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100원짜리 커피한잔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1985년에 8급 4년차, 공무원 8년차로 근무했습니다. 왕성하게 먹고 마시던 27세의 청년시절이니 설탕커피, 요즘의 믹스커피를 많이 마셨습니다. 누군가를 만나면 구내식당에 가서 100원짜리 커피를 주문했습니다. 식당 테이블에는 커피를 위한 설탕과 베트남산 야자수열매 가루로 만든 프림이 상비약처럼 자리하고 있습니다. 구수한 커피맛에 익숙해지고 당시 평범한 말로 인이 박혀서 하루에도 여러잔의 커피를 걱정없이 부담없이 마셨습니다.

 

 

세월이 흘러 고희를 향해 달리는 나이에 이르고보니 음식에 攝生(섭생)을 합니다. 커피는 여전히 마시고 싶은데 '건강걱정증'으로 인해 마셔야하나 그만 먹어야 하는가에 대한 기로에 찬 고민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래도 수십년간 익숙해진 커피를 한잔 더 마시고 싶은 욕망은 사라지지 않고 있고, 그래도 오늘의 '커피총량'을 넘기는 경우가 많은 듯 생각이 듭니다.

 

500년 조선사에서 초기의 이성계, 이방원, 세종대왕의 식생활은 이후 영조, 정조대왕으로 이어지면서 큰 변화가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조선시대 초기와 후기의 공통점을 들어보면 전기가 없었고 그래서 냉장고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커피도 조선에 들어오기 전입니다. 그렇게 긴 세월을 큰 변화없이 조선의 역사가 이어졌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국민중에서 커피를 가장먼저 마신 분은 고종황제라고 합니다.  1896년에 아관파천(俄館播遷)한 고종황제가 조선사람 최초로 커피를 마셨다는 기록을 읽었습니다. 당시에는 커피콩을 맷돌에 갈아서 베보자기로 탕약처럼 우려냈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현대의 방식은 아니라 원두를 한약재처럼 취급했을 당시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또한 커피가 쓰디쓴 약재같은 맛과 향을 내고 있으니 당대에는 이 또한 한약재의 하나로 여겼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생필품이나 기호식품중에서 다양한 단계로 제조와 포장, 활용술이 발전한 분야중 하나가 커피제조, 관리, 음용방식일 것입니다.

 

쌀밥은 예나 지금이나 쌀을 불려서 무쇠솥에 넣고 끓이고 뜸을 들이는 과정을 거침니다. 조금 발전한 전기밥솥은 전기적 장치가 있어서 온도를 조절하여 끓인 후에 필요한 만큼 뜸을 들이고 이내 보온으로 넘어가는 정도의 기술력을 발휘합니다. 반면 커피는 커피콩을 볶아주는 기술에서부터 우려내고 각종 향신료를 첨가하고 다양한 커피용기, 멋진 그릇에 담고 데코레이션을 올려서 최종 완성품을 제공합니다. 테이블에는 진동벨이 있어서 주방에서 번호를 누르면 테이블 손님에게 신호가가 갑니다.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최초로 커피를 마실때의 느낌이 있었을 것입니다. 쓴 맛이었습니다. 고향마을 비봉면 양노리 소재 망향다방에서 처음으로 커피를 마셨을 것으로 추측해 봅니다. 당시에는 커피가 나오고 설탕을 4스픈 올리고 야자수가루로 만든 프림을 추가하거나 알라딘 마법사가 쓸법한 작은 그릇에 담아준 프림액체를 첨가했습니다. 그리고 티스픈으로 저어낸 후 뜨거운 거품을 호호 불면서 마셨습니다. 첨가된 설탕으로 인해 쓴맛을 적어지고 프림으로 인해 부드러운 촉감을 느끼곤 했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커피는 마시는데 목적이 있지않았고 누군가를 만나서 대화를 하면서 마시는 음료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다방에서 커피를 주문하고 찻집에서도 커피를 달라하고 인삼차를 마실 예정인데도 커피마시러 간다 합니다. 음료의 대명사, 대표이름이 된 커피를 1985년부터 2024년까지 40년동안 몇잔이나 마셨고 앞으로 얼마를 더 마실 것인가를 계산해 보고 싶습니다. 계산한다고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지만 커피의 의미와 효능에 대해서는 좀더 연구하고 알아보고 싶습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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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