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의 다음 순서를 진행하는 앵커맨트 중에 '뒤늦게 알려졌다'라는 말을 듣습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숨겨져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나는 정부나 도청, 시청 등 취재원측에서 이 사실을 언론에 숨겼다는 의미, 다른 하나는 우리의 취재가 늦은 것이 아니라는 뜻이 담겨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각종 사건사고는 늦게 알려지기도 하고 당사자들이 숨겨서 나중에 밝혀지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언론인들은, 기자들은 늘 모든 사건사고를 발생 즉시 파악해야 하고 늘 사건 현장에 자신이 존재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이 있는 듯 보입니다. 하루종일 기자실에서 노트북에 글을 쓰는데 다음날 신문기사로 나는 건수는 한둘이고, 인터넷 기사에도 그 기자 이름의 기사는 많이 보이지 않습니다.
盡終日(진종일) 취재하고 온종일 노트북과 씨름을 했다면 아마도 해당 기자의 이름으로 10건 이상의 기사가 올라야 하겠습니다만 실제로 독자가, 네티즌이 볼 수 있는 기사는 예상보다 적습니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본사, 데스크에 동향보고, 사건보고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언론사 본사 데스크에서 모니터를 보면 대한민국이 보인다는 말입니다. 제주에서, 설악산에서 울릉도에서 기사가 올라오고 있으니 수 백명의 기자들이 전국에서 기사를 쓰고 있으니 본사 데스크는 거대한 국정상황실이라 하겠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건사고를 모두 파악하지는 못하는 것이고 그래서 기자들은 늘 늦은 취재를 낙종으로 생각하는 사건 강박관념에 묶여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일주일전 사고를 오늘 보도하면서 면구스러운 마음에 앵커는 "이 같은 대형 사고가 뒤늦게 알려졌다"고 말하는 것인가 풀이합니다. 하지만 모든 사건사고를 다 보도하는 것이 언론의 사명인가에 대해서는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의사가 던지는 가장 멋진 말은 "수술하고 약 드시면서 요양을 하면 나을 수 있다"라는 말입니다. 말기암으로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덕담입니다.
기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열흘 전 사고를 오늘 보도하면서 굳이 "뒤늦게 알려졌다"면서 시청자와 독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지 마시기 바랍니다. 언론인들이 주야로 밤낮으로 애를 써서 사건사고 기사를 취재하고 보도하는 열정에 대해 독자와 시청자, 국민들은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언론을 탓하지 않을 것이니 염려 마시고 취재에 열중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모든 사건사고를 현재의 방식처럼 과도하게 상세히 보도해야만 하는가, 개략적인 내용만 기사로 쓸 것 인가 대한 고민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모방범죄를 걱정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선진사례를 짚어보면서 대한민국의 오늘 아침 언론인으로서 애국애족, 우국충정, 홍익인간의 정신을 한번 되짚어 보시기 바랍니다.
[저자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경기도민회장학회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