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힘을 빼세요

  • 등록 2024.12.16 16:3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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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3년고개'라는 글을 읽고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다가 최근에서야 깨닫고 강의자료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노인이 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3년 고개에서 넘어져 삼년 밖에 살지 못한다는 생각에 몸져 누웠습니다. 건강하시던 시아버지가 병석에 눕자 며느리가 물었습니다.

 

 

“아버님, 어찌하여 누워만 게십니까?”

시아버지가 대답합니다.

“내가 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술에 취해서 비틀거리다가 저 3년 고개에서 넘어졌단다. 이제 3년 후에는 죽게 되었으므로 이렇게 누워있단다.”

 

며느리는 말했습니다.

“그럼 아버님 가셔서 한 번 더 넘어지시면 3년을 추가해서 더 사시겠습니다.”

시아버지가 며느리의 말을 듣자 크게 깨닫고 3년 고개에 가서 일부러 여러 번 넘어졌습니다. 그러면서 시아버지가 말했습니다.

“삼천갑자 동방삭(東方朔)은 이 고개에서 6만 번을 넘어졌다.”

 

며느리의 才致(재치)로 노인의 걱정을 해결하였습니다. 세상사를 외골수로만 생각하지 말고 다양한 방향에서 검토 분석해 보라는 이야기인듯 생각합니다.

노인이 3년고개에서 넘어지며 말한대로 중국 제나라 사람인 삼천갑자 東方朔(동방삭)은 삼년고개에서 6만번 넘어져서 180,000년을 살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대체로 3,000년을 살았다는 이야기에 무게가 실립니다.

 

본래 동방삭의 염라대왕 명부상 수명은 三十年(삼십년)이었는데 十(십)자위에 삐침 하나를 더 그어서 三千年(삼천년)으로 수명이 늘었다고 합니다. 명부를 고쳐서 수명을 늘린 것을 확인한 염라대왕은 진노하여 저승사자를 보내서 동방삭을 저승으로 데려오려 했지만 초보 저승사자들이 그를 쉽게 찾아내지 못하므로 고참 저승사자를 보냅니다.

 

그리하여 어느 마을의 개천에서 숯을 씻는 노인이 있는데 그 숯을 물에 씻어서 흰색으로 만들기 위해 매일 세척 작업을 한다고 했습니다. 소문이 퍼지고 전해져서 동방삭의 귀에까지 다다랐습니다.

경험이 풍부하여 새로운 것이라면 크게 궁금한 동방삭은 숯을 씻고 있는 노인에게 연유를 다가가 물으니 역시나 검은 숯을 씻어서 흰 숯으로 만들고자 한다 답합니다. 이에 동방삭 말했습니다.

“내가 3,000천년을 살았어도 검은 숯을 물에 씻어서 흰색으로 만든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노인으로 변장하여 숯을 씻던 저승사자가 즉석에서 돌변하여 동방삭을 잡아갔다고 합니다. 지나친 자랑은 금물인 듯 보입니다. 유단자는 절대 단증을 보이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공무원사회에 高手(고수)가 참으로 많더라는 공직 선배의 글을 최근에 읽었습니다. 솔직히 현직에 근무할 때 모든 선배 공무원이 고수인 듯 보였습니다. 업무방식과 내용을 보면 깊이가 있고 품격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1980년대 이들 선배 공직자들은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자신만이 도민을 위하고 국가를 위한다는 자부심, 자존심이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요즘 젊은 공무원들의 어깨에서 야위어가는 권위를 보면 차라리 당시의 공무원 어깨에 힘을 주던 모습을 추억하게 됩니다.

그런데 1980년대나 2022년을 이끌어가는 공무원이 어깨에 힘주면 시민이 국민이 불편합니다. 골프장에서 골프채를 잡고 어깨에 힘을 주면 골프공이 엉뚱한 곳으로 날아갑니다.

 

여성들이 싫어하는 것중 하나가 ‘남자들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라 했지만 2002년 월드컵에서 우리나라 태극 전사들이 협력작전을 구사하고 서로 격려하면서 멋진 경기를 펼쳐서 여성들이 축구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축구선수들이 개인플레이로 어깨와 발목에 힘을 주었다면 그 반대의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삼천년을 살았다는 동방삭은 그 오랜 경험과 지혜를 바탕으로 어깨에 힘주지 않고 세파에 잘 적응했다면 지금도 살고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맑은 물에 검은 숯을 수세미로 문질러서 흰 숯을 만든다는 말을 지어낸 그 노인이 저승사자인줄 모르고 고수 앞에서 “내가 삼천년을 살았지만...”이라면서 어깨에 힘을 주는 바람에 생을 마감했습니다.

 

본인이 고수인데 우리 사회에는 고수가 많다고 말하는 이가 진정한 高手(고수)일 것입니다. 골퍼 10명이 있다면 그 실력이 1등부터 10등으로 평가되듯이 공무원 20명은 필연적으로 1등 공무원부터 20등까지 승진후보자 명부로 평가됩니다.

여기에서 절대로 어깨에 힘을 주는 공무원이 명부 상위에 오르지 못한다는 사실을 골퍼나 공무원이나 모두 마음과 가슴과 자신의 어깨 위에 새겨야 합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

 

이강석 기자 stone91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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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오산#남양주 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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