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공간#우주공간

  • 등록 2024.12.18 15: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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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지난해에 모아둔 글을 꺼내어 페이스북에 올리는 일로 소일중입니다. 일기처럼 쓴 글, 언론에 기고문으로 올린 내용, 그리고 삶의 소회를 적은 단편글을 하나로 묶어서 출간을 했는데 이를 풀어내서 단락별로 복사하여 페이스북에 올리는 중입니다.

 

 

전에도 글이 길다는 후배의 애정(!) 어린 충고가 있었고 최근에 공연장에서 만난 지인도 ‘선배의 글을 읽으려면 도시락을 보내주어야 할 것 같다’는 농담을 건네기도 합니다.

 

사실 요즘 모바일 시대에는 글도 그림처럼 바라본다고 합니다. 글씨를 읽던 1960년대와 달리 2022년에는 모바일 작은 화면에 떠오른 글을 그림처럼 보고 지나가는 것이 일반적이고 그 단어와 행간을 구체적으로 상세하게 살피면서 읽는 세대는 이제 나이 70전후의 어르신들뿐인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300쪽 가량의 책의 내용을 1~2페이지로 나눠서 SNS에 올리는 일이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닌 줄 아는데 이를 우연히 만나게 되는 페이스북 친구들은 다른 분들의 글이 짧고 사진중심으로 올라오는 것에 익숙하다보니 장문의 글, 원고지 20매 이상의 분량이 통권으로 올라오는 경우에 제목을 보고는 그냥 지나가게 된다고 말합니다.

 

글을 다 읽지 않았으니 댓글을 쓰기도 쉽지 않고 좋아요를 눌러도 되는 것 인가하는 걱정을 하기도 하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상을 당했다는 글에도 슬퍼요, 조의를 표합니다 등 상용구가 없으니 보았다는 표현으로 좋아요를 크릭하게 됩니다. 이는 SNS의 세계에서는 어느날부터 상호 이해가 되는 사항이라 봅니다.

 

이처럼 장문의 글을 여러개 올리다보니 이상한 댓글, 상업성 댓글을 골라내어 삭제하라는 아내의 권유에도 삭제할 댓글이 달린 글을 찾아내는 것이 어려워졌습니다.

 

더구나 페이스북은 아마도 크릭이나 읽는 이가 많은 경우 상위로 노출되고 임의로 대거 여러 편을 올리는 경우 바닥으로 가라앉아서 더 이상 친구들이 읽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최근(2022) 김문수 위원장님(경제사회노동위원장)의 국정감사 답변 중에 과거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질문의 핵심이 되어서 설전이 벌어지고 국감장에서 퇴장하는 흔하지 않은 경우를 目睹(목도)하게 됩니다. 페이스북에서 다수가 보는 인기글이 있을 것이고, 쉬운 마음에 편하게 올린 글이 훗날에 부메랑(boomerang = 自業自得(자업자득)의 짓)이 되는 사례를 봅니다.

 

그리고 300쪽 분량의 글을 두 시간 동안 올리면서 도무지 인터넷의 세계는 우주공간과도 같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 크기도 알 수 없고 생성과정도 이해할 수 없는 우주공간에 지구와 태양계가 떠서 돌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우주가 끊임없이 팽창하고 있다는 학자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이라는 사이버 공간역시 우리가 그 크기와 존재감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최근 2022년 10월에 카카오톡 배터리 화재사고로 큰 혼란을 겪은 바 있습니다. 김희겸 전 차관등 일행 8명이 강원도 양구군을 방문하였던 바를 기록한 글에서 나타납니다.

 

<기행문 일부> 우리가 도착한 곳은 강원도 인제군 남면 무학길 46번지 수산하늘풍경입니다. 010-6381-8265/ susan140601@gmail.com/ 사무장 장명선님입니다. 수산리자작나무영농조합법인, 즉 수산하늘풍경입니다.

강원도 인제군의 산기슭의 초입에 있는 캠핑장입니다. 텐트를 치고 캠핑을 하는 젊은 부부와 아이들 팀이 있고 우리는 조금 나이든 8인의 장년들이므로 3평 정도의 최신식 건물에 짐을 풀었습니다.

 

이날 카카오톡 통신이 잡히지 않아서 아마도 깊은 산속이어서 와이파이 잡기가 어렵거나 본인의 데이터를 쓰는 것조차 연결되지 않는 疊疊山中(첩첩산중)에 와있구나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다음날에 보니 판교에 있는 시스템을 운영하는 시설 지하에서 배터리 화재가 발생하여 데이터 연결이 불량했던 것이었습니다. 작은 배터리 몇 개가 화재로 소실되자 전국적인 통신망에 차질을 빚었던 것 입니다.

 

이 사고로 인해 식당의 손님이 줄고 택시를 부르지 못하고 택시기사 사장님들은 손님이 절반으로 줄어서 큰 손실을 입었다고 합니다. 카카오톡에 일부 비용을 내는 업체는 손실보상을 요구한다 하는데 무료이용자에 대한 손해·손실 보상약관은 미비된 듯 보입니다.

