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경기도문화의 전당 홍보요원 격입니다. 직원은 아니고 인근에 살면서 자주 공연관람을 하다보니 전당의 직원들과 친해지고, 그래서 어느 해부터 관객을 채우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몇 년전에는 담당 본부장이 관객 유치에 수고한다고 명함을 새겨주었습니다. 처음에는 아파트에 사는 분들을 관객으로 참여시켰는데 점차 인맥이 늘어나면서 초등학교 선생님, 중고 교사, 다른 아파트 주민도 참여합니다.
일주일에 두 번정도 문화의 전당에 가서 처음오는 분들을 안내하여 입장시켜줍니다. 초보자는 문화의 전당은 반드시 돈을 내야 하는 줄 아십니다만 잘 알아보면 수준높은 무료공연이 많이 있습니다.
특히, 도지사, 문광국장이 방문하시는 날에는 공연 담당자들은 관객이 적을까 해서 勞心焦思(노심초사)입니다. 여하튼 행사에는 참석 시민이 많아야 하는 것처럼 문화의 전당에서도 관객이 객석의 의자를 채우고 복도에 늘어서 앉아주기를 바랍니다.
공무원에게 있어서 시장님 참석하시는 행사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시민이 다수 참여하고 시의원이 거의 다 오시는 만석을 달성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국장님, 과장님은 시장님 참석 행사가 있으면 일찌감치 현장에 가서 시민들의 동태를 살피는 것입니다.
‘문화의 전당’ 명칭이 몇 년전에 ‘아트센터’로 개명되었습니다. 전당이든 센터이든 공연은 대략 세 가지로 분류되는 것 같습니다. 아트센터 자체공연, 기획사의 공연, 그리고 시민단체가 시설을 빌려서 행사를 하는 경우입니다.
이중에 우리 집 아내와 남편이 가는 공연은 자체공연과 기획사 공연입니다. 자체공연은 초대권을 받아서 갑니다. 아내가 처음 초청하는 분 중에는 마지못해 참여하면서 通帳(통장)을 알리라 합니다.
돈을 내야 공연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경기도청에서 국장급으로 퇴직한 분도 아내가 초청을 하니 통장번호를 알리라 했답니다. 공무원들이 공연 시스템을 알아야 합니다.
경기아트센터는 다른 공연을 다루는 공기관처럼 경기도에서 큰 돈을 들여서 운영하는 공공 단체입니다. 도민들에게 문화를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그래서 무료공연이 많습니다.
그러니 돈걱정 마시고 시간을 정확히 맞춰서 오시기 바랍니다. 이후 일정을 잡지마시고 여유롭게 공연을 보시고 저녁식사도 편안하게 드시기 바랍니다.
브런치공연이 있습니다. 음료와 햄버거를 주는 공연입니다. 한국난방공사가 협찬하는 공연인데 가수, 연주, 연극 등 다양한 장르의 문화수준을 채워주고 간식을 제공해주는 一石二鳥(일석이조), 일거삼득의 행사입니다.
아내는 말합니다. 사모님들이 브런치공연을 좋아하신답니다. 그냥 공연만 보고 티켓 한 장 들고 집으로 가는 공연보다 티켓에 펀칭을 하면 음료수를 주고, 또 한 번 펀칭하고는 햄버거를 주는 공연에는 신청이 밀린다고 합니다.
2년전에는 지난 20년간의 공연티켓, 블로셔 등을 공모하였습니다. 우리 가족은 티켓가 공연홍보물을 간직해 왔습니다. 일기장에 고이고이 모셔둔 지나간 티켓을 모두 꺼내서 응모하여 기념품을 받았습니다.
기획사가 운영하는 공연은 비싼 경우 15만원도 있고 적어도 9만원대입니다. 이 공연의 경우 초대권은 극히 제한되지만 아내가 아트센터 관객몰이에 기여한 공이 크므로 어렵게 2장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부부가 가서 새로운 컨셉의 공연을 봅니다. 대부분 15만원을 내고 표를 사서 온 젊은이들 틈새에서 공연을 보게되는 경우 언제 박수를 쳐야 하는지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어떤 공연에서는 젊은이들이 모두 일어서서 다 함께 춤을 추기에 얼결에 일어서서 동참했습니다. 나중에는 쑥쓰러움도 없고 그냥 한번 젊어져 보았다는 기분을 안고 집으로 돌아온 기억도 있습니다.
공연을 보고 나면 마음속에 여러 가지 감성이 들어옵니다. 그런 기분을 더 많이 길게 간직하고자 소감문을 적어보기도 합니다.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에서 2022년 12월17일(토) 16:00에 고전적 음악회를 관람하였습니다.
폭발적인 기교와 카리스마로 관중을 사로잡는 바이올리니스트 장유진, 미끄러지는 듯한 선율로 비올라의 매력을 전하는 비올리스트 이한나, 넓고 깊은 울림으로 무대위에서 음악 그 자체가 되는 첼리스트 심준호.
창단 10주년을 맞은 견고한 호흡의 칼리치 스트링, 독보적인 색깔로 무대위 세상의 중심이 되다.
고전과 현대를 넘나들며 연주하는 칼라치 스트링의 장유진, 이한나, 심준호, 그리고 김호정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의 따뜻하고 친절한 해설로 12월의 고전적 음악을 선물합니다.
이상은 연주회를 설명하는 홍보문입니다. 4시에 시작해서 김호정 기자님의 눈높이 소개를 듣고 이어서 슈베르트, 글리에르, 프랑세, 베토벤의 작품을 연주했습니다.
