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도전입니다

  • 등록 2025.04.09 15: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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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공직에서는 행사장에 참석하면 다음 날 아침 기사에 이름이라도 나오고 어느 행사는 사진까지 게시되니 그 존재감의 무게가 제법 나갈 수도 있습니다만 공직을 나오는 다음날부터는 아무런 일이 없습니다.

공식적인 직함이 없으니 마지막 직책으로 가지고 있던 명함도 하루아침에 폴란드 亡命(망명)정부의 지폐처럼 폐기됩니다.

 

 

그리고 깊어가는 가을날의 은행나무 잎새처럼 길바닥 보도와 아스팔트 길을 나뒹굴 뿐 어디에서도 내밀어 댈 종이쪽지가 아닙니다.

지방선거에 나가기 위해 공직을 6년 정도 미리 나간 어느 간부가 말했습니다. 공직을 나가니 명함을 만들 길이 없더라.

 

솔직히 공직자는 사무실에서 명함을 찍어줍니다만 별도의 멋진 명함을 자비로 인쇄해서 지니고 다니는 공무원도 만나게 됩니다. 풍족한 자부심이고 아름다운 공직자의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명함을 내 돈으로 만든다는 것이 공직에서는 멋진 일인데 밖으로 나와서는 힘든 일입니다.

 

그냥 이름 석자에 전화번호만 새기기도 쑥스러운 일반인으로서는 내 주머니 돈을 꺼내고 개인신용카드로 결재해도 좋으니 명함을 새길 일이 생겨나기를 간절히 바랄 것입니다.

그래서 내려놓기와 파고들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내려놓음은 과거 공직자일때 언론에 보도되었던 응근히 기분좋은 일은 더이상 없다는 현실에 공감한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파고들기는 그 속에서 스스로 언론에 나설 일을 찾아 본다는 의미입니다. 먼저 내려놓음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마지막으로 내려놓지 못하여 스스로 공직을 마감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자료로 작성하여 주머니에 넣고서 언론사에 이임 인사를 갔습니다.

 

공직자들이나 공기관에 취임하는 CEO들은 취임 후 언론사 편집국에 인사를 갑니다만 퇴직하면 보자기에 싼 명패를 들고 그냥 집으로 갑니다.

하지만 공직내내 도움을 준 언론에 인사를 하는 것이 도리라 생각 하였고 어쩌면 마지막이 될 언론보도의 기회를 버리는 것도 아깝다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퇴직의 이야기는 공직의 시작과 그 과정, 그리고 공직자로서 언론의 큰 은혜를 입은 사실을 설명하는 자료를 만들어 돌렸습니다. 5개사를 다녔는데 2곳에서 기사로 났습니다. 행복하게 간직하고 있습니다.

공직을 떠나는 자가 언론사에 인사 온 것이 익숙하지 않았거나 그날 정치부 신입기자가 많이 바빠서 팻싱했고, 한 시절 함께한 고참 부장이나 차장이 오더를 내리지 못하였나봅니다.

 

다음으로 언론을 파고 들기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공직 중에 K일보에 필진으로 활동을 하였습니다. 퇴직 후에도 열심히 참여했습니다.

공직당시보다 더 열심히 글을 쓰고 다음 글을 위한 자료를 얻기 위해 자료실, 도서관을 다녔습니다. 그리고 자화자찬이지만 좋은 글을 올렸습니다. 역대 도지사님 중 기억에 남는 분과 경기도 출신의 도백이야기를 적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아내의 30년 육아일기를 풀 스토리로 써서 일간지 문화면 반판을 차지할 요량으로 언론사에 파고 들었습니다. 사실 언론에 기사를 내려면 담당부의 담당기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인구정책은 국가적인 일이고 도와 시군이 나서는 일이지만 아내의 육아일기는 정치부는 아니고 문화부라 생각하고 송고를 했습니다.

 

송고받은 기자는 최근 경제부로 이동하였다며 동료 문화부 기자에게 토스를 했다고 했습니다.

그냥 기다릴까 생각하다가 어렵게 준비한 기사자료가 사장되거나 2단기사로 꺽이는 사태가 염려되었으므로 해당 언론사 간부에게 한 번 더 보내면서 문화부 후배기자에게 덕담을 보태달라 청했습니다.

 

그래도 부족한가, 오늘 편집회의가 올라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자화자찬 속에 편집국장에게 카톡을 보냈더니 잘 알겠다 합니다. 사실 그날 밤 11시에 신문사 홈페이지를 검색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기사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신문사에서 이런 보도자료 투고자의 행태를 파악한 것은 아닌 줄 알지만 11시가 조금 지나서 톡이 왔습니다. 자료는 편집부에 넘겼는데 다음 주중에 나올 것이랍니다.

 

늦게 통보해서 미안하다고 합니다. 아마도 예민한 기자는 편집부에 넘겼다는 말이 뒤늦게 떠올랐나 봅니다. 대개는 자신이 보관하다가 편집회의 후에 기사를 넘기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었나 봅니다.

그래서 더 이상 인터넷 검색을 중단하고 과거에 기사로 올라간 아이들 육아일기에 관한 아내의 글을 찾아서 다시금 새롭게 개인 까페에 올렸습니다.

 

새롭게 만들어본 까페 '엄마엄마9109'는 1991년생 아이들의 육아일기 스토리를 올렸고 이후 육아팁 몇 가지를 시간 날 때 올리곤 하는 곳입니다.

육아일기 기사가 나면 이 또한 까페에 올리고 젊은 부모들, 미혼 남녀들에게 출산의 행복과 육아의 기쁨에 대해 알려주고자 합니다.

 

공직을 나와 쉬면서 스스로 신문에 기사를 내고 그 기사를 기반으로 다시 주변의 사람들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전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생각합니다.

내려놓으니 올릴 것이 있고 올라가다 보니 내려놓을 것이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인생은 역시나 오르고 내리는 굴곡의 흐름을 에너지로 삼아 앞으로 나가는 참으로 재미있는 놀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혹시 훗날 이 글이 책이 되어 나와도 행간까지 상세하게 읽어줄 독자는 적을 것입니다. 강진에서 책을 지은 다산은 아들에 보낸 편지 하피첩에서 '나의 글을 너희들이라도 열심히 읽어서 후대에 전하라'했습니다.

 

지금 열심히 글을 쓰지만 그냥 사라질 수도 있다는 절박한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이 글이 책으로 나오지 못해도 인터넷이라는 사이버 공간에 향후 100년 정도 머물 수 있다면 후대의 어느 비슷한 DNA를 가진 젊은이가 공감하여 읽을 수도 있기를 바랍니다.

 

혹시 많은 작가들이 쓴 원고가 사후에 곧바로 불타버린 사례가 어디 한 두 건이겠습니까.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

이강석 기자 stone91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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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오산#남양주 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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