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행정의 융합시대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대통령 시절에는 조간이나 석간신문에 국무총리, 감사원장, 국무위원, 장관의 사진이 말그대로 대문짝, 신문짝만하게 나면 그것이 개각이었습니다. 조각수준의 개각도 여러번 보았습니다. 국무위원 21명중 10명정도를 바꾸면 '개각수준'이라 했던 것입니다. 특히 국무총리가 바뀌면 신문에 네모사진이 등장합니다. 부총리, 감사원장, 대통령비서실장 사진도 네모입니다. 장관급 국무위원 사진은 동그라미였습니다.

그러니까 네모사진과 동그라미 사진이 신문에 올라오면 조각급 개각이고 동그리마 4명이 나타나면 부분개각입니다. 개각은 장기근속자를 교체하는 경우가 있고 국정의 특정분야에서 미진한 부분을 일신우일신한다는 분위기쇄신용 개각도 있었습니다. 국민과 독자들은 새로운 인물이 나타난데 관심을 가졌고 2년동안 장관으로 일하고 떠난 이에게는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안 일인데 일부 장관은 퇴직후에 정부 공공기관에서 장관보다 더 많은 보수를 받는 CEO가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장관자리에서 내려온 것을 크게 아쉬워했을 것입니다. 그정도 위치에서 일하는 분이 한달 근무하고 15일, 20일, 25일에 받는 급여통장을 찍어보고 즐거워하지는 않았을 것이기에 그리 추정합니다. 반면에 아내, 사모님, 부인은 남편의 사회적 위상보다 급여통장 기계음이 좀더 길게, 더 많이 울리기를 바라기도 했을 것이라 추측해봅니다.

장관인사가 난 후 일주일이 지나면 차관급 인사가 이어졌습니다. 장관 다음으로 부처의 업무를 총괄하는 자리입니다. 가정으로 말하면 안살림을 챙기는 자리라 했습니다. 어느 대통령 시기에는 이 차관자리에 광역시도의 부시장, 부지사가 여러명 자주 발탁되었습니다. 조선시대 관찰사에 해당하는 시도에서 지방행정을 총괄한 인물이 중앙기관의 부책임자, 차관이 되는 것은 행정의 흐름을 원활하게 했을 것입니다.

민심에 다가서는 도청에서 일한 경험이 중앙정부의 정책에 반영되는 기회가 마련된 것입니다. 중앙부처의 과장, 국장, 실장들은 아마도 20대에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곧바로 사무관에 임용되어 일하고 세월이 흘러 2급, 1급 공무원이 되어서 치열하게 일해온 고위공직자입니다. 능력과 실력과 경험을 겸비한 인물이겠지만 자신의 조직에대한 애정 또한 깊을 것입니다. 그래서 나무는 보고 있지만 숲을 조망하지 못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들을 총괄하고 콘트롤하는 차관자리에 도청에서 부지사로 일하면서 자치, 복지, 환경, 건설, 재난 등 다양한 업무를 하면서 민선 도지사를 보좌해온 경험자가 보임되는 것은 참으로 합리적인 인사관리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우리 지방공무원들은 자신과는 먼나라 이야기인듯 보이지만 여하튼 우리의 부지사가 차관으로 영진영전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기도 했습니다.

요즘 정치권의 장관 차관은 국회의원을 거친 인사들이 많습니다. 현직 국회의원이 장관을 하고 전직 국회의원이 차관을 합니다. 공직을 개방하고 활성화한다면서 2차관 자리에는 부처와 연관성이 높은 인사를 발탁하기도 합니다. 문체부 2차관, 외교부 2차관이 그러합니다. 경기도의 정무부지사, 경제부지사, 평화부지사도 나름 전문가를 발탁합니다.

수원시, 용인시, 고양시, 화성시와 경남의 창원시(마산, 창원, 진해)는 인구 100만의 특례시입니다. 인구가 많고 업무도 다양하여 2부시장을 두고 있습니다. 1부시장은 내부 공무원중에서 임명하고 2부시장은 민간의 전문가를 영입합니다. 광역자치단체장의 자치권을 신장한다는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공직사회에 민간전문가의 새바람을 불어 넣는일입니다.

특히 요즘같은 특별한 상황에서는 국회의원과 국회의원을 하신 분들이 인기입니다. 정부의 요직에 국회의원 경력자가 자리하고 광역자치단체의 부단체장인 부지사자리, 공기관자리, 특보자리에도 국회의원 경력의 이력서가 필요해 보입니다. 이제는 행정속에 정치가 자리하는 모양새입니다.

과거에는 행정공무원이 정치인의 자리랄 수 있는 차관, 장관에 발탁되고 임명되었는데 정치보다 행정력이 신장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행정의 일부 상층부의 업무가 정무화되는 듯 보입니다. 과거에는 도지사, 부지사, 실국장, 과장으로 운영되던 도정의 주변에 정무부지사, 정책특보 등 이른바 정무라인이 늘었습니다. 정책실장이라는 자리가 기획실장보도 우위에 있는듯 보입니다.

과거에 정치의 행정화가 보였다면 요즘에는 행정의 정치화가 나타나는 모양새입니다. 모든 행정에 정무라인이 포진한듯 보입니다. 각 부서에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계약직 공무원, 즉 어공의 역할도 눈여겨 봅니다. 5급 정원을 가져가므로 기존의 6,7급 공무원들이 불편해 합니다. 같은 부서에 어공은 이들에게는 아주 많이 불편한 인물입니다.

더 이상 행정공무원이 정치적인 정무라인에 발탁되는 것을 기대할 수 없으니 행정은 침체되고 정무는 활개를 침니다. 국회의원이 행정을 합니다. 상임위에 나오는 증인중에는 국민조차 화들짝 놀라는 인물도 보입니다. 여의도에서 재판을 하는 것인가 여겨집니다. 얼굴에 정당이 보이고 할말이 예견됩니다. 평소의 진중한 발언으로는 언론의 관심을 끌지 못하니 쎈 발언을 이어갑니다.

상대방의 말한마디에 꼬두리를 잡고 회의의 흐름을 잡아채는 기술이 늘고 있습니다. 위원장은 회의진행을 제대로 못하거나 아예 주도권을 잡고 누구 마이크는 끄라고 합니다. 세상천지에 위원회에서 마이크를 끄는 모습을 봅니다. 발언하던 자리에서 뒷자리로 좌천을 시키기도 합니다. 국민이 보신다는 국회의원의 공격적 발언에 증언대에 나온 인물이 자신의 모습과 발언도 자신의 국민이 보고있다 주장합니다.

국회이든 중앙부처 차관실에서이든 국민들은 안보, 복지, 행복, 소통 등 평온한 이야기, 미래지향적인 어휘들이 속기록에 기록되기를 바랍니다. 손이 빠르고 말귀를 잘 알아듣는 속기사라는 직업조차 힘든 업종이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을 합니다. 말많은 트럼프 미국대통령을 위해 속기사를 증원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국민을 위한다고 선거공보에 쓴 국회의원이 임기내내 열심히 국민을 위해 일하고, 면접관 앞에서 국민을 위해 분골쇄신 일하겠다고 답한 고위직 공무원들이 청춘을 다하여 초심으로 일하고 자랑스럽게 퇴임하는 대한민국을 희원합니다. 정치인, 행정가 모두가 자신의 길에서 오직 민생, 국민만을 바라보는 대한민국을 기대합니다. 정치와 행정이 융합하여 오직 민생을 토론하고, 청치인과 행정가가 모두다 국민을 사랑하는 대한민국이 되어야 합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오산#남양주 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