작곡가의 악보를 악기로 연주한다는 것은 동서양을 초월하고 시간을 넘어가는 예술이라 생각하며 그 역할을 하는 연주자는 참으로 보통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1797~1828년의 오스트리아 태생 슈베르트, 1770~1827년의 독일태생 베토벤이 작곡한 작품을 2022년에 연주한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문학에서도 고전을 권장합니다만 음악에서도 200년전 작품이 이처럼 일상으로 연주된다는 것은 작곡가의 창의력이 참으로 위대하다 할 것입니다.
최근 인터넷에서 9살 바이올린 신동의 동영상을 보면서 참으로 대단한 신동, 천재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 연주하신 세분도 어려서부터 음악 신동일 것이라는 가정을 해 보았습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직업이 있습니다만 말하는 직업이라는 아나운서도 뉴스를 원고가 있는 뉴스를 전하다가 실수를 하기도 하는데 이분 세분 연주자들은 실수가 없습니다.
물론 본인들은 연주를 마치고 어느 부분에서 연주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고 미세한 음의 차이를 느끼는 전문가도 있겠다는 생각은 해 보지만 문외한으로서는 연주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키보드 위에서 후진 화살표키를 절대로 쓰지 않을 정도로 빠르고 정확하게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더더욱 연습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겠다는 다짐을 해 보았습니다. 화면을 보면서 글이 문장이 되고 한 페이지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틀림이 없도록 해보자는 생각입니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를 연주하는 세분의 조화처럼 키보드와 화면과 글자와 문장이 거침없이 이어지는 컴퓨터 화면을 구성하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악기를 연주하는 모양으로 키보드를 통해서 화면에 글자와 문장을 완성해 나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역동적인 공연연주에 감사드리고 내년에도 더 큰 무대에서 멋진 연주를 이어가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아트센터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리고 한국지역난방공사 임직원께도 고마움의 인사를 드립니다. <이강석 드림>
대략 이런 마음으로 글을 써 올리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연주자들은 예술가들은 대중의 관심과 박수에 힘을 냅니다. 힘들게 연주를 마친 것을 이제는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오늘은 첼로 연주자가 연주를 마치고 왼손을 털어 흔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비올라 연주자는 힘찬 연주 중에 현의 줄이 끊어져서 나풀거리자 연주 중간 잠시 틈새를 이용하여 얼른 남은 줄을 끊어내면서 연주를 이어갔습니다.
전통적으로 클라식 연주자들은 종이 樂譜(악보)를 쓴다고 합니다. 그런데 오늘 아이패드로 악보를 보는 연주를 처음 만났습니다. 사실 공직 선배 중에 색스폰을 연주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분들은 노트북에서 흘러가는 악보를 보고 연주를 합니다.
그런데 오늘 정통 전문 연주자들이 아이패드 악보를 보고 연주를 하는데 바닥에 피아노 발판같은 버튼이 있습니다. 자세히 보니 가끔 그 발판으로 아이패드의 악보를 넘기는 것 같습니다.
화면이 큰 것으로 보아 수분의 연주분량 악보가 한 화면에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 다른 연주회에서는 연주자가 종이악보의 경우 스스로 급하게 넘기는 것을 보았습니다.
피아노 연주의 경우 마스크를 쓴 보조자가 악보를 넘겨주기도 합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분도 대단한 음악가이지만 악보를 넘기는 사람도 실력자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히려 연주자보다 고참, 수준높은 음악가가 악보를 넘겨주는 것일까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세상에는 高手(고수)가 많다는 선배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음악에도 고수가 참으로 많습니다. 백건우 피아니스트는 악보없이 긴 곡을 연주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혹시 악보가 있어도 다 보면서 연주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국악에도 북으로 장단을 맞춰가는 鼓手(고수)가 있습니다.
정치부 기자들이 현장에서 노트북 키보드를 치는 모습과도 같습니다. 그냥 누군가가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면 노트북에 손을 올리고 그냥 받아적는 것입니다.
피아노 연주도 그렇게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3인의 연주에서도 악보는 아이패드로 보는 듯 하지만 연주 중간에 열정, 激情(격정)을 보일 때는 눈을 감습니다.
첼로 연주로 유명한 음악가중에 얼굴에 엄청 힘을 주는 이가 있습니다. 오늘도 여성 두 분 연주자는 격정의 순간에는 표정에서도 열정이 보입니다. 미간을 찌푸리며 열정의 연주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만큼 열정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온몸으로 연주하는 것이겠지요. 서로 눈빛을 교환하면서 목으로 박자를 맞추면서 이어가는 연주는 조금전에 진행자가 설명한 것처럼 악기를 통해 대화를 주고 받는 것이라 봅니다.
문학에는 문자라는 매체가 있고 음악에는 음표와 현의 울림이 있고 미술에는 색상과 질감이 있습니다. 입으로 떠드는 것만이 언어가 아니었습니다. 의사를 표현하고 생각을 전달하는 방법은 언어뿐 아니라 몸의 움직임, 악기의 울림, 색상의 조화, 그리고 눈물 한 방울도 있었습니다.
같은 눈물에도 기쁨과 슬픔이 담기고 분노의 외침과 환희의 소리침이 겹쳐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200년전 작곡가의 생각을 연주를 통해 전해듣고, 작곡가의 의도를 이해하기 위해 연주자들은 청춘을 다해 악기를 연주합니다.
아내 덕분에 어느 날부터 문화 수준이 아주 높아졌습니다. 올 연말에는 호두까기인형 공연이 없습니다. 코로나19로 많은 제약을 받습니다. 호두까기인형 공연을 여러번 감상한 결과 그 내용을 알기 시작했습니다.
음악과 연기가 어울어지는 종합예술이랄 수 있는 호두까기인형 공연이 있다면 이제는 돈을 내서 표를 사서 보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문화에 돈을 투자하는 것은 절대 낭비가 아니라 반드시 그리 해야 할 문학적 소양을 키우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