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 공무원은 지금 몇 시인가?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새마을운동이 전국에서 가을 단풍처럼 피어나던 때에 새마을 모자에 오토바이를 타고 고향 동네 시골에 출장 온 선배 공무원들의 모습에 매료되어 공무원에 들어 온 지도 20년이 넘었다. 그리고 어느덧 청년 시절 이상형으로 보았던 공무원의 일원이 되어서 나름대로 일하고 있다.

 

공무원 초년생 시절부터 일찍 출근해서 업무준비하고 요즘 같으면 추곡수매를 권장하고 퇴비증산, 그린벨트 단속 등 처음 접하는 일을 시행착오를 겪어가면서 면장님의 지휘를 받아 토요일, 일요일에도 출근하고 출장을 다녔다.

 

그리고 지금도 저녁 7시가 조금 지난 시각 사무실에 돌아오면 부서 인원의 반 이상이 일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우리 부서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대부분의 부서가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가끔 출근을 위해 택시를 타면 이렇게 일찍 출근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하고 친구들이 어쩌다 급한 연락이 있어 집으로 전화했다가 출근했다는 말을 듣고 사무실로 전화를 하거나 요즘에 너무나 흔해진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면서 아침 시간 사무실에 있다는 말에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정시에 출근하고 땡 치면 퇴근하는 것이 공무원이고, 월급은 적어도 늦게 출근, 정시퇴근하는 맛에, 그리고 봉급 꼬박꼬박 나오는 맛에 공무원 하는 것 아니냐고 농담을 한다.

 

물론 '땡 출·퇴근'”이 있었다고 선배들로부터 들었다. 요즘에는 공무원 봉급일이 휴일이나 토요일이면 하루 미리 통장에 입금해 주지만 과거에는 출퇴근은 '땡…'이었지만 봉급은 滯拂(체불)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정시 출퇴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는 업무의 내용이 달라졌다는 말이다.

 

과거의 행정권한은 중앙에 집중되어 있어서 전국에 획일적으로 下達(하달)된 내용에 따라 집행되었다. 강원도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다음날 아침 경기도에 출근을 해도 바로 업무를 볼 수 있을 정도로 일하는 방식이 비슷했다. 그러나 지방자치 이후 행정은 달라졌다.

 

 

실제로 경기도의 행정을 들여다보면 군인과 경찰만 없는 정부의 모습이다. 외국과의 직접 교류는 물론 외국 바이어를 불러서 수출상담을 주관하고 있다.

 

주변 시도와 현안사항을 협의하고 조정하면서 교통, 환경 등 광역행정을 추진하고 문화․체육 진흥에 노력하고 있다. 부천 쓰레기자원화시설은 경기도는 물론 서울-인천시가 함께 활용하게 된다.

 

중앙집권적 행정의 결과 현실여건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집행과정의 시행착오를 적기에 개선하지 못하는 법령과 실정에 맞지 않는 제도가 주민생활에 불편을 줌은 물론 경제성장이나 국제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남아있었다.

 

이 같은 문제점을 도내 공무원들이 법령을 검토하고 외국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전문가의 자문을 받는 등 다각적인 노력과 연구를 거듭하여 20개가 넘는 법령을 개선했다. 여기에는 국회의원의 서명과 본회의 의결이 필요한 법의 제정이나 개정도 포함되어 있다.

 

정책을 연구하고 결정하는 업무는 시간과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공무원들은 아침 일찍 출근하고 밤까지 일해야 하는 것이다. 연공서열로 세월이 가면 승진하는 시대가 가고 일반 기업과 마찬가지로 연구하고 노력해야 하는 기업형 행정기관으로 변모하고 있다.

 

지금도 일부에서는 행정은 컴퓨터가 계산을 대신하고 첨단장비가 행정을 지원하는 상황에서도 공무원수가 부족하다는 말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공무원 수는 1994년 5천133명, 1996년 6,001명, 2000년말 현재 일반직 2,447명, 소방직 3,197명 등 5천644명으로 조금 줄었다.

 

1996년에 소방직 공무원이 일반직을 추월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24시간 비상근무하는 소방공무원은 이른 출근이나 야근으로 대체할 수 없는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업무이기 때문이다.

 

 

[저자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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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오산#남양주 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