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구성#작성

  • 등록 2023.06.18 06:3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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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전 경기도청 언론담당)

 

 

싱싱하고 저렴한 과일과 채소를 구입하기 위해 농산물도매시장을 자주 갑니다. 어느해 추석 연휴에 시장에 들어가기 위해 주차티켓을 뽑으려 하는데 붉은 글씨로 '사용금지'라고 티켓출구를 막았습니다.

 

이 티켓을 뽑지 말라는 의미로 보입니다. 그러면 사용금지가 아닙니다. '사용금지'라 쓰고 '연휴기간중에는 주차요금을 받지 않습니다'라고 읽으라는 의미입니다.

 

다음번에는 차단기를 하늘높이 들고 있으므로 그냥 들어갈까 하다가 '표 뽑는곳'이라는 문패가 선명하기에 여러번 터치를 했지만 반응이 없습니다. 이날 역시 '표뽑는곳'이라 쓰고 손님들에게는 '공사중이라 무료이오니 통과하세요'라고 읽으라 하는 것이었습니다.

 

공보실, 홍보부 직원들은 언론에 자랑할 것이 없어서 목이 타는데, 행정과와 관리과 직원들은 황금같은 홍보의 기회를 날리고 있습니다.

 

깊은 산속에 사는 부부가 있습니다. 신랑이 금덩이로 숯가마 아궁이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읍내에서 시집 온 며느리가 금을 알아보고 잘게 쪼개어 대장간에 팔아 큰 수입을 챙겼습니다. 숯가마 신랑은 금을 아는 아내가 아니었으면 황금같은 기회를 잃어버릴 뻔하였습니다.

 

마찬가지로 사업부서는 공사에만 신경을 쓰다보니 기관, 회사를 홍보할 기회가 있는 줄도 모릅니다. 1998년 6월16일에 정주영회장님이 방북소떼 500마리를 이끌고 휴전선을 넘을때 트럭마다 '정주영 명예회장 방북 소 운반차량'이라고 적었습니다.

 

현대그룹 홍보실에서 사전에 통일부와 얼마나 많은 토론과 주장끝에 이룩한 성과이겠습니까. 이 프랑카드 문구가 한번에 완성되었다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기관 우리회사 여러곳에 홍보의 공간이 있지만 살리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고민해야 합니다. 경기도 양평군 용문산 용문사에는 1,000살이 넘은 은행나무가 있습니다. 이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더 높은 크기의 피뢰침이 서있습니다. 설치주체가 양평군이든 문화재관리청이든 용문사이든 관계없이 참으로 좋은 홍보의 탑이 텅 비어있습니다.

 

오산시 죽미령고개는 6.25전쟁때 소련제탱크와 미국 맥아더장군 휘하의 스미스부대가 큰 전투를 치른 곳입니다. 1950년 7월5일 UN군의 일원으로 참전한 스미스 특임부대가 북한군 전차부대와 치열한 전투를 벌였고 미군 181명이 전사하였습니다.

 

UN군의 큰 희생으로 북한군의 남하를 지연시키고 우방에서 참전하고 전쟁물자를 지원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미군 전우들은 전후에 돌 540개를 모아서 치열했던 전투현장에 초전비를 세웠습니다. 탑에 올라간 540개의 돌은 스미스부대원 540명을 의미합니다.

 

이런 스트로리를 간직한 이곳은 오산시를 전국에 홍보할 수 있는 명소입니다. 미군이 세운 초전비와 대한민국에서 건립한 UN군 초전비는 국도1호선으로 양분되어 있습니다. 이 도로위로 인도를 세우고 그 인도에 초전비 현장임을 국민과 외국인에게도 알리는 홍보전략을 제안합니다.

 

남양주시에는 홍유릉이 있습니다. 고종황제와 명성황후를 모셨습니다. 인근 구리시에는 건원릉이 있습니다. 태조 이성계를 모셨습니다. 세계유네스코 유산으로 등재된 조선 왕릉의 역사는 이성계의 건원릉에서 출발하여 고종화제의 홍릉으로 500년을 이룩합니다.

 

홍유릉은 고종황제, 순종황제, 명성황후가 모셔졌습니다. 그 인근에 영친왕, 의친왕, 덕혜옹주의 묘역이 있습니다. 좋은 자리를 보아 두었습니다. 그 자리에 조선 500년 왕릉을 미니어처로 만들고 초중고생의 역사현장으로 만들자는 제안을 합니다.

 

스마트폰에 연결된 어플을 열고 미니어처 왕릉앞에 서면 당대의 역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아마도 건원릉의 억새풀 이야기, 세종대왕이 경기도 여주에 이장된 사연, 융건릉과 효도에 대한 설명이 나올 것입니다.

 

2016년 8월에 영화 덕혜옹주가 개봉되었습니다. 간부 공무원들이 영화관람기를 모아서 영화감독과 배우에게 보냈습니다. 조선왕릉관리사무소가 동참하여 덕혜옹주 묘역 앞에서 조선의 왕릉 역사를 설명하는 행사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봄에 그동안 비공개지역이었던 덕혜옹주와 의친왕의 묘역이 개방됩니다. 쉽게 열리지 않는 문재재관리 위원회의에서 개방을 결정하게 한 힘은 남양주시청 공무원과 시민과 언론이었습니다. 공무원이 노력하면 긍정의 역사로 조금씩 바뀔 수 있습니다.

 

언론홍보를 통해 세상이 많이 변하고 있습니다. 언론홍보는 자화자찬 자랑이 아니라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하는 것입니다. 보도자료는 자랑자료가 아니라 알권리를 키우는 의무이행입니다. 이제 우리 홍보맨들은 우리의 홍보노력이 자랑이 아니라 임무, 의무, 사명임을 자각해야 합니다.

 

 

[저자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경기도민회장학회 감사

이강석 기자 stone91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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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오산#남양주 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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