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소백산 용문사는 산 중턱에 자연스럽게 자리잡은 고찰입니다. 용문사는 신라 경문왕 10년 870년에 두운선사가 창건하였습니다.
고려 태조 왕건이 신라를 정벌하러 가던 중에 이 사찰을 찾았으나 운무가 자욱하여 지척을 분간치 못하였는데, 어디선가 청룡 두 마리가 나타나 길을 인도했다 하여 용문사라 불렀다고 합니다.
고려 명종 때 ‘용문사 장기사’로 개명했으나 조선세종대왕의 비 소혼황후의 태실을 봉안하고 ‘성불사 용문사’로 다시 고쳤고, 정조때 문효세자의 태실을 이곳에 쓰고 ‘소백산 용문사’로 바꿔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임진왜란 시 승병들의 지휘소로 이용되었던 자운루가 용문사에 아직도 남아있어 호국불교의 기풍을 후손들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윤장대(보물 89호)를 비롯한 성보문화재 10여점이 현존하며, 조선 숙종때 조성된 목각탱화(보물 89호)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팔만대장경경판을 보관한 윤장대를 돌리면 번뇌가 소멸되고, 공덕이 쌓여 소원이 성취된다고 하여 예로부터 참배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윤장대는 경전을 넣고 회전할 수 있게 만든 불교 공예품으로 대장전(大藏全 :보물 145)안에 2좌가 안치되어 있으며,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것은 용문사 윤장대가 유일합니다. 윤장대는 글자를 모르거나 경전을 가까이 할 수 없는 중생을 위해 만든 것으로 돌리면 간경(看經 : 불경을 소리내지 않고 속으로 읽는 것)의 공덕을 쌓을 수 있다고 전합니다.
윤장대를 돌리면 경전을 읽는 것과 같은 공덕이 쌓인다는 유리에 따라 지금도 많은 이들이 윤장대를 돌리며 소원성취를 기원합니다.
[용문사 자료] 사찰음식은 재료를 재배하는 일부터 음식을 만드는 일, 나누는 일까지 모두 수행의 연장입니다.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을 준비하듯, 정성껏 만들어 모두 평등하게 나누어 먹고 더 큰 깨달음을 얻기 위한 힘이 되어주는 음식입니다.
용문사에서는 산중에 전해지던 수행자들의 맑고 청정한 음식이 이제 더 많은 이들에게 힘이 되어줄 것을 기원하며, 다양한 사찰음식 전시와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민중들의 곁에서 함께했던 용문사 천년의 힘, 그 힘을 한 그릇 사찰음식을 통해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이강석의 이야기] 2019년 11월 7일 07시에 수원을 출발하여 북오산을 거쳐 평택부근에서 경부고속도로에 진입하여 달리고 달려 또다른 고속도로를 경유하여 용문사에 도착하였습니다.
경상북도 예천군 용문면 용문사길 285-30(내지리 391)입니다. 깊어가는 가을길 단풍나무를 머금은 사찰은 전체를 보여주지 않고 부분 부분을 자연과 잘 어울린 채 그 모습의 일부를 드러내 신도와 신자와 관광객 거사와 보살을 맞이합니다.
자료에서 확인해보니 모두 21곳 건물이 자연스럽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뒤편에는 공사중인 건물도 있습니다. 적당한 비탈을 자연스럽게 수용한 건물배치입니다. 천불전에서 절하고 대웅전 앞의 키가 3m 정도의 높은 2개의 석탑은 최근에 건립된 듯 보이지만 그 석질은 긴 세월을 견딘 듯 보입니다.
금박의 불상 피부에 거스러미가 보이는 것으로 보아 아주 긴 세월이 불상 주변을 스치고 지나가고 다시 새로운 시대가 다가 왔다는 생각을 합니다.
신라시대에서 고려, 조선으로 이어진 1,150년의 세월을 느껴봅니다. 불상은 돌, 철, 금이니 세월에 견디는데 힘이 있겠지만 목재가 긴 세월을 견뎠으니 국보가 되었나 봅니다.
윤장대 이야기입니다. 고려시대에 만들어졌으니 1,300년대이고 2019년을 계산하면 700년입니다. 목재로 만들어 700년을 이어오니 국보가 된 것입니다.
더구나 글을 모르는 수많은 중생을 위해 불경을 넣은 윤장대를 빙빙 돌리도록 하니 불경을 읽은 공덕을 주신다고 합니다. 부족한 중생도 10바퀴 돌렸습니다.
윤장대 진품은 1년에 2번정도 움직인다고 합니다. 국보이니 그만한 대접을 받아야 하겠습니다. 박물관에 가지 같은 모습, 크기의 윤장대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입장료 1,000원을 내고 여러번 또 여러번 빙빙 돌리니 마음이 평온하고 기분이 고와집니다. 행복한 마음이 듭니다.
예천군 용문면 경천로 874에 소재하고 있는 초간정(草澗亭)을 찾았습니다.
[설명] 초간정은 울창한 수림과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루고 있는 명승지입니다. 조선 선조1년 1582년에 우리나라 최고의 백과사전인 대동운부국옥의 저자 초간 권문해 선생(1534~1591)이 건립하였습니다. 지금의 건물은 그의 유덕을 기리기 위해 현손이 세웠습니다.
초간정은 조선시대 선비의 여유와 悠悠自適(유유자적)을 봅니다. 한옥의 여유를 보고 찬찬히 흘러가는 물길을 들여다보면서 세월과 역사를 상상해 보았습니다.
하천을 건너는 하늘다리, 흔들다리도 여유의 최고봉이라 생각합니다. 철다리, 시멘트 다리에 익숙한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조선 선비의 여유를 전해주는 그 다리위를 차분히 걸었습니다.
