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수많은 선택과 결정의 과정이라는 말을 합니다. 인생이 걸어온 길은 그 선택의 결과로 사거리에서 직진하기도 하고 삼거리에서 우회전 또는 좌회전하고 고속도로에 진입하고 다시 넓은 길을 나와서 좁은 길, 비포장길, 자갈길을 서행하다가 또다시 넓은 길을 만나서 창문을 열고 시원하게 질주하기도 합니다. 인생을 돌이켜보면 신명나게 달린 구간도 있고 덜덜거리며 불편한 먼짓길을 불편하게 운행한 시절도 있습니다.
대구에서 젊은시절을 보낸 지인이 최근에 고향을 다녀왔는데 40년전보다 도로가 넓어지고 구간도 늘어나서 첨단의 네비게이션을 이용하여 목적지를 가기위해 운전을 하니 이처럼 다양한 경로가 생겨났구나 하는 생각과 동시에 인생도 참으로 많은 선택과 결정을 해야하고 많은 경우의 수를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것인가 하는 상상을 해 보았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차를 타고 장거리 여행을 하다보면 한두번 실수로 고속도로 출구를 지나치거나 조금 일찍 나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갑자기 남은 거리가 80km에서 120으로 늘어나는 순간에 화들짝 놀라게 됩니다만 잠시후에는 스스로 마음을 평온하게 잡아보기도 합니다.
그 이유와 핑계는 신의 뜻이라 가정합니다. 아마도 지금 이 순간에 가는 길이 자신의 인생길이라고 확정해주는 것입니다. 수많은 '경우의 수'중에 다음번 출구나 이전의 길로 나가는 경우 크고 작은 사고가 예정되어 있는데 신을 향해 정성스럽게 기도를 올린 덕에 신이 천사를 보내서 운전자가 주변경치에 홀리게 하여 위험이 예정된 출구를 지나치도록 한 것이라 가정해 보는 것입니다.
혹시 별것 아닌 이야기로 부부가 언쟁을 하다가 운전하는 남편이 출구를 지나친 경우에도 역시나 신이 부부의 안전을 위해 이번 출구가 아닌 다음번에 나가는 길로 안내하기 위한 전략이 숨어있다고 상상하는 것입니다. 그 순간에 신은 아내에게 잔소리 강도를 더하게 하고 남편에게도 슬기롭게 아내의 주장에 곧바로 승복하던 평소와는 다르게 언쟁에 참전하게하고 그 결과로 운전에 집중하지 못하여 위험한 노선을 슬며시 지나치도록 한 것이라는 추정을 해보는 것입니다.
그리 생각해두면 그 노선을 지나친 것은 천재일우, 위기일발, 구사일생 등 다양한 네글자 성어를 가져다 붙일 수 있습니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이니 항아리의 물은 제아무리 베어도 상처가 나지 않고 수돗물을 여러번 칼로 흩어지게 베면서 받아도 양동이에는 평소처럼 물이 한가득 평온하게 고입니다. 마찬가지로 언쟁을 한 부부는 신이 점지해준 안전한 출구로 나설 때에는 아무일도 없은 듯 씽끗 웃으면서 아름다운 경치에 감동합니다. 아마도 이처럼 멋진 풍광을 보게하려고 신이 이 길을 선택해준 것이라 상상을 합니다. 당초에 가던 길을 지나쳤지만 목적지를 향해 조금 우회하니 안전한 길을 이용하게 되었고 그것이 부부의 인생길이 되었던 것입니다.
결초보은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죽은 뒤에라도 은혜를 잊지 않고 갚음을 이르는 말입니다. 중국 춘추 시대에, 진나라의 위과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에 순장하라는 유언과 개가시키라는 말씀중에 순사하지 않게 개가하도록 하였습니다. 그 뒤 싸움터에서 그 서모 아버지의 혼이 적군의 앞길에 풀을 묶어 적을 넘어뜨려 위과가 공을 세울 수 있도록 하였다는 고사에서 유래합니다. 죽어서도 은혜를 갚는다는 말이 바로 결초보은입니다. 역시 인생의 길을 관리해준 사례입니다.
