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행간#의미

  • 등록 2023.06.16 18: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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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전 경기도청 언론담당)

 

 

초임 차장급 기자가 기자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우리 기관의 업무에 대한 비판적 기사를 연일 보도한다는 말입니다. 편안한 날 저녁에 술 한잔하게 되었습니다.

 

취한 척하면서 한마디 던져봅니다. 차장님은 ‘신문기사의 행간의 의미를 보느냐?’는 질문에 무슨 답을 하실런지요. 부장급 기자에게 이미 보도된 비판기사에 대하여 어필을 하면 ‘계장님, 행간의 의미를 읽어주세요’합니다. 도대체 행간의 의미가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결론은 신문기사의 줄과 행 사이에서 숨겨진 어휘와 단어를 찾아보라는 말입니다. 기사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고민하고 편집회의에서 부장들이 검토하고 최종적으로 편집국장이 정무적인 검토를 하였다는 의미입니다. 이 기사가 나가기까지 언론사 간부들이 신문사와 취재원 기관과의 관계를 생각해 보았을 것입니다.

 

기사의 강도가 처음에는 지진으로 치면 리히터지진계 9정도였으나 차장의 검토에서 8로, 부장의 고민으로 5로 내려갔을 것이고 편집회의 결과 다양한 정무적 검토결과 최종적으로 3의 강도로 기사사 나온 것이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언론의 비판을 받은 우리측에서는 3이라는 강도가 높다 할 것입니다. 더구나 언론에서 우리를 비판한 것이니 이후 인터넷 등 여러곳에 일파만파 퍼져나갈 것이니 그 후유증은 클 것입니다.

 

하지만 취재하고 보도한 언론은 ‘행간의 의미’를 보아달라 합니다. 우리가 편집하는 과정에서 아주 여러단계로 깍고 낮추고 완충시켜서 여기에 이른 것이라는 항변입니다. 그래서 행간의 의미속에 숨어있는 취재와 편집의 고충을 이해해 달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매일 매주 비판에만 열중하는 민완형사(敏腕刑事/민첩한 수완을 가진 형사사건 수사 요원) 같은 취재 기자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은 ‘기자들도 행정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행간의 의미를 이해해 달라’고 호소하는 것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우리가 언론에 광고, 홍보비를 지급하고 있다는 점도 가끔 생각해 달라는 요청인 것입니다.

 

하지만 홍보비, 광고비를 자주 언급하는 것은 오히려 반발을 살 수 있으니 아껴야 하는 칼집속의 칼날입니다. 쉽게 써서는 안될 寶劍(보검), 寶刀(보도)인 것입니다. 아니면 홍보인, 공보인으로서 근무하는 동안 칼집만 보일뿐 날을 뽑아서는 안될 것입니다.

 

우리가 칼을 뽑는 순간은 벌의 입장으로 보면 벌침을 쏘는 마지막 상황이어야 합니다. 벌은 한번 벌침을 쓰고 나면 절명합니다. 목숨을 걸 일이면 품고 있는 보검/보도를 딱 한번 쓸 수도 있겠습니다만, 언론과의 백병전에서조차 칼을 쓸 일은 없습니다. 그동안 함께 다져온 술병과 술잔, 맥주 글라스 전투로도 충분합니다.

 

 

[저자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경기도민회장학회 감사

이강석 기자 stone91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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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오산#남양주 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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