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용산역 구간 기차안에서 홍익회 회원들이 계란을 팔고 있습니다. 삶은 계란, 삶은 계란! 승객중에는 인생에 회의를 느껴서 기차여행을 통해 사색에 잠겨보고자 하는 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분은 홍익회원의 "삶은 계란"이라는 외침을 듣고 '인생을 계란처럼 둥글게 살기로' 마음먹고 수원역에서 하차해 정착했다고 합니다.
조선 정조시대에 수원 팔달산 주변에 유명한 학자가 살았다고 합니다. 정조는 사람을 보내서 이분을 모셔오라 했습니다. 높은 벼슬을 주어서 조선을 잘 통치하기 위한 인재영입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학자는 왕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정조는 화공을 보내서 이분 학자가 살고 있는 곳의 그림을 그리도록 했습니다. 요즘이면 스마트폰으로 찍어서 카카오톡으로 보내면 될 일이지만 당시에는 그런 IT는 없었고 사람이 오가고 봉화 불 4개에서 뿜어대는 연기를 통해 의사소통을 했습니다.
화공이 그려온 그림을 본 정조는 이 지역은 참으로 四通八達(사통팔달)하니 살기 좋은 곳이고 그래서 이분 학자가 입궐을 하지 않으시는구나 하면서 더 이상 초대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요즘에는 불러만 주시면 달려가는데 조선시대 학자들은 剛斷(강단)이 있었나 봅니다.
저 역시도 인생은 '삶은 계란'처럼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산시청에서 공무원들에게 삶은 계란을 나누면서 느낀 바입니다. 가장 저렴한 금액으로 가장 큰 소망을 전할 수 있었습니다. 삶은 계란을 통한 소통의 방식을 알아냈습니다.
삶은 계란의 출발은 청렴행정 강의입니다. 오산시가 2년연속 청렴기관에 선정되었고 여러 기관에서 청렴강의 요청이 왔습니다. 과장님이 나가시다가 어느 날에 다른 분도 갈 수 있다 했습니다.
거기에 가서 받은 강사수당 역시 청렴하게 써야 하는데 전체 공무원들과 나눌 수 있는 방법은 삶은 계란이었습니다.
군대에서 30명 소대원이 1,000원을 나누는 방법중 하나는 은단을 사서 한알씩 먹는 것이라고 합니다. 은단은 그 향이 독특해서 작지만 큰 여운을 줍니다.
그러니 1,000원짜리 단팥빵을 쪼개어 먹는 것보다 이미 알갱이로 나눠진 은단을 각각 한 알씩 먹는 것이 가장 공평하고 그 향도 깊을 것입니다.
청렴강의 수당으로 수박을 사서 나누고 땅콩도 주고 귤을 사기도 했습니다만 배송, 분배, 느낌의 가치를 최고도로 이룩할 수 있는 방식은 역시 '삶은계란'이었던 것입니다.
여러번 본청과 계란을 나누고 사업소, 동사무소까지 계란을 나누자 일부 정치권에서는 사전선거운동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기도 했다합니다.
주변의 어떤 평가가 있어도 나눔은 보람이고 기쁨입니다. 나눌 수 있으니 행복한 일입니다. 이후에도 계란 나눔은 이어졌습니다. 혹시 양계협회에서 아시면 감사장이라도 카톡으로 한 장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