 

그래서 다수의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고 정부차원에서 대응방침을 마련하였으며 마침 진행중인 국정감사장에 카카오 대표를 부르는 등 野檀法釋(야단법석)이 일었다고 합니다. 야단법석(野壇法席)이란 사전에서 ‘야외에서 크게 펼치는 설법 강좌’로 나옵니다.

 

아마도 과거에 불가에서 설법을 펼치는 행사를 하면 아주 많은 사람들이 이동하고 그 규모가 커서 후대의 사람들은 큰 일을 진행하는 경우 ‘야단법석을 한다’고 하는가 봅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개인적으로는 엄청난 자료와 데이터를 올려도 페이스북 회사에서는 비용을 청구하거나 그만 올리라는 메시지도 없이 다 받아주므로 송구한 마음이지만 나름 열심히 정리한 글을 사이버 공간으로 전파시키고 그 자료들이 마치 담배연기처럼 퍼저나간다는 상상을 하곤 합니다.

 

몇 사람이 읽어줄까 걱정을 하면서도 한 두명이라도 누군가가 이런 생각으로 이 같은 글을 쓰고 책으로 편찬하였다는 것을 알아주는 것으로 만족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페이스북에서 반드시 좋아요, 댓글을 올려야만 보신 것이 아니고 그냥 글을 읽기만하고 지나가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이를 일러 젊은이들은 ‘눈팅’이라 합니다. 자신이 다녀간 흔적 남기기를 기피하는 경우이니 크게 이해하고 찾아와 글을 보았다고 좋아요를 누른 친구는 오히려 전체글을 읽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표현없이 전문을 정독한 분들도 더러 있을 것으로 기대를 해 보는 것입니다.

 

이는 영화 실미도에서 부대를 해체하려는 국민배우 안성기에게 평양으로 달려가겠다는 열혈청년 설경구가 하는 말과 연결됩니다.

“비겁한 변명입니다!!!”

 

가끔은 좋은 글을 읽고도 정당이나 정치적 고려에 의해 좋아요를 누리지 않고 댓글을 올리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른 이들의 관점을 의식하는 바이기 때문이고 지지했던 후보와 경합을 한 상대 후보의 글에 흔적을 남기기가 조금은 우려스럽기도 하기 때문인줄 생각합니다.

 

사이버 공간은 아마도 최근에 만들어진 새로운 영역이고 이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어디에서 수익을 창출하는가 궁금하기도 합니다만 연기 나는 굴뚝산업 시대에는 그 성장과정이나 富(부)를 이룩하는 규모가 제한적이고 예측 가능했다고 봅니다.

 

반면, 요즘 사이버 공간이나 IT산업은 굴뚝이 50년간 이룩한 성과를 수년내에 추월하기도 합니다. 1년에 몇 번 뵙는 회장님께서 지난해에 1년간 1조원 매출을 올렸다고 자랑하셨습니다.

 

이분 회장님은 올해 70세로서 부산에서 공고를 나와서 서울의 어느 시장 두 평 창고로 의류사업을 하시면서 브랜드의 중요성을 강조하시고 국내는 물론 프랑스 등 의류와 관련된 여러 브랜드를 M&A(merger and acquisition/ 기업 인수 합병)를 통해 흡수하시고 대기업, 그룹을 형성하셨습니다. 전국에 수천개의 매장을 운영하신다고 합니다. 그래서 50여년에 걸쳐서 수조원의 사업을 꾸려나가시는 것입니다.

 

하지만 IT분야 젊은이들은 굴뚝 연기도 나지 않는 사무실안에서 보이지 않는 사이버공간에서 수천억, 수조원의 수익을 올리고 이를 미래지향적으로 운영합니다. 국내에서는 게임산업으로 성공해서 야구팀을 인수한 기업사례가 있고, 미국에 이민간 여성CEO가 여성축구팀을 현금으로 사들였다는 기사를 최근에 보았습니다.

 

2000년대 산업은 굴뚝을 보내고 사이버공간으로 들어왔습니다.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이룩한 부가 석탄으로 불 때서 이룩한 부를 뛰어넘고 있습니다. 지난번 경제인 모임 특강에서 세계 10대기업의 부침을 하나의 화면으로 보면서 크게 놀란 바가 있습니다.

 

즉, 한때 일본 기업이 그래프 10개 회사중 5개인가를 차지하는 시기가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일본의 환율조정 실패로 화면에서 日章旗(일장기)가 사라지고 다시 星條旗(성조기)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을 보고 또 한 번 놀랐습니다. 太極旗(태극기)가 세기 10대 기업을 표시하는 날이 곧 다가설 것이라는 기대를 해 봅니다.

 

100년 기업이 어렵다는데 역시 에디슨의 '제너럴 일렉트릭'은 1878년 설립한 이래 지금도 살아남았다는 점에서 정말로 대단한 기업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긴 세월을 버텨온 저력은 아마도 환경에 적응하고 끊임없는 혁신을 거듭한데서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

이강석 기자 stone91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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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오산#남양주 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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