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호봉 신규] 청량리 학원 영등포 학원에서 컵밥을 먹으며 밤을 지새워 공부를 했습니다. 그리고 공무원 3修(수)만에 남양주시 지방공무원에 합격하였고 아슬아슬한 면접이라는 밧줄을 타고 이 자리에 도착하였습니다. 발령을 받는 것입니다. 합격 한 후 5개월을 꿈같이 보내고 오늘 발령을 받으러 왔습니다. 그래서 행복하고 신이 납니다. [1977년시보 1호봉] 1977년5월16일 오전에 화성군청 내무과에서 줄을 섭니다. 14명이 군대식으로 열병을 한 것 같습니다. 군대는 가보지도 않은 까까머리 밤송이 신규 공무원에게 제식을 가르치려 하는 듯 여겨집니다. 내무과장이 캔트지 발랑거리는 종이짱을 들고 행정계장은 어깨를 수구리고 엄청난 교지를 읽는 都承旨(도승지)의 심정으로 발령장을 읽어 냅니다. 임용장 이강석 지방행정서기보에 임함. 1978년 5월15일까지 시보근무를 명함. 1호봉을 급함. 비봉면 근무를 명함. 1977년 5월16일 화성군수. 한글로 적힌 것을 한 글자도 빼지 않고 쫄깃하게 읽어줍니다. 내무과장은 낭송을 기다렸다가 어깨를 크게 움직이며 얇은 종이짱을 신규 공무원에게 넘겨줍니다. 근엄하고 엄숙하고 긴장감이 극에 달하니 숨을 쉴수 조차 없습니다.
▣ 1980년대 행정용어 初度巡視(초도순시) : 처음으로 그 관할 지역을 순회하여 시찰함. 執務檢閱(집무검열) : 근무하는 사무실의 각종 시설을 점검함. 割愛要請(할애요청) : 타기관 공무원을 우리에게 보내기를 요청함. 追加更正(추가경정) : 예산에 대한 추가 또는 변경 (追更) 隨意示談(수의시담) : 가격에 대한 협상 首題之件(수제지건) : 앞의 결재(보고)건에 대하여 乾畓直播(건답직파) : 마른 논에 종자를 직접 파종하여 농사를 지음. 小束立乾(소속입건) : 볏단을 작게 묶어 세워서 건조함. 小株密植(소주밀식) : 모내기 할 때 개수를 적게하고 좁게 심어줌. 生藁施用(생고시용) : 볏짚을 그 논에 퇴비로 다시 풀어 줌. 持參報告(지참보고) : 보고문서를 직접 가져와서 확인 받고 제출함. 韓牛入殖(한우입식) : 소를 키우기 위해 들여옴 企業養畜(기업양축) : 대규모로 가축을 사육함 水稻(수도) : 물 논에 심은 벼. 陸稻(육도) : 밭에 심는 벼 田作(전작) : 밭작물 管井(관정) : 지하수 개발 糧政(양정) : 쌀 관리행정 家禽(가금) : 집에서 기르는 조류. 닭, 오리 등 牝牛(빈우) : 암소 春耕(춘경) : 봄날의 논밭갈이 秋耕(추경) : 가을 논밭갈
1977년 흑백TV 자바라 문을 열다 고등학생 시절 명화극장, 토요명화 시간에 ‘빰빠빠바 빰빠바바’하면서 사자가 나타나고 별로 그려진 원을 따라 한번 울부짓고 나면 영화가 시작되고 에베레스트 산 정상의 사진이 원형으로 나타난 후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첫 장면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보다 2년 먼저 TV를 구입하시고 안테나를 설치하신 이웃집 아주머니께서는 밤 10시경에 마치는 연속극만 보시고 TV를 끄십니다. 관객들은 눈치껏 집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정말로 보고 싶었던 명화의 예고편만 잘 알고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잘 모르고 있는 이유가 설명되는 것입니다. 1977년 두 달치 월급을 모으니 흑백 TV 한 대를 살 수 있습니다. 동네에서 가장 늦게 안테나를 세운 집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1978년에도 1979년에도 토요명화, 명화극장은 계속되었습니다. 일요일 낮에는 어김없이 미국에서 撮影(촬영)된 영화가 상영되었습니다. 타잔, 600만불의 사나이, 소머즈 등 20대 청년이 보아야 하는,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은 늘 공급되었습니다. 그리고 형사콜롬보의 코트와 집요하게 범죄를 是認(시인), 自認(자인)하라는 언저리 질문에 진이 빠지기도 했습니다.
