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산 대황리 ▤
부부는 금요일부터 충남 서산시 팔봉면 대황2길 92번지에 귀농하신 지인 신석철·배원흠 부부의 새로 지은 집을 방문하기 위해 이런저런 준비를 하였습니다.
마트에 가서 시장을 보는데 농산물에는 전혀 눈길을 주지 않고 오로지 공산품중에 농촌 생활에 필요한 것을 찾아내었습니다. 몇가지 물건을 사서 차에 싣고 1박2일 여정을 위해 우선은 아이들 식사를 준비했습니다.
쉽게 열을 가해 먹을 수 있는 카레라이스, 김밥, 국, 반찬 등 몇가지를 준비하여 냉장하고 아침 일찍 부부는 식사를 마치고 수원시청역 전철역 농협방면 출구에 딸을 내려주고 곧바로 서해안고속도로를 향했습니다.
10여년 전에는 서산이나 당진을 가면 무조건 국도 타고 지방도 지나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내려가서 다시 가고자 하는 길로 나갔지만 요즘 대한민국의 발전으로 수원에서 서해안고속도로를 가는 길목에 새로운 고속도로가 이러저리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남쪽으로 가는듯 하다가 동으로 가서 짧은 구간이지만 다시 수원쪽으로 달려서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잠시 다른 차량 전용도로를 거쳐서 지방도에 진입합니다.
도착 10분 전쯤에서 벚꽃 터널을 만났습니다. 코로나19가 온 나라 온 국민을 힘들게 하지만 자연은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다가섭니다.
아침 8시50분에 출발하였는데 10시반 전에 도착하였습니다. 대략 90분 소요된 것 같습니다. 소요시간은 나중에 이 글을 본 아내가 수정해 줄 것입니다. 저는 운전에만 집중하고 그 소요시간이나 도착시각 등을 체크하는 일은 아내가 담당입니다.
지인 부부께서 처음 귀농하셨을때 이동식 주택과 고정식 주택이 하나씩 있었는데 이동식 몫의 건물은 길쪽에 복토를 해서 양옥으로 멋지게 지었고, 기존했던 구식의 고정식 건물은 없어지고 그 자리를 이동식 주택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서해안의 포근한 포구위에 자리한 터전은 주변에 양파 어니언스와 마늘, 갈릭의 주산지에 그림처럼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 아늑한 자리에 귀농 5년을 맞아 새롭게 집을 짓고 진입로를 내고 집 주변에 각종 채소를 심고 차분히 살아가시는 귀농 부부의 현장에서 우리 도시부부의 1박2일 귀농 현장체험의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우선은 봄철 뱀, 해충 등을 우려하여 목이 학처럼 물개처럼 긴 장화를 신었습니다. 집 주변에 무궁무진한 약쑥을 한아름 베어내어 하나둘 깔끔하게 골라낸 후에 봉투에 담아 차곡차곡 저장합니다.
점심으로 백숙을 먹고 흰 찹싹죽을 국물에 말아 먹었습니다. 점심후 다시 길을 나서 간 곳은 고사리 밭입니다. 고사리는 지구와 역사를 같이하는 아주 오래된 식물이라고 합니다.
그 부드러운 새싹이 솔솔 고개를 숙인 채 올라오고 있습니다. 몇 시간 전 비가 내려 새싹이 더 많은가 봅니다. 고사리는 허리가 부드러워서 평온하게 꼿꼿하게 올라오는데 나이든 나물캐는 봄처녀들은 허리가 아프다고 합니다.
허리가 아프다 하지만 고사리 싹을 보면 본인도 모르게 허리가 굽어지고 고사리를 따게 됩니다.
작은 순을 하나 둘 채취하여 한 웅쿰이 되고 나중에는 들고 다니가가 불편할 정도로 많아져서 허리 앞뒤를 흔들고 다니는 커다란 자루가 되었습니다. 몇시간 고시리를 따다보니 고사리 싹이 나올 만한 곳을 알게 됩니다.
