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들의 걱정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시장을 보러 가면서 아내는 식탁 위의 소고기 삶은 것을 절대 만지지 말라 합니다. 평소에 부엌살림에 관심이 많은 남편이기 때문입니다.

 

 

이날도 소고기를 삶아내면 그 다음은 잘게 찢어서 떡국 고명으로 올리거나 미역국의 고기로 넣기 때문에 이를 설익은 과일처럼 파악한 남편이 손을 대거나 작업을 할 것으로 예상되어 미리 걱정을 하는 것입니다.

 

집에 음료수나 음식을 먹은 빈 그릇이 그대로 싱크대에 방치되지 않습니다. 일단 자신이 먹은 그릇은 물론 가족의 것조차 수시로 씻어서 정리를 하기 때문입니다.

 

아내는 밤 늦게 퇴근하여 저녁을 먹는 남편의 식탁에서 다 먹은 빈 그릇을 집어 갑니다. 한 개라도 다 쓴 그릇이 보이면 가져가서 개수대에서 썻어서, 설거지를 해서 정리합니다.

 

남편도 아내의 부지런함을 배워서 설거지를 잘 합니다. 남편은 식사를 빨리하는 편이니 자신의 것을 먼저 정리합니다. 아내가 식사 중인데 그릇이 보이면 가져갑니다. 더러는 설거지를 설쩍 미루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내가 설거지를 미루는 것은 아니고 다른 일을 하거나 다음 끼니에 먹을 것을 준비하고 있으므로 남편이 들어가서 큰 그릇을 정리합니다.

 

주방의 설거지에는 순서가 있습니다. 우선 큰 그릇을 정리하여 제자리로 보냅니다. 수저 등 잘잘한 것은 큰 그릇에 담아주고 나중에 일거에 정리하면 됩니다. 큰 것 작은 것이 혼재되면 주방이 혼란스럽습니다.

 

그리고 기름이 담긴 그릇과 보통의 찬을 담은 그릇을 구분하는 것도 지혜중 하나입니다. 기름기 적은 음식이 담겼던 그릇을 아래에 놓고 그 위에서 기름기 뭍은 식기를 세척하는 것은 안되는 일입니다.

 

기름기가 많은 그릇에 쓰는 세제의 양과 보통의 간단한 그릇에 쓰는 세제의 양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같은 그릇을 차곡차곡 모아서 한줄로 쌓아놓고 차례대로 정리하는 여유를 가져야 합니다.

 

더러는 아내가 미루고 있는 것을 남편이 정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평소에 아내는 늘 설거지를 하는 것이고 남편은 어쩌다 한번 도와주면서 크게 생색을 내고 있습니다.

 

혹시 다른 집은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방송에서 남편이나 가족이 싱크대에 방치한 빈 그릇을 보면서 아내가 화를 내는 장면을 볼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 집에서는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음식물쓰레기를 부부가 서로 버린다고 경쟁을 하고 쓰레기봉투가 차기도 전에 버리다가 아내의 항의를 받기도 합니다.

 

오죽하면 남편은 쓰레기봉투를 살짝 묶어서 들고 나갑니다. 내용물이 부족하여 조금 더 조여 매면 아내는 더 들어갈 자리가 있는데 일찍 버린다며 쓰레기봉투를 빼앗아 갑니다.

 

남편의 생각은 쓰레기봉투에 쓰레기를 넣었다면 2일 안에 버려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양이 차고 안 차고의 문제가 아니라 이틀 이상 지나가면 쓰레기에서 균이 집안 전체에 퍼져 나갈 수 있다는 염려를 하는 것입니다.

 

過恭(과공)은 缺禮(결례)라고도 합니다만 남편이 집안일을 돕는 것에 대해 아내는 늘 자신의 눈높이로 보고 걱정을 하거나 그 상황을 이야기합니다.

