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로쓰기#신문#1988

  • 등록 2023.06.26 08:3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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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전 경기도청 언론담당)

1988년에는 신문은 대부분 세로쓰기가 기본이었고 일부 가로쓰기가 병용되는 시기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세로쓰기는 비판기사이고 가로쓰기는 홍보기사라는 말도 나왔습니다. 실제로 홍보기사 제목에는 비단 무늬가 들어갔고 비판이 실리는 경우 제목은 그냥 흑백의 흰글씨이거나 반대의 검은 글씨였습니다.

 

즉 가슴에 강하게 느껴지는 기사 제목은 검은글씨가 아니라 흰글씨를 부각시키는 배경의 검은색 면이었습니다. 신문에 도배를 하였다는 말은 바로 비판기사의 글씨가 흰색이고 나머지를 검은색으로 칠한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생각하였습니다. 검은 페인트로 칠하듯 검은 종이를 벽에 붙이듯 도배를 하였다는 표현이 아주 실감나는 시절이었습니다.

 

사실 신문의 생명은 편집기술에서 태어납니다. 현장 취재기자의 원고는 제목없이 들어와 엄청난 크기의 글씨로 제목을 달고 새 생명을 얻어 지면에서 탄생의 고고한 목소리를 울립니다. 신문기사의 경중은 제목 작명의 기술에 의해 판단되고 좌우됩니다.

 

좋은 기사는 제목이 강하지 못합니다. 반면 비판기사의 제목은 날카롭고 무겁고 차갑습니다. 어쩌면 편집부 기자들은 같은 사안을 보고도 이렇게 상반된 생각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요.

 

흔히 말하듯 소주가 반병밖에 남지 않았다는 말과 반병씩이나 들어있다는 말은 물리적, 수학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는데도 사회적으로는 엄청난 무게감이 있습니다. 50%에도 미치지 못하였다는 표현과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할 수 있는 편집부의 권한을 이해하겠습니다.

 

말 수가 많은 이를 보고도 좋은 표현으로는 시원시원하다하고 불편한 지적을 할때에는 그냥 수다스럽다고 비판을 하기도 합니다. 반면 말수가 적은 이에게도 답답하다 할 수도 있고 좋은 평가로는 과묵하다 합니다.

 

대부분의 일들이 개인의 판단이고 호불호에 따라 절반이니 반절이니 표현의 강도가 달라집니다. 편집부 기자는 평이하게 표현하였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독자들 대부분이 그런 쪽으로 이해하였다면 이는 일종의 편집의도가 내재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제는 신문 편집이 수작업이 아니라 전산으로 가다보니 세로쓰기는 사라지고 가로쓰기로 자리잡았습니다. 이런 시대에 어떤 기사가 세로쓰기로 제목을 잡는다면 독자들에게 강한 느낌을 전달할 것이라고 봅니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광고에서는 더러 세로쓰기가 나오기도 합니다. 행정을 하면서 유심히 살펴볼 대목이라 생각합니다.

 

 

[저자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경기도민회장학회 감사

이강석 기자 stone91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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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오산#남양주 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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