약간은 그늘지고 습기가 머무는 곳에 고사리가 많이 납니다. 양지바른 곳에는 나무가 자라고 그 작은 언덕이 만든 골자기의 살짝 그늘진 곳에 고사리가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신석철 전 포천부시장님의 아내이신 배원흠 선배님의 말씀대로 고사리대를 손으로 잡고 또드득하고 끊어지는 부위를 따면 됩니다. 위쪽을 따면 소출이 나지 않고 아래쪽 단단한 부분을 꺽으면 양은 많아도 먹을 수 없는 부위라는 것입니다.
소고기, 돼지고기에서 안심, 등심, 아롱사태니 갈매기살, 목살 하면서 부위를 이야기하지만 작은 고사리 순에서도 부러지는 부위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아무리 작아도 그 몸속에 구분이 있고 제아무리 길어도 곤충은 머리, 가슴, 배로 나뉩니다. 그래서 초등학생 시험에 곤충을 3등분 하면? 답은, 머리·가슴·배 인데 초등학생의 답은 "죽는다"였습니다.
汗牛充棟(한우충동), 책을 등짐 지우면 소가 땀을 흘리고 창고에 서책이 가득하다는 마로서, 옛날 성현들이 선비가 평생 읽어야 할 책의 분량을 표현하였듯이 풍성한 양의 고사리를 따들고 돌아왔습니다.
지인은 차가 3대입니다. 남편의 검은 승용차, 아내의 흰색 승용차, 그리고 2천만원짜리 800kg 적재적량의 5~6인승 반트럭입니다. 언덕위 도로에서 많이 내려와있는 땅에 복토를 해서 집을 지었는데 그래도 3m정도 길 아래에 있습니다.
주차된 차량으로 도시에서 온 아이들이 돌맹이를 던져서 유리가 깨지고 차량 지붕에 요철이 생겨서 수리를 맡겼다 하십니다. 아이들에게 정서교육, 소양교육을 잘 지도해야 한다는 효지도사서의 사명감이 불타는 순간이었습니다.
오늘 오전 11시에 차를 찾아가라는 연락을 받으셨습니다. 우리 차에 어르신을 태우고 달려가서 내려드린 후에 잠시 기다렸지만 금방 차가 나오지 않으므로, 초행길에 초보운전자는 먼저 돌아왔습니다.
고사리와 쑥을 다듬고 있는데 건너편 바다쪽 저수지에 소방서 119가 달려갑니다. 엠블런스가 3대가 왔고 개인챠량도 3대인가 보입니다. 남자의 울부짓는 소리도 들림니다.
지인 부부의 통화내용으로 추정해 보면 연세 80에 가까운 어르신 부부가 저수지에서 호수로 물을 대시는데 물 안쪽의 후수부분을 연결하기 위해 할아버지가 들어가셔서 작업을 하시다가 여의치 않아서 되돌아 오시다가 물에 빠지셨다 합니다.
심장마비로 추정한다 합니다. 울부짓는 소리는 일시 귀농중인 아들이라고 합니다. 할아버지가 부지런하셔서 먼저 현장에 도착하여 작업을 하시다가 사고를 당하신 것 같습니다.
아들은 아버지를 30분동안 찾아내지 못하여 울부짓는 것이라 합니다. 대략 40분 후쯤에 물에 빠진 어르신을 찾아내었지만 사망하셨고 곧바로 읍내의 빈소에 모셨다 합니다.
안타까운 사건현장을 먼 발치에서 바라보면서 안전사고의 예방을 위한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손가락 끝에 가시로 찔리기만해도 아픔이 있는데 열심히 건강하게 농사일을 하시던 할아버지, 80세는 안 되신 전 이장님, 10년 넘게 이장으로서 동네에 봉사를 하신 분이라고 합니다.
다음날 동네 50호 어르신 대부분이 상가에 가셨습니다. 지인 부부도 다음날 오후 5시경에 조문을 가셨습니다.
다시 1일차로 돌아왔습니다. 저녁으로 회 한판을 뜨러 트럭을 몰고 나가셨습니다. 우리 부부는 낮에 따온 쑥을 삶고 있습니다. 새로지은 집의 외곽 조명을 밝히니 마치 경회루에 온 것 같이 환합니다.
가스불을 피워서 열심히 쑥을 삶고 나머지 열로 고사리를 데쳐서 찬물에 담가 두었습니다. 고사리, 쑥 모두 향이 강하므로 삶아내어 찬물에 담가서 약한 독성이지만 그 성분을 제거하기 위해 맑은 물에 희석해야 합니다.