 

남편이 빈둥거리지 않고 작은 일이라도 집안일을 도우려 한다는 면으로 보면 칭찬 할 만한데 아내는 칭찬은 박하고 평가는 능합니다. 그런 아내를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절대로 적응하거나 길들여지는 것이 아니라고 항변해 봅니다. 그래서 최소한의 역할만 하다 보니 남편 자신이 무기력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아내의 일상은 늘 바쁨니다. 집안에서 해야 할 일이 시간대별로 기다리고 있으니 모든 일을 순서대로 해야 합니다.  빨래는 그 자리에서 건조하고 제자리에 배치해야 합니다.

 

크고 작은 집안일이든 대소사이든 아내가 중심에 서고 싶어하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집안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대로 보고 들리는 대로 듣자고 제안해 봅니다.

 

아내가 하고자 하는 일은 하도록 하고 무거운 것이나 쓰레기 버리기 등 남자가 할 수 있는 일만 하는 것도 방책의 하나입니다. 어쩌면 혹시 母系社會(모계사회)라는 것이 이런 생활인가 봅니다.

 

火星(화성)남자 金星(금성)여자라는 책이 있습니다. 화성에 살던 남자와 금성에서 성장한 여자가 만나서 地球(지구)에 사는 이야기입니다. 각자의 생활방식이 다른 남녀가 부부가 되어 한집에 사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 부부가 이 정도 구분하고 도우면서 사는 것이 참으로 대단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금성과 화성은 지구에서 보니 그 관계성이 느껴지는 것이고 태양을 중심으로 돌고 있음을 이해할뿐 두 행성간에 연관성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 환경속에서 태어나고 교육받고 대략 25년~30년을 각자의 환경과 여건속에서 살아온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지구에 살림집을 차린 것입니다. 그동안 아내와 남편을 서로 이해하지 못한 것을 이제는 받아들여야 합니다.

 

남편이 아내를 돕지 못한 것을 사과해야 합니다. 하지만 금성에서 돕는 방법과 화성에서 도움을 받는 방식이 크게 다라다는 점도 깨달아야 합니다.

 

사실 경기도내 화성시와 수원시는 과거 수원군에 함께 존재했고 오산시도 화성군 안에 있었습니다. 수원과 화성 경계의 비행장을 수원시는 이전하여야 한다 하고 화성시는 안된다고 합니다.

 

수원 郡(군)이거나 진즉에 화·수·오시로 통합되었다면 시의회에서 검토하고 시장이 결정해서 도지사에게 전하고 중앙정부에 건의해서 국제공항을 설치하고 군 공항도 이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화·수·오시라면 그 수입재정이 비행장이 이전한 지역과 그 인근에 배당되고 관리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수원시의 공항이전 수익이 화성시로 가는 것은 그해 한 번뿐일 것입니다.

 

지방재정은 위에서 아래로, 정부에서 자치단체로, 도에서 시청으로 흘러갑니다. 위로 오르지 못하고 옆으로 흐르지 못하는 것이 지방재정의 자금인 것입니다.

 

아내의 걱정이 비행장 이전까지 언급하게 되었습니다만 莊子(장자)에 대한 강의를 들어보니 오늘날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크고 작은 걱정은 그냥 편하게 받아들이면 되는 일이었습니다.

 

제사는 정성이면 된다하더니 성균관에서 튀김 음식은 올리지 말라하고 茶禮(다례)와 祭禮(제례)가 혼용된 것이니 茶(차)한잔 올려도 제례에 부족함이 없고 과일, 포, 국을 올려도 조상님께 부족함이 없다 합니다.

 

이를 보면서 과거 정부가 가정의례준칙을 발표하면서 국민을 계도하였지만 관주도보다는 민간중심의 사회적 문화를 바꾸는 전략이 오히려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방법은 바람을 불어대는 것보다는 뜨거운 태양을 비추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더우면 나그네 스스로 옷을 벗지만 바람이 불면 옷깃을 여미기 때문입니다.

 

이제 아내의 걱정이 없도록 액션을 줄이고 생각을 많이 하고자 합니다. 쓰레기를 버리고 재활용하는 일에는 앞장을 서고 크고 작은 집안일은 아내의 눈치를 보면서 행하되 가급적 액션을 줄이고자 합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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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오산#남양주 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