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글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계엄선포와 탄핵, 그리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정치상황을 보면서 무슨 말을 하고 어떤 글을 써야하는가 중심이 잡히지 않는다는 말만 하고 있습니다. 정말로 어떤 주제를 가지고 글을 써야하는가 고민을 하곤 합니다. 마치 꿈에서 깨어난 듯 몽롱한 가운데 주제가 떠올랐다 가라앉고 다시 생각을 집중해 보아도 가닥이 잡히지 않습니다.

일시적인 현상이기를 바라는 마음이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평소 마음먹고 키보드를 잡으면 원고지 11장 정도를 채우곤 하는, 치고나가는 글이었는데 최근 왜 이렇게도 글이 와닿지 못하는가 생각해보니 이번 정치적 상황을 마주한 이후 정치권과 주변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의 중첩으로 인해서 정치이든 행정이든 대놓고 할말을 잃어버렸거나 잊어버린 것인가 봅니다.
그러니까 이전까지는 정치세력간의 다수결에 의한 힘겨루기로 보았던 것 같은데 이제부터는 2과반수로 밀고 삼분의 일로 막다가 다시 삼분의 이로 밀리는 과정을 반복할 것 같습니다. 첫번에는 삼분의 이에 이르지 못하고 일주일인가 얼마후에 삼분의 이를 채웠습니다. 정치가 민주주의가 다수결의 아름다움인줄은 알았는데 이처럼 치열하게 갈라지는 의결정족수의 무서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서로서로 사안에 대해 논쟁을 들어보면 이말도 맞고 저말도 맞으니 조선시대 황희정승의 일화가 떠오릅니다. 종 2명이 자신의 자중이 옳다고 싸우다가 황희정승앞에 와서 자신의 주장을 펼쳤습니다. 황희정승은 이사람의 말도 옳다하고 저사람의 주장에도 동조를 하니 옆에있던 아내가 말합니다. 이사람 말에도 옳다하시고 저사람 이야기에도 공감을 하시면 도대체 누구의 말이 맞는 것입니까? 그러자 황희정승은 아내에게도 당신말도 맞다고 답했답니다.

아마도 싸움, 논쟁, 이견은 쉽게 봉합되지 않는 것이고 굳이 판단을 내리려 애쓸 사안이 아니라는 것인듯 보입니다. 최근들은 강의에서도 강사님의 재치가 있습니다. 성남 판교구의 선관위원으로 활동중이십니다. 위원중 두분 변호사가 법률이야기로 논쟁을 벌이기에 선관위원장인 현직 판사님에게 물었습니다. 두분의 말씀중 어느분의 이야기가 맞는 것인가요?
답은 간명했습니다. 저는 매주 금요일에만 판결을 합니다. 선관위원장인 판사님은 두분 변호사의 논쟁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거나 두분의 이야기가 모두 옳았거나 둘다 틀렸을 것입니다. 혹시 옳고 그름을 알지라도 변호사이고 선관위원으로 같은 일을 하는 분들이니 그 자리에서 흑백을 가리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아니한 듯 보입니다.
그래서 고금의 두 사례를 바탕으로 정신을 차리고 행정의 길에 대한 논평으로 당분간은 글쓰기를 집중하기로 마음을 정했습니다. 정치이야기는 어렵고 받아들이는 분들의 입장이 흑백으로 갈린 듯 보이고 저마다의 정치적 소신이 다르니 쉽게 이야기할 일이 아니고 이야기해서 얻을 바도 거의 무의미할 것이기에 그리 마음먹었습니다.
그래도 행정은 이렇고 저렇고 하면서 평가를 할 수 있고 잘잘못을 가릴 수 있으면서 옳고 그름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행정에 대한 훈수, 정책에 대한 평가 등에 힘을 모으고 훈수가 되든 참견이 되든 무슨 말이든 제시하고 세상에 내놓기로 했습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