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처에서 제공하는 자료만으로 멋진 기사를 만들어 내는 기자가 있고 기관에서 예상하지 못한 파트에서 기사를 발굴하여 독자와 타 언론사 출입 기자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기자가 있습니다.

기관의 보도자료를 제공한 후 기사가 나오는 행태를 보면 이것이 기사가 되겠다 하는 것은 작게 써지거나 무시당하고, 보도자료를 내면서도 약간 쑥스러운 생각까지 들었던 연약해 보이는 자료가 아주 큰 활자로 지면을 장식하는 경우가 있다는 말입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모든 언론은 가까이에서 자신들을 바라보는 독자와 시청자를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경기도청 기사실에 원고지와 노트북을 보관하고 있지만 이 중앙지 기자의 '나오바리(취재구역)'는 교육청, 진흥청, 시군 등 아주 넓은 영역을 수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모든 언론사가 쓸 것으로 생각되는 자료는 작게 쓰고 혼자만 취재한 사건은 크게 내도록 데스크에 부탁하는가 봅니다.

아직은 공직생활이 一天(일천)한(한 번 숨을 쉰다는 뜻으로, 매우 짧은 시간을 이르는 말) 하룻강아지 7급 주무관의 생각이었으니 행정과 언론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소상히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주변에서도 참 좋은 자료라는 평을 해주는 자료가 실제 신문에서는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마는 경우를 자주 목도하면서 약간의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후에 마음을 열어주는 출입기자와 1:1로 대화를 하면서 이런저런 질문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주무관과 중견 언론인의 대화록입니다. 먼저, 1988년에도 연탄가스로 일가족이 사망하는 사건이 신문과 방송에 언론에서 자주 쓰이는 말 그대로 '大書特筆(대서특필)'되곤 했습니다. 대형 교통사고에 대해서도 아주 큰 기사로 나오고 방송에서는 速報(속보)로 자막을 올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1989년경 젊고 강직한 간사 기자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연탄가스 사고는 가끔 발생하는 사건이고, 교통사고 역시 不可抗力(불가항력)이라 보는데 우리의 수십억원짜리 예산집행 기사보다 사건사고가 큰 활자를 배당받는 이유를 물었습니다.

이 분의 답변은 철학적이었습니다. 연탄가스로 일가족이 사망하는 사건은 그들의 잘못도 있어서 발생한 사고이지만 국가가 국민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책임을 지적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순간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그때까지 경기도청과 36개 시군이 있다는 사실에만 집중하였고,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속에 경기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근무했다는 반성을 하였습니다.

교통사고 역시 국가가 안전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고 교통관리를 확실히 했다면 이 같은 대형사고를 막았을 것이라는 점에서 크게 보도된다는 설명에 공감을 하였습니다.

교통사고가 운전자의 과실도 있지만 도로의 구조, 선형, 안전관리, 통제 등 국가가 해야 할 임무가 다양하고, 국가를 운영하는 정치인과 공무원들의 역할이 막중하다는 점을 이해했습니다.

당시 경기일보 류제원 기자님이 아마도 연찬회, 연수회에서 어느 신문방송학과 교수님이 교과서적으로 하신 강의내용을 기억했다가 臨機應變(임기응변)으로 답한 것일 수도 있겠으나 평소 이 같은 소신으로 기자의 역할을 다한다면 말 그대로 언론이 '사회의 목탁'이고 '직필정론의 표상'이라 하겠습니다.

이후 언론인을 존경하는 마음이 조금씩 싹트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친언론 공무원으로 근무했으며 건배시에는 '先言後公'이라 외치곤 합니다. 언론이 먼저이고 공무원은 다음이라는 뜻입니다. 건배 후 술마시는 순간에는 두분이 동시에 고개를 넘깁니다.

[저자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경기도민회장학회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