공무원 초기인 1978년경이면 정부의 추곡수매가 전략적으로 추진되던 시기입니다. 즉 정부가 벼를 수매한 후 양곡가격 안정을 위해 성수기에 방아를 찧어서 출하를 하는 이중곡가제가 실시되던 때였습니다. 요즘 2014년 현재에는 오히려 추곡수매를 더 받아달라는 농민들의 요구를 다 받아들이지 못하는 실정에 있습니다. 양정과는 이제 아주 작은 계로 축소되었고 많은 부분 민간에 위임된 듯 보입니다. 그런데 그당시에 아마도 양곡특별회계에 자금이 부족하였나 봅니다. 외상수매라는 제도가 생겨나서 군청에 불려가서 회의를 하고 수매를 시작하였는데 지나친 개인적 생각으로 일에 큰 시행착오가 발생하였습니다. 정부당국은 10월에 받은 벼(추곡수매) 20가마 중 10가마는 현금, 나머지 10가마는 외상으로 처리하였는데 이 외상의 정확한 시점에 대한 저의 이해가 부족하였습니다. 합리적인 생각으로 독자적 판단한 저는 10월수매분중 외상은 11월에 현금을 지급하고, 11월 외상수매분은 12월에 현금을 준다고 하고 수매를 하고 이른바 백지수표를 발행하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군청에서는 10월, 11월, 12월 수매중 외상분은 무조건 다음해 1월에 현금을 지급한다는 방침이었습니다. 군청 방침이
1984년경 행정기관 사무실중 발간실은 기계음과 종이 돌아가는 소리가 겹쳐 나오는 한편의 오케스트라 또는 오페라 공연장이었다. 하지만 요즘 발간실은 대부분이 기계화되었고 장비도 발전해서인지 클래식 연주처럼 조용, 고요하다. 그래서 36년 전 발간실의 모습을 청사진 실루엣으로 설명해 보고자 한다. 발간실의 주 기능은 갱지에 공문서를 인쇄하는 일과 각종 회의 자료를 만드는 것이었다. 우선 각 부서에 보낼 문서를 인쇄하여야 하는데 공문서 표지는 각 부서의 문서시행 담당자가 청색의 원단에 타자를 쳐서 가져온다. 그리고 첨부될 문서는 발간실에서 인쇄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 초기에는 가리방과 타자가 공존했는데 일본어인 듯 한 가리방은 말미에 언급한다. 우선 청색 타자 원단에는 미세한 그물망 같은 것이 있고 양초 성분의 막이 있는데 여기에 타자를 하면 글씨가 새겨지고 인쇄 잉크를 문지르면 갱지위에 검정색 글씨가 새겨지는 것이다. 요즘 말하면 실크인쇄 원리와 비슷하다. 그리고 첨부되는 지침서, 회의서류 등은 발간실에서 청타를 찍어 교정을 본 후 인쇄를 거친다. 청타는 앞의 공문서 작성과 비슷한 과정을 거치는데 글씨체가 打字(타자)체와 다르다. 인쇄활자를 찾아서 신문처럼 찍
▣ 아재 조크 어느 사장님이 컴퓨터를 열심히 치다가 비서를 불렀다. 사장 : 김 비서!!! 당신 알고 있는 새 이름을 말해 보아라. 비서 : 예 사장님, 비둘기, 까치, 참새가 있습니다. 사장 : 야 그것들 말고 흔하지 않은 새 이름을 알아봐라. 비서 : 왜 그러십니까? 사장님. 사장 : 글쎄 내가 새로운 문서를 저장할 때마다 '새 이름'으로 저장하라고 하는데 내가 아는 새 이름은 다 쓰고 없다. 어찌하면 좋은가?
