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자#인터뷰

  • 등록 2023.06.12 11:4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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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전 경기도청 언론담당)

 

 

1988년 상반기까지 경기도내 언론시장에서 TV가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높았다고 봅니다. 공중파 방송국 기자가 지방단신을 보도하면 내무부에서 전화가 오고 사실 확인을 하는 감사과 직원이 현장 확인을 하는 듯 했습니다.

인터넷이 활성화되지 않았고 지방신문은 경인일보가 유일했으며 지역방송국은 케이블TV라 해서 가가호호 연결된 통신선을 이용하여 지나간 드라마를 다시 방영하는 수준이었습니다.

 

방송국 모 기자는 일주일에 1-2건 중요사항을 보도하였는데 경기도청의 기사꺼리가 마땅하지 않으면 농촌진흥청의 연구실적을 취재 보도하였고 어느 날 TV모니터 자료를 작성하고 이를 신문 스크랩과 함께 묶어서 도지사님 비서실에 오전 8시전에 넣기 위해 바쁘게 일하고 있는데 방송기자가 어제 저녁에 야생초 확대 재배에 대한 모니터가 빠졌다며 어필을 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정부기관의 성과를 보도한 것이 왜 도지사가 보시는 보고서에 들어가야 하는지 당시 7급 공무원으로서는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생각해 보니 자신이 경기도내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하고 있음을 경기도에도 어필하고 싶었거나 보도와 관련하여 도지사님과 사전에 논의가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당시에는 중앙정부와 도청 간에 긴밀한 협의가 오갔을 것이라 사료됩니다.

 

사실 신문방송 모니터 결과 스크랩은 1년이 지나면 폐지로 버려지고 기록도 남지 않는 것인데 여러명 공무원들이 여기에 몸이 매여서 전전긍긍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1988년 그 당시의 TV를 통한 보도의 과정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우선 방송기자가 뉴스로 편집하기 위해서는 아이템이 화면확보가 가능한 분야이어야 합니다. 3초마다 바뀌는 화면을 90초로 편집하려면 30개의 화면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그 사업이 진행되는 현장에서 다양한 각도와 세밀한 내용으로 촬영이 가능해야 합니다. 그리고 과거와 현재, 미래로 설명되는 경우에는 자료화면이 있으면 금상첨화입니다.

 

방송 나가는 날을 기준으로 일주일 전에 방송기자와 사전협의를 진행해야 합니다. 방송국의 아이템 검토, 차량과 촬영감독 배정, 방송스케줄 등 사전 조정사항이 많기 때문입니다.

 

기관장의 TV인터뷰 시에는 표정, 복장, 배경에 신경을 써야하고 반드시 기관장(도지사 시장 군수)이 카메라감독에게 다가가 인사를 하도록 하여야 합니다. 방송의 생명은 아이템보다 기관장 얼굴이 방송화면에 나간다는 사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더구나 1988년 당시에 얼굴을 알리는 데는 방송만한 것이 없었습니다. 기관장이 카메라 감독과 악수를 한 경우 촬영시간은 길어집니다. 인터뷰를 4-5차례 반복하게 되고 카메라를 세우고 촬영하다가 어깨에 메고 이리저리 돌면서 찍습니다. 다양하게 찍으면 같은 90초를 나가도 좋은 표정, 정확한 인터뷰 장면을 모아서 멋지게 편집할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나쁜 기사라도 방송에 나가는 것이 좋다는 말을 합니다. 국민들은 기사에 나온 나쁜 지적기사는 금방 잊어버리고 방송 화면에서 본 정치인의 얼굴을 오래 기억한다고 합니다. 방송에서 본 것은 기억나지만 그 내용이 무엇인가를 기억하려 애쓰지 않으니 말입니다.

 

참고로 선거유세장을 보도하는 경우 선호하는 후보는 카메라감독이 쪼그려 자세로 올려보며 촬영한 후 연사가 주먹을 불끈 쥐는 순간 카메라는 청중을 화면 가득 담아주지만, 不好(불호)하는 후보의 경우에는 힘없는 대사가 나가고 기계충 먹은 시골 머슴아 뒷머리처럼 관중이 듬성듬성한 곳을 멀리 비춘다고 합니다. 공정방송의 기준은 방송에 나가는 시간이지 그 편집내용까지 통제하지 못하니 말입니다.

 

정치인에게 있어 부고장만 아니라면(사망했다는 연락만 아니라면) 방송에 나가는 것이 필요하고 나가야 대중에게 알려지는 것이라는 말까지 합니다. 방송의 힘이 가면 갈수록 강해지는 것은 이미지로 홍보활동을 하기 때문입니다. 정치든 행정이든 방송을 통해, 신문을 통해 더 많이 알리고 소개해야 하는 것이 홍보맨들의 큰 고민인 것입니다.

 

 

[저자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경기도민회장학회 감사

이강석 기자 stone91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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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오산#남양주 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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