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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과 발자국

스토리칼럼 '거울에 비친 세상' 여섯번째 이야기

첫눈과 발자국

얼마 전 올해 첫눈이 내렸습니다. 첫눈하면 드라마 도깨비의 OST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노래는‘…너를 지켜보고 설레고/우습게 질투도 했던/니가 준 모든 순간들을/언젠가 만날/우리 가장 행복할 그날/첫눈처럼 내가 가겠다/너에게 내가 가겠다’고 말합니다. 화자는 우리 가장 행복할 그날 첫눈처럼 내가 가겠다고 말하며 첫눈에서 행복을 보고 있습니다. 80년대를 보낸 사람들 중에는 이정석의 ‘첫눈이 온다구요’를 떠올리는 분들도 있을겁니다, ‘…슬퍼하지 말아요/하얀 첫눈이 온다구요/그리운 사람 올 것 같아/문을열고 내다보네’ 이 노래 화자 역시 첫눈에 그리운 사람이 올거라는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은 첫눈에서 설레임과 행복의 감정을 떠올립니다. 또 하얀 눈으로 덮힌 세상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따뜻해 보입니다. 장맛비가 세상의 모든 것을 쓸어버릴 것 같은 느낌이라면, 눈은 세상의 모든 번뇌와 고통을 덮어주는 그런 느낌입니다. 그리고 아무도 걷지 않은 길에 자신의 첫 발자국을 남기고 나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달에 첫발을 내딛은 닐 암스트롱이 된 듯한 기분도 느껴지기도 합니다. 용혜원 시인의 ‘첫눈 오던 날’은 ‘첫눈 오던 날 새벽에/가장 먼저 눈 위에/발자국을 남기고 싶은 것처럼/그대에게 처음 사랑이고 싶습니다…’라고 시작합니다. 이처럼 첫눈에는 긍정적이고 행복한 기운이 가득합니다. 그런 첫눈에 남겨진 첫 발자국도 시간이 지나면 녹고, 다른 사람들의 발자국이 겹치면서 첫 발자국은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게 됩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왜 첫 발자국을 남기고 싶어할가요? 그리고 그 많은 의미를 남겨둘까요? 그건 아마도 누군가에게 희망이고 행복을 전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첫눈에 새겨진 발자국을 생각하다 문득 대학시절 들었던 민중가요 밴드 천지인의 ‘청소부 김씨 그를 만날 때’라는 노래가 떠올랐습니다. 노래는 ‘새벽녘 아직도 모두 잠든 이시간/황색조끼에 허름한 솜바지/좁은 이마엔 잔주름이 가득찬/청소부 김씨 그를 만날 때/새벽길이 왠지 힘이 솟구쳐’라고 이야기합니다. 눈이 내리지 않은 거리도 누군가의 첫발자국으로 하루는 시작됩니다. 저마다 출근길과 등굣길의 첫발자국이 쌓이며 그렇게 세상은 돌아갑니다. 남겨진 것은 결국 사라집니다. 그러나 사라짐이 없으면 새로운 처음도 없습니다. 예를 들어 하루 24시간이 아니라 지금까지 누적돼 있는 시간으로 읽는다면 읽는 것조차 쉽지 않을 겁니다. 첫눈처럼 처음은 계속 반복됩니다. 해마다 첫눈을 맞이할 수 있는 것처럼. 그 첫눈 위의 첫 발자국 역시 누군가에 의해 덮혀지고 이내 사라지겠지만, 또 다른 눈이 내리면 누군가는 그 위에 첫 발자국을 내딛을 겁니다. 올해 첫눈이 내렸습니다. 그렇게 겨울이 시작됐습니다. 첫눈의 첫 발자국은 사라졌지만, 또 눈이 내리면 누군가의 첫 발자국이 새겨질 겁니다. 눈을 떠 출근하면서 퇴근을 기대하는 것도 좋지만, 하루를 시작할 때 첫눈에 품었던 설렘을 담아봅시다. 설렘은 들뜨기만 한 게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하루에 첫눈의 설렘을 담을 수 있기를. 당신의 미소가 보고 싶은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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