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전에서 중요한 화두는 ‘과공은 결례’라는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음식을 가득 차려놓은 주부가 ‘차린 것이 없다’고 말하고 손님은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라고 치하의 말을 합니다.
그동안 보아온 상다리는 튼튼해서 상위에 음식을 많이 올라가도 휘거나 부러지지 않을 것으로 보였으며 상의 중간부분이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부러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1980년대에는 기관장이나 간부의 승용차가 도착하면 벌컥하고 문을 열었습니다. 2022년 오늘은 기관장 차량의 문을 열지 안습니다. 요즘 기관장은 차량안에서 결재를 하고 서류를 검토하고 전화 통화를 하기 때문입니다.
국가기관 중 의전을 중시하는 기관의 장이 현관에 도착하는 모습을 2층 창문을 통해 본 기억이 있습니다. 차 안에서 누군가가 하나둘 구호에 맞춘 듯이 운전석, 조수석, 운전석 뒤편 문이 잠자리 날개처럼 동시에 열리고 수행비서가 내려서 기관장의 차문을 박력있게 열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대통령, 도지사, 장관의 차량이 도착했을 때 수행팀이나 비서, 경호팀에서는 차분하게 여유롭게 차문을 열고 내린 후에도 여유롭게 차문을 닫습니다.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직접 문을 열고 내려서 문을 닫는 기관장이 참으로 멋져보입니다.
1982년경에 경기도청 간부를 모시고 행사에 갈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무실 다른 선배 2명이 함께 타고 가야하는 상황이어서 운전사 옆자리, 뒤편 한자리는 공무원이 타고 있었습니다. 과장님 사무실에서부터 수행해서 차량 앞에 도착하여 뒷문을 열고 타시도록 안내했습니다.
하지만 과장님은 저에게 먼저 타라 하십니다. 8급이 5급 국비과장님, 요즘으로 서기관 과장님이 승차하라 차문을 열어주신 격이 되니 대단히 송구하게 되었습니다. 단호한 과장님 말씀에 탑승하여 3명 가운데에 앉아서 사무실로 향했습니다.
사무실 선배에게 차량탑승 예절을 배웠습니다. 앞자리에 비서격의 공무원이 차문을 열어 과장님을 태웠어야 했습니다. 저는 뒷자리 중간에 미리 탑승하여 대기하는 것이 맞습니다. 가는동안 3인의 중간에 타보니 다리위치가 불편하고 양측의 어르신에게 기대지 않으려 중심을 잡기도 어려웠습니다.
차량탑승 의전을 제대로 배워보니 기사가 운전하는 차량의 상석 1번은 대각선 뒷자리이고 동료가 운전하는 차량의 상석은 옆자리입니다. 뒷좌석의 중간은 5번의 자료입니다.
다음으로 식당에서의 의전입니다. 과장, 팀장, 주무관 10명이 식사를 하는 경우 서무담당 주무관은 펄펄 끓어오르는 해장국을 가져온 식당 여사님에게 첫 번은 과장님, 두 번째는 주무계장님에게 드리라고 참견을 합니다.
의전을 챙기다가 그릇이 넘어가면 주변 동료들이 큰 화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절대로 누구에게 먼저 주라 말하면 안됩니다. 여사님들은 그동안 이 같은 불필요한 의전으로 스트레스를 겪고 있고 그래서 좌중의 연장자나 가운데 분에게 먼저 드리려고 노력합니다.
더구나 뜨거운 국물을 10초 먼저 받아서 인생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크게 행복하지도 않습니다. 자리에 앉은 순서이든 여사님의 판단이든 그날 그 식당에서 한그릇 받으면 행복합니다.
그리고 매운탕이 잘 끓으면 상사의 접시를 가져다가 국자로 떠드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또한 저는 반대입니다. 먼저 뜨시도록 하는 것은 바른 의전에 접근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여기서도 순서 의전의 사건이 발생합니다. 뜨거운 국물을 떠서 주는데 자신이 받을 순서가 아니라고 손으로 떠밀다가 국물을 흘리고 손가락에 뜨거움을 느끼는 경우가 있습니다.
누군가가 친절하게 뜨거운 국물을 떠서 주면 고맙다 하면서 즉시 받아야 합니다. 뜨거운 국물그릇을 빨리 전하고 신속하게 받아야 합니다. 불필요한 의전으로 국물 그릇을 밀고 당기는 것은 큰 결례이고 의전도 아닙니다. 더구나 매운탕의 어느 부분을 뜨는가는 개인 선호가 다르답니다.
결국 의전의 바른 길은 의전을 받는 분이 편안해야 한다는 점에서 지름길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과도한 움직임보다는 차분하게 상사의 움직임에 맞추는 템포가 중요합니다. 엘리베이터를 미리 잡아서 다른 분들이 기다리게 하는 것은 의전이 아니라 민폐입니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할 때까지 잠시 여유롭게 기다리는 것도 의전입니다. 오늘 행사에서 잘된점을 말씀드리는 기회로 삼아도 좋을 것입니다. 엘리베이터가 오지 않는다고 조급함을 나타내며 버튼을 연속으로 누르는 것도 의전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과도한 액션은 의전이 아니라 오히려 불편을 드리는 일입니다. 움직임에 맞춰서 앞서거나 따라가는 물흐르듯 왈츠곡에 맞춰서 춤을 추듯이 움직이는 소리없는 의전이 모두를 편안하게 하는 의전의 멋진 모습입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