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산 청량사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청량산 청량사에 다녀왔다. 신라 문무왕3년(663)에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경북 봉화군 명호면 북골리에 있다. 주소를 입력하고 목적지에 도착했으나 사찰이 보이지 않았다. 1982년에 경상북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바 등산객을 위한 주차장과 화장실이 마련되어 있다. 주차장시설과 차량에 집중하다보니 왼쪽 가파른 길가에 세워진 청량사 입구라는 돌간판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청량사 입구를 지나 공원안으로 수백미터를 더 올라갔으나 사찰을 발견하지 못하고 다시 유턴하여 사찰의 일주문을 건립중인 하천부근까지 내려와서 다시 주소를 입력하고 목적지 부근에서 이리저리 청량사를 찾았다. 그리하여 글씨조차 잘 보이지 않는 청량사 입구 안내석을 발견했다.

 

차분하게 가파른 길을 올랐다. 신발속에서 발이 미끄러지는 느낌이 든다. 그만큼 비탈이 심하다. 차가운 초겨울 날씨로 숨이 가쁘다. 속도를 늦추고 걸었다. 대부분의 사찰이 산 중턱 이상의 자리에 있으니 청량사를 만나려면 구도자의 심정으로 차분하게 장시간 걸어야 할 것이라는 다짐을 했다. 실제로 거대한 바위를 오른편에 두고 오르고 돌고 다시 좌측으로 돌고 우측으로 걷기를 반복하다보니 돌탑이 보인다. 작업복을 입은 분이 비탈길의 낙엽을 기계바람으로 날리고 있다. 많이 오지는 않으나 그래도 신도의 안전을 위한 작업인듯 보인다.

 

숨이 턱밑을 치고 올라올 즈음에 마지막 가파른 계단이 나온다. 최근에 들인 등산화를 신은 바이지만 이쯤에서 다시 끈을 조였다. 한겨울에 폭설이 내리면 스님들도 오르기 어렵겠다. 싸리비로 눈을 쓸면서 오르는 모습이 그려진다. 평지도 많은데 사찰은 왜 이처럼 가파른 길 위의 찬바람이 쌩하게 부는 곳에 자리해야 하는 것일까 생각해 본다. 청량사는 화장실조차 화두에 이른다. 가파른 철계단을 힘겹게 오르고 올라야 도착하는 해우소. 해우소에 다녀오면 다시 걱정이 생길 정도다.

 

사찰 건물이 보이는 시점에도 처음부터 같은 각도의 비탈길을 힘겹게 올라가 대웅전에 도착했다. 고려 공민왕의 칠필로 쓰여진 '유리보전'의 현판이 보인다. 유리보전은 약사여래불을 모신 곳이란 뜻인데 양사여래불은 모든 중생의 병을 치료하고 수명을 연장해주는 부처님이라고 한다. 12번 절을 올렸다. 

 

산 중턱에 자리한 사찰의 전체를 살펴보면서 원효대사는 왜 이처럼 높은 지대에 자리를 정해 사찰을 창건했을까 생각해 보았다. 어려서 들은 이야기로는 조선시대에 숭유억불정책으로 인해 사찰이 산으로 들어왔다고 했지만 조선시대보다 훨씬 전인 신라시대에도 이같은 자리를 정한 것을 보면 불교는 처음부터 속세를 떠난 곳에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사찰 안에서도 수도승의 공간은 더 뒷편에 자리하고 있다. 각종 시설을 한곳에 집중하기 보다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배치한 듯 보인다. 모든 과정속에서 시간과 공간의 조화를 이루고자 함인듯 보인다. 하나의 건물안에 집무실, 회의실, 상황실, 식당을 갖춘 현대식 건물과는 다른 배치를 볼 수 있다. 각각의 기능에 따라서 배치된 건물의 기능적 연결을 도모한 것으로 보인다. 

 

원효대사는 승려나 불자들이 청량사에 오르는 것만으로 구도와 득도의 길을 이루도록 하기위해 이 자리를 정한 것일까. 한겨울 눈을 치우면서 민가에 내려와 탁발을 하고 꽁꽁얼어버린 주먹밥을 들고 미끄럽고 가파른 이 길을 올라 원로스님께 공양을 올리고 법어를 들으며 수도의 길을 가도록 함일까 생각해 본다. 

 

하산길에는 등산화 속에서 발이 아래로 쏠린다. 발레리나가 역동적인 동작을 구현할때의 발가락은 이보다 더 강한 무게를 느낄 것이지만 평소 평지만을 걸었던 발가락이 아프다. 아프니 스님과 신도를 걱정한다. 혹시 원효대사가 후대에 전하는 메시지일까. 가파른 산 중턱에 자리를 잡은 이유를 법어로 전하는 것일까. 청량산 청량사에서 탬플스테이를 한다면 삼일정도 참여해 보고 싶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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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오산#남양주 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