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본지 오래됐습니다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대략 20년 전부터 젊은 층에서 쓰는 말 중에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같아요’라는 말에 대해 마음속으로 늘 거부감이 있었습니다. 뉴스 인터뷰에 나온 젊은이들은 ‘벚꽃이 참으로 아름다운 것 같아요’라고 말합니다. 꽃이 아름답습니다. 주변과 어울려서 경관이 멋집니다.

 

 

확신에 찬 의지를 표현하는 용어를 썼으면 하는데 불확실하고 책임감 없는 표현입니다. 내일아침 동쪽 하늘에서 태양이 떠오를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다음으로 일정기간이 지나서야 그런 상황을 마주하는 경우에 ‘맛있는 고기를 먹어본지 참 오랜만입니다’라는 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익숙했는데 요즘 대중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맛있는 고기를 안먹어본지 오래되었다’는 식으로 표현합니다.

 

외가에 안 간지 오래되었다고 합니다. ‘라떼’ 세대여서인가, ‘외가에 다녀온지 오래되었습니다’가 익숙합니다. 왜 긍정보다 부정적인 표현을 할까요.

 

10대 전후의 아이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더더욱 답답합니다. 엄마, 나 화장실 가면 안돼요? 아주머니 여기 공기밥 하나 더 주시면 안되요? 엄마와의 대화, 식당등 다중이 함께하는 공간에서 간간이 들리는 아이들의 대화내용도 답답함을 줍니다. 왜 안 되는가 물을까요.

 

엄마, 나 화장실에 가야겠어요.

아주머니 여기 공기밥 한 그릇 더 주세요.

 

부드럽고 말하기 편하고 듣기에도 행복한 말이 있는데 왜 否定(부정)적으로 ‘안되는가’ 질문을 할까요.

 

TV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비슷한 말을 듣게 됩니다. 방송에 나오셨으니 신곡 한번 불러주시면 안되요? 가수가 자신의 노래를 예능 방송에서 부르지 못할 이유가 하나라면 불러야 하는 이유는 10가지가 넘을 것입니다.

 

그런데 왜 진행자가 다른 출연자들은 대본에 이미 노래를 시키기로 쓰여져 있는데 ‘신곡을 불러주면 안돼요?’라고 대화를 진행할까요.

 

식당에서 공기밥 한그릇을 추가하면 1,000원정도가 추가됩니다. 식당주인으로서는 한 그릇이라도 더 팔면 이득이 됩니다. 그렇게 돈을 내겠다는 의사를 가지고 주문하면서 왜 식당주인에게 ‘공기밥 한그릇을 주면 안되는 이유’를 물을까요.

 

아이나 어른이나 엄마나 누구나 당연히 화장실을 가야 하는 것인데 왜 아이들은 엄마에게 ‘화장실을 가면 안돼?’라고 질문을 할까요. ‘안 돼요~?’를 반복하면 ‘돼요~!’가 된다는 조크가 있습니다.

 

혹시 아이들, 젊은이들이 안돼요라는 질문을 많이 쓰는 이유가 우리의 육아방식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엄마들은 아이들을 키우면서 긍정의 칭찬보다는 부정적 생각을 반영하여 안 되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반성해 봅니다.

 

지금 70세 전후의 장년들이 어렸을 때에는 전기가 없었고 차량도 귀했으므로 사회전반에 위험요인이 적었다고 가정해 봅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부모들이 하루 24시간 아기를 돌보고 있습니다. 그러니 아기의 일거수일투족을 관리하고 위험요인을 제거해 줍니다. 유치원 다니는 자녀에게도 이런저런 위험상황에 대해 적극 케어하다보니 늘 제재를 하고 통제를 하고 안된다는 말을 반복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안된다’를 익혔고 그래서 되는지 안 되는지에 대한 질문에 ‘안되나요?’를 쓰는 것은 아닐는지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아울러 엄마들이 ‘우리 아이는 치킨과 피자만 좋아한다’하시던데 닭백숙이나 김치전, 녹두전을 만들어 주지 않고 전화하면 금방 배달되는 피자와 치킨주문에만 매달린 것은 아닐까 반성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사회의 유통구조에서도 전화하면 발보다 빠른 오토바이 바퀴를 타고 달려오는 치킨, 피자 등이 앞서고, 70대가 어려서 익숙하게 맛을 익힌 닭고기 백숙이나 파전, 부치미 등은 냉장포장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부정적 표현을 하지 말자는 말씀을 드리면서 사회자들에게 당부드리겠습니다. 행사에서 ‘회장님의 간단한 인사말’에서 '간단한'이라는 용어는 빼셔야 합니다.

 

그리고 ‘뒤늦게 오신 의원님을 추가로 소개합니다’하지 마시고 ‘바쁘신 가운데 행사에 오신 의원님을 소개합니다’로 정제하여 표현하시기 바랍니다. 일부러 늦게 오신 것이 아니라 바쁘신 가운데 시간을 쪼개어 행사에 오신 고마우신 분이니까요.

 

안 본지 오래된 것이 아니라 마주한지 오래된 것이고 공기밥 추가할 수 있으니 '공기밥 주시면 안되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됩니다. 예쁜 것 같은 것이 아니라 꽃이 예쁩니다. 공기밥 하나 더 주세요. 멋진 노래를 불러주세요. 더이상 불러주시면 안돼요라 말하지 마세요.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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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오산#남양주 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