길은 스스로 개척하기도 하고 다른 이가 이미 만들어둔 길을 가기도 합니다. 다른 이의 올바른 길을 지날때는 감사의 인사를 해야 하겠습니다. 거칠고 힘든 길을 지나면서 지난날 평온하게 지나온 길을 제공해준 선대에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그러니까 인생을 앞뒤로 살펴보면 앞에는 수만개의 삼거리, 사거리, 오거리가 있지만 돌아보면 오직 한길 태어나서 유치원에 다니고 초중고를 등하교하고 대학에서 공부하면서 돌아다닌 오직 외길, 한길이 보일 뿐입니다. 마치 수만줄기 비단줄이 하늘을 향해 펼쳐진 것을 온몸으로 감싸 달리면서 한줄기 동아줄을 만드는 것이 인생의 과정인가 생각합니다. 인생의 앞길을 구성한 실이 수십가닥 끊어지기도 하고 매듭이 생기기도 하지만 모두를 감싸서 과거와 현재라는 자신의 생을 만들어내고 또 다른 실을 모으고 풀어서 인생의 미래길을 만들어가는 것인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리고 기대하던 내일이라 칭하면서 오늘 하루에도 최선을 다해 살고 희망찬 내일을 향해 달려나가자고 말합니다. 자신에게 남아있는 내일이라는 실이 몇가닥인지는 알지 못하지만 앞에 펼쳐진 삶의 실타래를 하나하나 선택하고 묶어서 자신이 살아온 인생이라는 동아줄을 더 길게 연결하는 과정을 되풀이하는 인생길이라 상상해보면 오늘 하루가 소중하고 내일을 맞이하는 것은 기적같은 인생의 과정이라 할 것입니다.
인생의 동아줄을 만들어가면서 돌집에도 가고 졸업식장에도 참석하고 정장으로 멋지게 차려입고 결혼식에가서 축하의 인사를 합니다. 하지만 더러는 결혼식에 참석한 그날 저녁에 상가를 방문하기 위해 급하게 넥타이를 검정색으로 바꾸거나 여의치 아니하면 넥타이를 풀고 빈소에가서 조문을 합니다. 수많은 인생의 실이 모이고 합쳐져서 인생이 연결되는 것입니다.
그 인생을 구성하는 실은 굵은 것, 갸냘픈것, 붉은 것, 검은 색, 초록과 청색등 다양하지만 결국에는 굵은 동아줄을 완성한 후 자손들에게 넘기기도 하고 끊어질듯 연약한 새끼줄 한자락을 남긴 후 스르르 생을 마감하기도 합니다. 인생의 줄이 굵을 수도 있고 가늘 수도 있지만 각자의 인생이 소중한 것은 매한가지입니다.
그래서 그러니 오늘도 올바른 선택과 확실한 결정을 내리고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자신의 인생 동아줄을 완성해 나가야 합니다. 그래서인가 회색의 동아줄도 있고 조밀하고 튼튼한 줄이 있는가 하면 엉성하게 엮어진 새끼줄도 보입니다. 하지만 모든 줄이 그 많은 줄이 각각의 고된 사연과 힘든 인생의 선택의 뭉쳐져서 자신의 인생줄로 그 자리에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전문가의 글을 빌려왔습니다. 서산 스님의 말씀에 “눈길을 걸을 때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내 발자국이 마침내 뒷사람에겐 이정표가 되리니 (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蹟 遂作後人程)"라는 가르침이 있다. 신행수기 당선작들은 폭풍우 몰아치는 겨울 산길을 좌고우면하지 않고 바르게 나아간 삶의 이정표들이다. 그래서 그 발자국 하나하나는 보는 것만으로 감동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자신의 허물은 외면하고 남의 허물에 불을 켜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문해 볼 일이다.
거듭 생각해 보아도 오늘하루 5시간 고속도로를 달린 길이나 집 근처와 사무실에서 이리저리 오간 길이 모두가 인생의 길이고 인생을 축적한 동아줄이 되었음을 마음에 새깁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옳고 바른 길을 선택하고 그 결과 보다 매끄럽고 탄탄하고 다른 이가 보기에도 예쁜 자신만의 ‘인생동아줄’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