저녁시간에 2부부 4인이 푸짐한 회와 매운탕, 밥, 상추, 깻잎, 돌미나리, 김치, 그리고 마늘채 등 다양한 반찬을 한가득 차려놓고 술한잔을 나누면서 아주 오래된 이야기를 회고합니다.
1975년도 나오고 1977년도 있고 1979년에 만난 인연의 이야기도 재미있습니다. 그렇게 40년이 흘러서 다시 화성시 비봉면 양노리와 비슷한 이곳 귀농의 현장에서 지난날의 사람들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밤은 소리없이 깊어가는데 언덕 중간에 자리한 양옥집에서 양파와 마늘밭 건너편 마을의 전 의장님댁을 바라보면서 한반도 서해안에 이처럼 아름다운 고향마을이 참으로 많겠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깊은 밤 창문을 열어 달과 별이 뿌려주는 고운 가루를 섞은 봄날의 포근한 바람을 얼굴에 마주하면서 지구라는 아름다운 별 중에 한반도, 대한민국의 충청남도 서산시 팔봉면 대황2길 92번에에서 오늘밤을 보내고 있습니다.
낮에 익사하신 어르신의 집안은 지금 상가 빈소에서 이 밤을 맞이하실 것입니다. 사람의 운명이라는 것이 이처럼 마음대로 아니된다는 생각도 들지만 때로는 참으로 멋지고 아름다운 만남을 예정해 주신 운명의 신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취기의 무게만큼 맑은 공기 좋은 산소를 머금은 채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사모님 말씀처럼 안방을 차지하고 하루를 보내니 마치 충청남도 도지사가 된 기분이라 답했습니다.
충남도에 국장님중 교육동기이신 장영수 국장님도 이 밤을 평온하게 지내실 것입니다. 다른 동기들도 각 지역에서 편안하시지요? 강원 최중훈 국장님, 제주 김용구 실장님, 전북 정승준 국장님, 서울 유재룡 국장님, 경기 문연호, 박춘배, 박태수, 한배수 국장님, 그리고 현직의 임종철 화성시부시장님 잘 지내시지요?
아침은 어디에서나 밝게 돌아오는데 맑은 공기속에 게으름을 피워봅니다. 잠은 깨었지만 눈은 드지 않고 버티기에 들어갑니다. 강제로 눈을 감으니 아침 잠이 스스르 왔습니다.
사실 어제 낮에도 한잔, 저녁에도 한병, 소주를 마신 바이지만 맑은 공기속 산소의 활약으로 숙취없는 깔끔한 아침을 맞았습니다. 산소는 O2이지만 바닷가의 산소는 원자가 하나 더 붙은 O3라 하고 이를 오존이라 부릅니다.
지구위 대기권의 층을 만들어 지구 보호막 역할을 한다는 오존층이 있다는데 이산화탄소, 일산화탄소가 많이 늘어나면서 이 소중한 오존층이 파괴되는 것을 과학자들이 걱정하고 있는 것이 현실로 우리에게 다가서는 환경문제입니다.
아침은 떡국입니다. 어제저녁에 썰어서 물에 담갔다가 아침에 파, 마늘 등 양념에 계란을 풀어 넣은 후 예쁜 그릇에 퍼준 한그릇의 떡국입니다. 먹기 전 눈으로 감상하니 계란 큰 덩이가 국 가운데 자리하였습니다.
1박2일 손님 떡국그릇에 큰 덩어리 계란을 올려주신 것입니다. 부추라고 시골에서 정구지니 쫄이니 부르는 채소가 있습니다. 가족의 건강을 위해 창고와 돼지우리를 헐어내고 이 부추를 심었다 해서 "파옥초"라 합니다. 집을 부수게 되는 채소 풀이라는 말로 해설합니다.
이 이야기는 이러합니다. 과거 어느해에 크게 가뭄이 들어서 대부분의 채소작황이 부실하여 식재료가 크게 부족하였습니다. 그런데 돌틈에서 아무렇게나 자란 부추는 튼실하였고 이를 나물로, 식재료로 먹으니 남편이 건강해졌습니다. 남편의 건강은 아내가 제일 잘 아시는 바이지요.