점심메뉴는 도토리목 비빔, 파전, 두르치기 등 예천의 좋은 식재료입니다. 정갈하고 신선한 재료가 한눈에 보입니다. 차분하게 여유롭게 점심을 배불리 먹었습니다. 밥은 조금먹고 야채, 고기, 생선 등 맛있는 반찬을 많이 먹었습니다. 맛집입니다. 내일 방송에 나온다고 합니다.
[설명] 석송령은 천향리 석평마을(054-654-7616)에 있습니다. 石松靈은 세금내는 나무로 알려졌습니다. 마을의 단합과 안녕을 기원하는 동신목(洞神木)입니다. 수령 700년입니다.
1927년 이 마을에 살던 이수목이라는 사람이 영험있는 나무라는 뜻으로 석송령이라는 이름을 짖고 자기소유 토지 5,259㎡를 증여해 주었습니다. 이때부터 이 나무는 재산을 소유하게 되었고 매년 세금을 내고 있습니다.
석송령 주변의 상권이 활성화되어 있어서 장사가 잘 된다고 들었습니다. 찹쌀떡집, 찻집 등 가까이 보이는 시설을 입간판에 그렸습니다. 나중에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상인들이 이 석송령 덕분에 관광객이 오시고 장사가 잘되므로 번영회에서 기금을 모아 세금을 낸다고 합니다.
우람하게 옆으로 넓게 자란 나뭇가지를 돌기둥으로 지지해 주고 있습니다. 얕은 울타리를 쳐서 사람들의 접근 가능 범위를 정해주니 나무는 평온하게 성장합니다.
그 옆자리에 후계목을 하나 세웠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홍수가 나서 떠내려가는 이 나무를 건져내서 이 자리에 심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고 합니다.
우리를 더욱 감동시킨 경치는 사과밭입니다. 고속도로를 들어서기 위해 5km정도의 산기슭 주변을 내달리는데 온통 사과밭이고 태양을 바라보며 붉게 익어가는 사과가 주렁주렁입니다. 정말로 사과나무 아래에 사과장사를 늘어놓으면 단번에 다 채울 수 있을 정도입니다.
예천에서 사랑가를
불초 이강석 지음
산기슭을 돌고 돌아도
주렁저렁
그렁그렁
사과 사과 사과
사과할 일 이렇게 많으니
가을부터 겨울까지
사과하고 사과하겠네
사랑하고 사랑하겠네.
제가 지은 즉흥시입니다. 시도 아닌 것을 시처럼 보이게 하려는 노력을 많이 해본 바이지만 역시 자연시인이라 칭하고 밖에서 보고 마음으로 받아들인 바를 글로 적어내는 것이 더 효율적인 詩作(시작)의 과정이 될 것 같습니다.
마음속의 생각을 끌어내어 시로 쓰기보다는 누구나 보고 있는 바를 자신만의 느낌으로 글로 적어 별돌처럼 찍어내는 시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예천 사과의 풍성함에서 공감했습니다. 시는 아름다움이니 고민없이 써내자는 자신감도 분출합니다.
이리도 풍성한 사과를 보면 본인이 시인이 아니고 시인이라 생각조차 마음먹지 않은 분이라도 마음속에 시적인 감흥이 파도처럼 일렁일 것입니다. 그 순간의 느낌과 생각을 글로 적으니 詩(시)가 되는 것입니다.
중앙고속도로를 달리고 달려서 서울 인근 광주시에 도착하니 오후 5시경입니다. 오늘 여행에서 막히는 길이 없었고 관광과 관람과 구경에서도 불편함이 없습니다. 가면 기대 이상의 風光(풍광)이 우리를 기다립니다.
사과에 이어서 감동을 주는 가을 단풍이 연출하는 풍경이 좋습니다. 고속도로 주변의 풍광은 올가을도 잘 지나가고 있음을 확인해 줍니다. 가을 들판은 수확의 기쁨을 주고 산 중턱에는 올 한해 신록으로 풍성했던 나무들의 겨울준비로 뿜어내는 붉은 자태가 아름답습니다.
아마도 올겨울에는 눈이 많이 내려서 가을이 보여준 붉은 색의 향연에 즐거움을 보태줄 것 같습니다. 이 땅에 사는 모든 이들에게 확실한 계절의 변화와 단계가 있음을 알려주고 싶을 것입니다.
저녁을 먹은 식당의 이름은 경기으뜸맛집 履露齋(이로재)입니다. 오리요리로 유명한 집인데 90년된 한옥을 매입하여 멋지게 꾸몄습니다. 지금도 리모델링은 진행중입니다.
어둠속에 살펴보니 자연친화적으로 잘 꾸미고 있습니다. 무리하지 않고 한옥의 멋을 살리면서 창 넓은 방으로 만들어서 방에서 창문경치와 소통하고 있습니다.
주인께서 내공이 깊고 학문적인 수양도 높으신 분이라는 느낌을 주는 곳입니다. 안채와 사랑채 사이에는 고풍스러운 소품들이 자리하여 식사를 하기 전에 전통을 느끼고 눈으로 확인하고 차분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자부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자연스럽고 여유로운 저녁을 먹으며 주변의 풍광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여유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7시에 출발하여 밤 10시에 돌아왔으니 15시간의 긴 여행이었습니다만 피곤하지 않고 즐거움만 가득하고, 멋진 풍광의 기억, 맛갈스러운 아침, 점심, 저녁의 행복을 마음속에 간직합니다.
도무지 돌아다닌 길이 하나같이 단풍과 풍경과 사과와 대한민국 국토의 여유스러움이 가득한 하루였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오늘하루 힐링으로 이어진 시간에 감사드립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