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장

아침을 맞이하면 또 하루를 시작하는 것을 인식하게 됩니다. 80년을 사신 분이나 8세의 아이도 모두 하루하루를 사는 것이지 긴 세월을 일시에 살아내지는 못합니다. 신이 인간에게 준 시간은 그렇게 매일매일로 쓰도록 되어 있습니다.

 

 

3년을 묶어서 중학교, 고등학교를 검정고시로 6개월이나 1년만에 통과하는 제도가 있기는 합니다만 대부분은 3년간 중학생으로 다니고 3년을 고등학생이 되어 공부해서 대학으로 가거나 직장을 잡게 됩니다.

 

그런데 중고등학교 3년과 세해는 짧게 느껴지고 군대 2년은 길다고 합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는 경우 5년은 후다닥 지나가서 어느새 30이 넘고 부모님으로부터 결혼하라는 주문을 받으며 스트레스로 술을 퍼마시고 밤길을 방황하는 젊은이도 있습니다.

 

혹시 세월을 壓縮(압축)할 수 있다면 40년만에 이룩한 회장님의 성과를 4년으로 含蓄(함축)하는 성과를 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누구나 세월을 거스리지 못하고 미리 달려가지도 못합니다. 기본 40년을 살고나서야 살아온 과정에서 이룩한 몇가지 성과를 자랑하게 됩니다.

 

그래서 장년들의 입에서는 '라떼'라는 말이 나옵니다. 내가 직장에 다닐때에는 참으로 어려웠고 임금도 박했고 근무여건은 팍팍했다고 말합니다. 누구나 자신의 과거는 힘들었고 당신의 현재는 행복하며 우리의 미래는 보이지 않지만 희망은 있다고 말합니다.

 

그런 세월과 환경을 거치면서 우리는 오늘을 살고 오늘 하루에 이룩함을 통해서 미래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그런 나날들이 모이고 쌓이면 그것이 자신의 인생을 완성해 나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완성이라는 말을 인생에서 쓰기는 어렵습니다. 평생을 노력하여 그 무엇인가를 이룩하려는 노력의 과정인 것이지 인생에서 이룩한 결과로 만족하기는 어렵습니다.

 

재벌회장도 전직 대통령도 사업가, 예술인, 시인, 직장인, 작가 모두가 미완성의 상태로 마무리하는 것입니다. 방송에서 보니 현대판 고려장이 있다고 합니다. 고원지대에 사는 가족은 보름에 한번 가축의 초지를 찾아서 이동해야 하므로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사막 벌판에 엉성한 텐트에 모십니다.

 

홀로 척박한 음식을 먹으며 버티게 되는데 보름후 사망하면 장례를 치르고 생존하면 다시 보름치 음식을 제공한다고 합니다.

 

자식도 알고 노인도 아는 현대식의 고려장인데 전에는 토굴을 파고 모셨는데 정부에서 이성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를 들어 이를 금지하였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으니 토굴이 엉성텐트로 대체되었을 뿐 이른바 '고려장'이 현실이 되었다고 합니다.

 

우리 역사에도 고려장이 있었습니다. 어느날 나이든 할아버지를 아버지가 지게에 지고 산속에 가서 나무 아래에 자리를 잡도록 내려놓고서 아버지를 지고온 지게를 버리고 하산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아들이 그 지게를 지고 아버지를 따라서 산을 내려왔습니다.

 

"아들아, 그 지게는 여기에 버리고 가는 것이다."

"아닙니다. 나중에 아버지 나이 들면 이 지게에 지고 와서 이곳에 내려놓으려 합니다"

 

아버지는 아들의 말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제도와 관습이 고려장을 하도록 했지만 자신만은 아버지를 봉양하겠다 생각하고 아들이 되가져온 지게에 아버지를 모시고 집에 와서 잘 모셨습니다. 

 

이 같은 이야기를 전해들은 왕이 고려장 제도를 폐지했다고 합니다. 먹을 것이 부족해도 자신이 먹을 것은 가지고 태어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니 인위적으로 고려장을 하는 것은 안될 일입니다. 최선을 다해서 신이 주신 천수를 누려야 합니다.

 

다음으로 어려운 문제를 풀어낸 신하 이야기입니다. 경쟁국에서 침략하여 땅과 성을 빼앗을 명분을 얻기 위해 어려운 문제를 냈습니다.

 

어미말과 새끼말 구분법, 여러번 구부린 유리대롱 속으로 명주실을 끼우는 문제였습니다. 신하들이 지혜를 모았지만 어미말과 새끼말이 거의 외형이 같은데 어찌 구분할까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미로속으로 명주실을 끼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신하중에 당대에 관습으로 이어오던 고려장을 지키지 않고 노부모를 모시는 이가 있었습니다. 신하는 아버지에게 유리관속에 명주실을 꿰는 방법을 물었습니다.

 

그리고 개미허리에 명주실을 매어서 이쪽 대롱속에 밀어넣은 후에 유리대롱 전체를 검은 천으로 가린 후 반대푠 구멍에 불빛을 비췄습니다.

 

밝은 곳으로 가고자 하는 개미는 불빛을 따라서 대롱안을 이리저러 돌아서 반대편으로 나왔고 가늘고 부드러운 명주실이 복잡한 미로를 형성한 대롱안에 끼워졌습니다.

 

과거에는 개미를 이용해 명주실을 끼웠지만 요즘에는 작은 로봇을 이용하여 하수구나 닥트, 공동구 등을 검사하고 철사줄을 길게 끌어넣은 후 더 굵은 통신선이나 기타 자재를 미로속으로 장착하는 공법이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신하는 어머니에게 어미말과 새끼말 구분법을 배웠습니다. 어머니 말씀이 하루정도 두마리 말에게 먹이를 주지않고 기다렸다가 두마리를 세워놓고 중앙에 먹이를 주었을때 먼저 먹이를 먹는 말이 새끼말이라는 지혜를 주셨습니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어미말은 새끼말이 먼저 먹이를 먹도록 배려한다는 진리를 이용한 것입니다. 그래서 못된 인간에게 우리는 금수만도 못하다고 합니다.

 

현대판 고려장을 보면서 누구나 생노병사를 거쳐서 이세상을 떠나가지만 살면서 좋은 성과를 남기고 글을 쓰고 책을 만들어내는 것이 나름의 큰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누구나 세상에 태어나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수천년, 수만년 이어온 인류이니 오늘을 사는 우리는 긴 세월속에서 일부를 장식하는 참으로 소중한 삶을 살고 있다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침 절하기를 마친후에 이같은 소감문을 무난하게 써나갈 수 있는 지혜를 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리고 매일 매사 챙겨주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마치 책의 서문 같은 이야기입니다만 모든 문장속에 진실을 담고 인생의 의미를 실어서 정리하는 이같은 작업을 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인생의 큰 가치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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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오산#남양주 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