그래서 가족을 위해 그 아내는 집주변의 잘잘한 건물을 헐어내고 그 자리에 부추를 심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풀이 집을 부순 것은 아니지만 그 효능과 영양가가 높다는 점을 발견한 아내가 철거를 단행하였던 것입니다.
오전의 일은 마늘밭 잡초뽑기, 어제 건초를 풀어준 밭뚝 주변을 정리하는 작업입니다. 대략 일을 마치고 부부는 머위를 따러 가고 안주인은 엄나무 가지를 주우러 갑니다.
엄나무를 키우는 농가에서 剪枝(전지)를 한 것인데 이는 우리가 가져가도 된다고 했습니다. 미리 끈을 준비하여 2단을 묶어왔습니다. 가시가 크고 날카롭습니다.
전지(剪枝/翦枝)란 식물의 겉모양을 고르게 하고 웃자람을 막으며, 과실나무 따위의 생산을 늘리기 위하여 곁가지 따위를 자르고 다듬는 일이라고 사전에서 설명해 줍니다.
혹자는 돈 좋아하는 이에게 "저 사람은 돈이라면 엄나무 가지 위 끝까지 올라갈 것"이라 핀잔을 주기도 합니다. 이 엄나무의 성분이 옻나무와 비슷해서 위장과 대장, 소장 건강에 좋습니다.
그래서 오리, 닭을 끓여낼 때 함께 넣습니다. 약간의 성분으로 고기를 맛나게 합니다. 과용하면 해롭습니다.
오후에는 비가 내립니다. 오늘 점심은 비빔국수를 제가 만들어 드리기로 했습니다. 3~4인분 국수를 삶아냈습니다.
국수를 삶아내기 전에 계란 4개를 삶고 호박채, 오이채를 준비하여 숙성된 김치에 깨, 기름, 고추장 약간을 넣고 미리 고명을 준비했습니다. 국수를 삶는 과정에 찬물 한 바가지를 부어서 다시 끓여내면 국수발이 쫄깃합니다.
삶아서 찬물에 식힌 국수를 예쁜그릇에 담고 그 위에 미리 준비한 고명을 올려 담아내고 그 위에 계란을 추가하여 얹은 다음에 깨소금을 솔솔솔 뿌려줍니다. 특히 돌미나리를 길쭉하게 성성 썰어서 고명으로 올려 고추장에 비비면 그 맛과 향이 입안 가득 퍼져나갑니다.
오후에 가져온 엄나무를 잘게 썰어 가방에 담았습니다. 30cm가량의 엄나무 3개를 묶은 3단은 따로 준비했습니다. 대문앞에 매달기로 했습니다.
귀신을 막는 부적이 됩니다. 귀신이 들어오다가 엄나무 가지의 커다란 가시에 두루마기 자락이 걸려서 더 이상 집안으로 들어오지 못한다고 합니다. 혹자는 엄나무가지에 불규칙적으로 돋아난 가시가 귀신을 막아준다고도 합니다.
가시가 몇 개인가를 세기위해 저녁일찍 도착한 귀신이 밤새도록 세어 보았지만 불규칙적으로 난 가시를 제대로 세지 못하고 다시 세기를 반복하다가 첫 닭이 울고 맙니다. 닭이 울면 귀신 활동 시간은 끝나는 것이지요.
삶아낸 쑥, 살짝 삶아낸 고사리, 물에 불려 독기를 뺀 엄나무 가지, 그리고 점심후 3인이 앉아서 다듬은 파를 싣고 집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여러 고속도로를 빙그르르 돌아서 집에 돌아왔습니다.
서해대교 행담휴게소에서 호두과자 등을 사고 농산물 특판장에서 생활용품을 구매했습니다. 다시 봉담으로 병점으로 늦은 봄비를 뚫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지인 부부에게 감사의 문자를 드리고 밤 11시에 이르러 잠을 청합니다. 1박2일 귀농 아닌 귀농의 이틀을 참으로 보람차게 잘 보냈습니다.
집에 와서 쑥 정리, 머위 데치기, 나물 다듬기, 엄나무 건조 등으로 참 많은 일을 하였습니다. 귀농은 아니지만 2%귀농의 경험을 한 소중한 1박2일을 지인 부부 덕분에 행복하게 잘 보냈습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