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초등 4학년때로 기억합니다. 막대모양의 국수를 퍼머머리로 동글게 말아올린 라면이라는 음식이 나왔습니다. 비싼 고급음식으로 평가받던 라면은 10인분 정도의 국수를 끓일때 한 두개 넣었습니다. 그리고 인스탄트(instant) 식품이 대세인 요즘에는 다양한 종류의 컵라면을 먹습니다. 간편가게에서 끓는 물을 부으면 3분안에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어느날 냄비에 물을 끓인 후 컵라면을 넣고 스프를 가미하였더니 맛이좋고 설거지도 편리해졌습니다. 라면이 담긴 종이컵이 깔끔하므로 폐지로 재활용했습니다. 면발이 부드럽고 쫄깃해서 그동안 컵라면 용기에 물을 부어서 먹었을때보다 식감이 좋았습니다. 결국 컵라면은 라면을 끓일 준비가 어려운 경우 뜨거운 물을 부어서 먹어도 되는 음식임을 이해했습니다.
공무원 현직에서 민원을 처리할 때 모든 업무에는 처리기한이 정해져 있었습니다. 처리기한 일주일인 것은 늦어도 7일 이내에 처리하라는 기준이지 일주일을 기다려서 민원인에게 회신하라는 의미는 아니었던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공무원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근무합니다. 점심시간 1시간을 공제하면 1일 8시간 근무입니다. 그래서 4근무시간 내에 처리하라는 말은 아침에 접수하면 점심 후 2시까지 회신하고 점심에 받은 민원은 저녁 퇴근전에 마무리할 임무인 것입니다.
1980년대 어느날에 일주일 처리기한의 민원을 접수하여 당일에 서류구비가 끝나서 결재를 올렸습니다. 당시의 연세드신 계장님은 처리기한이 멀었는데 왜 벌써 처리하려는가 반문하십니다. 과거에는 공직사회에서 발빠르게 처리하는 것은 어린 공무원이 잘 몰랐던 무슨 또 다른 상황이 있었나 봅니다.
이는 마치 컵라면은 뜨거운 물을 부어서 5분정도 기다린 후에 먹으면 된다는 조리설명서를 잘 지키라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종이컵 용기에 담아서 판매하는 컵라면은 가정의 주방이 아닌 등산이나 야유회에 준비해 간 뜨거운 물을 부어서 먹도록 제조한 인스탄트 식품이니 그리하면 되겠지만 가정집 주방에서는 상황이 다른데도 말입니다.
지금은 사라진 축구룰이 있습니다. 같은 팀에게는 빽패스를 하면 골키퍼가 손으로 잡을 수 있었으나 축구경기의 박진감이 떨어진다며 룰을 바꿨습니다. 이제는 발로 빽패스하면 키퍼는 발로만 드리볼을 해야 하는 줄 압니다. 헤딩이나 가슴으로 볼을 다루는 경우에만 키퍼는 손으로 공을 잡을 수 있는 것입니다.
야구에서 홈런치고 다이아몬드를 돌아서 홈으로 들어오면 1점입니다. 선행주자가 있으면 전원이 득점입니다. 그런데 신이 난 홈런타자가 3루 베이스를 밟지 않고 달린 것을 3루심은 모른체합니다. 하지만 수비수가 어필하면 그제서야 파울판정을 한다고 합니다. 또한 타자가 공을 치고 달려나가 1루베이스 터치후에 오른쪽 관중석으로 벗어나면 쎄이프(safe)이지만 왼쪽 내야로 벗어났을때 수비가 폴을 터치하면 아웃입니다. 1루 오른쪽으로 벗어난 타자는 1루까지만 가겠다는 의도로 본 것이고 내야쪽으로 나갔다면 2루까지 달려갈 욕심이 있었던 것으로 보아서 아웃판정을 한다고 합니다.
행정 인허가, 스포츠경기, 모든 세상살이에 기준이 있고 판단 방법이 있겠습니다만 상황에 맞게 대응하고 대처하고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컵라면은 물을 부어서 먹도록 만든 것이기는 하지만 여건이 되어 냄비에 끓여 먹으면 더 감칠맛이 있는 것처럼, 처리기한이 정해진 민원이라도 필요한 서류가 완비되면 계장님은 결재를 하셔야 합니다. 민원기한은 그 이전에 처리하라는 기준일뿐 그 세월을 기다려서 결재를 받으라는 기준점은 아니란 말입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