이야기의 시작은 크리스마스 다음날 우리 팀 회식장입니다. 당시 사업소는 6급 팀장과 7급 차석, 8급서무(저요 저), 그리고 9급, 전문직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7급이 주축이 되어 일을 추진하고 연말에는 단합을 위한 회식을 하였습니다. 당시 우리 서무계에는 6급 팀장이 공석이었습니다. 9살 위인 7급 차석은 술이 약한 편이어서 회식을 할 때면 늘 신경을 쓰게 되는 분이었는데 이날도 소주 5잔을 드시면서 취한듯 보였습니다. 그래서 오늘 집까지 잘 모셔 드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당시 25세 미혼이었고 공무원 연금공단이 지은 임대아파트에서 월세 50,000원을 내던 시절이므로 집에 일찍 가는 것은 그리 중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1년을 회고하면서 현장에서 고생한 선배들을 위로하는 회식은 말 그대로 연말 강추위를 녹일 기세입니다. 더구나 당시의 소주는 지금처럼 19도 20도가 아니고 25도짜리 두꺼비 진로소주입니다. 정말로 소주 한잔을 들이키면 나도 모르게 꺄~~~소리가 절로나는 상황이었으니 아무리 젊은 나이라 해도 술에 장사는 없었을 것입니다. 워낙 추웠으므로 조금 과하게 술을 마셨어도 밖에 나오니 많이 춥습니다. 그리하여 다들 잘 가라고 인사를 한 후 선
▣ 공(○)치는 날 외상을 긋는다는 말은 1900년대에 선술집에서 잔술을 외상으로 거래하면서 생겨난 외상장부를 지칭한다고 했습니다. 글을 모르는 선술집 주모는 외상으로 잔술을 마시고 모아서 갚아주는 신용있는 거래자의 특징을 벽에 그렸습니다. 코가 큰 사람, 얼굴에 점이 있는이, 키가 큰 작업반장 등 각각의 특징을 벽에 그리고 그 옆에 외상술 숫자를 막대로 그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외상을 긋는다고 표현합니다. 요즘에는 신용카드가 외상을 대신하고 있으니 산골마을 가게가 아니라면 외상은 없을 것입니다. 외상장부를 대신한 것은 대형 벽걸이 달력이었습니다. 1960년대 공사장의 함바집에서는 이 달력에 급식인원수를 기록하였습니다. 글자와 숫자를 쓰는 함바집 주인은 달력 여백에 아침, 점심, 저녁에 급식 숫자를 기록하고 열흘 한달 단위로 외상급식 대금을 정산하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비오는 날은 공치는 날이라는 말이 생겨났습니다. 비가 오면 공사장에서 일을 못하므로 함바집 급식도 없으니 달력의 그날 날짜에 동그라미를 그렸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라고 합니다. 비슷한 시기에 博物(박물)장수들도 글을 몰라서 거래처 시골집 대문 문설주에 자신만의 祕標(비표)로 외상 금액과 다음번
▣ 奧妙(오묘)한 워드프로세서 2016년 현재 모든 공무원이 책상위에 마우스와 키보드의 깔끔한 디자인으로 제작된 PC를 한 대 이상 보유하고 있고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테블릿피씨 등 첨단 장비로 부장하고 있는 가히 ‘람보’급으로 중무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공직 상황은 많이 다릅니다. 1984경, 30여년전으로 돌라가보면 상황은 이러 합니다. 우선 계장님 양수책상을 중심으로 차석과 삼석이 비행기 대형으로 양 날개를 달고 이어지는 7급 8급의 책상이 도열해 있습니다. 천정에서 내려다보면 항공모함이 동해바다를 항해하는 형상입니다. 그리고 책상에는 검은색 전화기가 2대1조로 배치되어 총 8대가 있지만 전화번호는 2개입니다. 대개 행정전화 번호는 2422, 6422입니다. 이 전화기는 계장님 책상위에서 시작되어 서무담당에게까지 연결되어 있어서 흔히 앞 번호로 2번 전화 6번전화로 칭합니다. 그리고 책상위에 서류가 몇 장 쌓여있습니다. 결재판과 고무명판이 보입니다. 계장님의 명패와 이름 석자, 그리고 기결미결보류 함, 특히 당시에는 당당하게 자리한 대형 재떨이가 있습니다. 오전에 한 수북, 오후에 한 수북 담배꽁초가 쌓이곤 합니다. 컴퓨터는 없습니다. 컴퓨터가
▣ 독도여행 미스매칭 2008년 8월에 경기도의회 부의장, 당대표, 상임위원장, 재선이상 의원 40여명을 모시고 공무원 8명이 묵호항을 거쳐 울릉도와 독도를 방문하여 일본의 중등교과서 해설서에 독도를 일본 땅이라 주장한 것을 규탄하는 '독도수호 결의대회'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2016년에도 일본 교과서 70%가 같은 주장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독도일정 방문에 있어서 이른바 '미스매칭'이 발생하였습니다. 도의회 의원단은 묵호항 1박, 울릉도 1박의 2박3일 일정을 잡았는데 여행사간 미스매칭으로 울릉도 2박으로 판단하여 금요일이 아닌 토요일 배표를 확보하였고 일행은 금요일에 다시 돌아오는 일정으로 알고 여행을 시작하였습니다. 도의회를 출발한 버스 2대에 도의원과 공무원이 탑승하였는데 1호차와 2호차에 공무원 4명씩 분승하기로 하였으나 1호차에 의원님이 다수 승차한 관계로 공무원은 저 혼자만 남게 되었고 공무원 7명은 2호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한참을 달리자 생수를 달라는 주문이 들어왔고 물병과 휴지 등 이런저런 소품을 나르는 저에게 부의장님께서 "직원들도 함께 나르지"하시는데 "공무원 7명이 의원님께 자리 내드리고 2호차에 탑승 하였습니다"라고 답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