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사 휴휴암

  • 등록 2025.03.22 17: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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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 상원사#휴휴암 ▩

부부가 출발하여 용인 休憩(휴게)소에서 아침을 먹고 달리고 달려서 오대산 상원사에 도착하였습니다. 세 번째 방문이라서 여유있게 주변의 가을 정취를 즐기면서 도착하여 법당에서 108배를 올리고 스님께 인사드리고 경내를 완상한 후에 내려왔습니다.

 

사찰에서의 시간은 느리고 부드럽습니다. 이런 느낌을 받기 시작한 것은 공직에서 물러난 이후인가 생각합니다. 전에는 늘 짜여진 일정에 맞춰서 바쁘게 움직였지만 퇴직 이후에는 별도의 일정표가 없으니 늘 현장에서 의논하여 결정합니다.

 

가을 들판에서는 무, 배추, 양파, 당근 등을 수확하여 길가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만 그물아래 고기값처럼 부르는 가격이 농산물도매시장보다 비싸다는 느낌이 들어서 신선한 맛은 있겠지만 구매를 포기하도 돌아섰습니다.

 

텅 빈 당근밭에 들어가 보니 문드러지고 깨진 것들이 버려져있으므로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에 공감하면서 밭을 나와서 이번에는 휴휴암으로 달려갔습니다. 50km를 달리니 바닷가에 자리한 암자가 나옵니다.

 

암자가 아니라 부산 해동용궁사처럼 바닷가에 자리한 사찰입니다. 여러 건물이 자리하였고 해안가의 거대한 바위는 손바닥 바위, 발가락바위, 거북바위 등 오랜 세월과 바닷물이 조각한 작품에 사람들은 이름을 지어서 즐기고 있습니다.

 

그 해안가 한편에는 방송에도 여러 번 출연한 물고기 떼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2,000원에 자율 구매한 사료를 던지니 장어떼처럼 달려드는 바닷물고기는 청어, 조기, 고등어는 아닌 것 같고 기이한 것은 "물반고기반"이라는 점입니다.

 

 

하지만 10분정도 물고기 구경을 하는데 어느 순간에 마치 파도가 빠져나가는 썰물처럼 고기떼가 스르르 사라졌습니다. 이 해안가에만 이들 고기가 오는 이유를 '관광객이 던져주는 과자부스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바다를 세상 삼아 살고있는 물고기로서는 드넓은 물속의 양분을 온몸으로 느낄 것이고 과자 등 먹을 것이 떠다니는 해안선으로 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그래서 습관적으로 휴휴암 해안가로 와서 먹이활동을 하고 어느정도 식사를 한 후에는 자신들의 집으로 가서 쉬고 공부하고 집안 정리를 한 후에 다음 날 아침에 이곳으로 출근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고기는 24시간 눈을 뜨고 사는 생명체이니 잠을 자도 눈을 뜨고 눈을 뜨고 잠을 자는 것입니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갔으므로 휴휴암 매점에서 꿀빵을 샀습니다. 한 개 먹으니 맛있고 두 개 먹으니 더 먹고 싶어서 8개 중에 3개를 먹고 말았습니다.

 

물을 마시고 아이스케이키 1,000원에 사서 먹으니 맛이 더합니다. 하지만 생선 정식집(갑산 033-671-1833)에 가서 밥상을 받은 시각이 2시경이니 점심 또한 맛있습니다. 불맛향이 느껴지는 고등어와 꽁치를 부부가 맛나게 발라 먹었습니다.

 

점심후에는 정선군 장터로 달려갔습니다. 강원도는 넓은 땅이라서 지명 하나를 만나려면 평균 60km를 달려가야 합니다. 전에 정선 관광중에 지역화폐 4,000원이 남아서 부부가 차를 달려 시장을 보러 간 곳입니다. 그때에도 4천원을 써야한다는 핑계로 정선장을 구경하러 갔던 것입니다.

 

말린 산나물을 몇 가지 구매하고 집을 향해 돌아오는데 구비구비 88구비를 돌아드는 것 같습니다. 남으로 가는 듯 하다가 산자락을 돌아오면 북으로 달리기도 하고 강을 건너는데 건너다 보니 조금전 건너편으로 길을 달려왔던 곳인 듯 여겨집니다.

 

이제 원주의 출렁다리를 가려고 출발했지만 150km를 달리는 동안 지체되어 마감 시간에 맞추지 못할 것 같으므로 결혼기념일을 앞두고 저녁에 고기 한 상 먹자 했습니다.

 

하지만 길이 더더욱 막히므로 그냥 집으로 가잡니다. 아내는 연애 시절에도 거창하게 양식집 가자 해놓고 양식이 비싸다면서 결국에는 부대찌개를 먹곤 했습니다. 이번 결혼기념일에도 미역국을 먹자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집을 향해오는 중에 고속도로가 막히므로 국도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국도에서 백군기 도로라고 8년만에 준공한 용인시청~수원신갈 고가도로를 타고 들어가는 순간에 누군가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전화 통화에 집중하느라 결정적인 진입로를 잘못 잡는 바람에 평택, 안성을 거쳐 오산, 동탄을 지나 집으로 왔습니다. 한밤중에 30분을 우회해서 밤 구경 많이 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상원사에 가는 목표였는데 휴휴암에도 가고 정선장터 구경을 하고 용인에서 길을 잘못 들어서서 처인구 곳곳을 구경한 후에 동탄의 야경을 보면서 제1동탄, 제2동탄의 아파트 창문 발코니의 모눈종이를 수없이 관람하였습니다. 인간의 힘으로 이처럼 멋진 야경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부부 여행, 아주 보람차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아내는 특히 휴휴암에 다녀온 것을 친구들에게 널리 자랑할 기세입니다. 실제로 물고기를 親見(친견)하고 소원을 비는 현장에 동참한 것이 기분 좋은 여행이라 할 것입니다.

 

가며 오며 세상 사는 이야기도 나누고 때로는 먼 경치를 멍 때리기도 하면서 14시간의 부부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9시 뉴스를 시작합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

이강석 기자 stone91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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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오산#남양주 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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