다는 왕골로 만든 방석이 베개 모양으로 잘 보존된 것을 보고 크게 감탄한 바가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유레카[Eureka]입니다. 보존의 힘은 아들, 손자에게 이어져야 합니다. 그 보존의 힘을 이어가는 DNA는 바로 집, 토지, 사람입니다.

 

하지만 핵가족으로 살아가는 우리네 삶에서는 한 분이 돌아가시면 유품은 사라질 것입니다. 아프리카는 아마도 문자문화가 약해서인가, 노인이 한 분 돌아가시면 도서관 하나가 불에 탄 것이라는 말을 합니다. 구전되고 말로 이어지는 문화이기에 글로 적어두지 못하는 한계점을 설명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러니 우리에게 문서나 자료로 전달하고자 하는 삶의 지혜로운 보고가 한방에 사라지는 안타까움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중국의 名醫(명의) 화타(華陀, 중국 후한 말기와 위나라 초기의 명의)가 죽었다는 소식을 멀리서 듣고 제자 중 한 사람이 스승의 집으로 달려왔습니다. 역시나 화타의 아내는 남편이 죽었다고 그가 남긴 醫書(의서), 서책을 아궁이에 불 때고 있었습니다.

 

화타의 제자가 몸을 날려서 아궁이에서 불타고 있는 서책을 꺼내어 반 쪼가리를 구해냈고 그 남은 자료가 오늘의 중국 의술을 이어간다고 합니다. 아궁이가 아니라 화타의 서상에 잘 보존했다면 작금의 중국 의술은 서양, 유럽을 능가할 것이라 합니다.

 

안타까운 일은 고려청자와 조선백자의 기술이 사라지는 과정에서도 나옵니다.

 

도공들이 글보다는 구전으로 비법을 전수하다보니 제자가 힘들다 도망하거나 스승이 急逝(급서), 急死(급사)하는 경우 고급의 도자기 노하우가 한 번에 사라졌다는 이야기입니다.

 

혹자는 제자끼리 도자기 잘 굽기 경쟁을 벌이는데 힘 좋은 경쟁하는 제자가 동물의 뼈를 넣어서 도자기를 굽는 것을 이기려고 스스로 불가마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힘은 약하지만 도공으로서의 예술성이 높았을 그 제자는 하나의 도자기에 몸을 불살랐고 그 비법은 더 이상 전해지지 않은 것이지요. 그러니 노하우, 경험, 자료, 재료 등은 그것을 창조하고 만들어낸 주인공이 한동안 관리하면서 주변에 알리고 제자를 양성하고 글로 남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역사와 문화성에 대한 자부심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원효대사의 오도처에 대한 주변의 무관심도 그래서 한 번 더 강조하고자 합니다.

 

1400년전의 일이니 어떤 자료도 구하기 어렵고 있어도 고증이 어려울 것이니 이제라도 역사를 창조하고 연결하고 융합해서 그 오도처의 역사성을 살려나가야 할 것입니다.

 

지금 관리하는 자료들이 후대에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져봅니다. TV에 나오는 분중에 오래된 소주병 모으기, 창간호 책 모으기, 녹음자료 관리하기, LP판 소장 등 다양한 스토리가 나옵니다. 무엇이든 작은 것이라도 많이 모으면 자원이 됩니다. 모래알 하나둘이 쌓이고 모이면 거대한 건축물이 되는 것과 같습니다.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크곡 작은 자료들을 잘 관리해서 후대에 좋은 자료로 활용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 관리하고 손질하고 보존해야 합니다. 박신흥 전 안양시 부시장님은 흑백 카메라로 찍은 필름을 잘 보존하기 위해 한여름에 자료실에는 에어콘을 켜고 거실에서는 선풍기를 돌리신다 합니다.

 

사물은 지구상에 모두 존재합니다. 그 존재의 형태에 따라서 어떤 것은 귀하게 여기고 다른 것 대부분은 천하게 봅니다만 다함께 우주속 지구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는가를 보통 잘 알지 못할 수 있습니다. 우주선이 달에가서 운석을 가져오면 그 자체가 어떤 가치가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지구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물질이기에 귀하게 여기는 것입니다. 아시는바대로 다이아몬드, 석탁, 흑연, 연필심은 모두가 원소기호로는 C(carbon)입니다.

 

그런데 이 원소가 어떤 결합구조를 가졌는가에 따라서 석탄이 되어 뜨거운 열을 내고 연필심이 되어 글을 쓰고 다이아몬드가 되어 쇠를 자르고 여성의 손가락에서 보물로 자리하기도 합니다.

 

인간은 의식주가 해결되고 풍성해지면 귀한 보석에 관심을 갖는가 봅니다. 입고 먹고 사는 집이 마련되면 예의범절을 안다고도 합니다.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양반을 사서 양반간에 상견례를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구봉서, 배삼용 선생이 나오시고 얼마전 타개하신 송해 선생님도 코미디언으로 출연하십니다. 사실 송해 선생님은 전국노래자랑 등 국민 사회자로 유명합니다만 코미디언 시절에는 크게 두각을 보이지 않으신 듯 합니다.

 

하지만 후배를 챙기고 서민적인 풍모로 전국민 각계각층이 원하고 바라는 바를 스스로 낮춰가면서 평생을 달려오신 국민적 영웅이십니다. 그래서 최선을 다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인생에서 재수 좋은 자를 당하지 못합니다. 최선을 다하고 재수까지 좋은 분이라면 인생을 성공적으로 꾸며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

이강석 기자 stone91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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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오산#남양주 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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