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시절의 조개탄 난로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초등학생이거나 국민학생이거나 같은 어린이입니다만 1968년 가을 어느날에 시골의 학교에 대형 덤프트럭이 들어옵니다.

 

한쪽 바퀴만 5개이니 양쪽으로 계산하면 10개의 거대한 바퀴가 달려있고 중간 어디엔가는 보조바퀴, 스페이타이어가 장착된 거대한 트럭이 학교안 창고옆까지 밀착하더니 적재함을 번쩍 들어올립니다.

 

검은 동덩이가 우르르 떨어지는데 이를 조개탄이라 불렀습니다. 보통의 19공탄이나 49공탄의 재료가 되는 석탄을 아마도 붕어빵기계처럼 거창한 기계에서 대형 조개모양으로 눌러 제조한 난로용 석탄을 조개모양이라 해서 '조개탄'이라 불렀습니다.

 

 

조개껍질이 들어간 것은 아닌줄 압니다. 판죽에는 판보다는 쌀이 많이 들어갑니다. 붕어빵은 붕어모양이지 물고기가 들어간 것은 아니고 속에는 팥이 들어갑니다.

 

이 조개탄은 초겨울과 늦봄에 교실의 추위를 관리하는 연탄난로의 중심이 됩니다. 추운 겨울날에 학생들이 난로를 피우고 그 난로위에 도시락을 올려서 따스하게 데워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물펌프에서 물을 끌어올리는데 마중물이 있듯이 이 조개탄이 제 열량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마중을 나가는 불쏘시개가 필요합니다.

 

불쏘시개의 기본은 솔방울입니다. 소나무에 달리는 열매입니다. 학생들에게는 이 솔방울 한자루를 따와야 하는 의무가 있고 의무를 다해야 교실에서 따스한 난로에 언 손을 녹일 수 있습니다.

 

밀가루 자루나 사료 포대에 솔방울을 한가득 담아 등짐으로 지고 학교로 갑니다. 학교 빈 교실의 한편에서 소사 아저씨가 아이들이 가져온 솔방울을 받습니다.

 

솔방울 하자를 받은 아저씨가 우표만한 종이를 한장 줍니다. 물표입니다. 대략 교감선생님의 인감도장이 찍혀있습니다.

 

이것을 받아와서 담임선생님께 드리면 70명 한반 아이들의 이름이 적힌 종이에 동그라미를 치면서 받습니다. 솔방울을 납품한 것을 확인하는 절차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추워지고 겨울방학을 하기 전까지 아침에 학교에 오면 난로를 피웠습니다.

 

당번이 있는 것은 아니고 부지런하고 키큰 아이들이 창고교실에 가서 솔방울을 양동이에 가득 담아오고 다른 아이들은 며칠전에 덤프트럭에 내려준 조개탄 30알 정도를 가져옵니다.

 

조개탄에는 눈이 내려서 검은 색의 조개탄이 함께 담겨온 눈가루와 흑백의 좋은 대비를 이루고 있습니다.

 

우선 난로바닥에 신문지를 넣고 성냥으로 불을 붙입니다. 종이가 화르륵 타오르면 솔방울을 부어줍니다. 솔방울이 향긋한 냄새와 함게 타오르면 적당한 순간에 조개탄을 10개정도 올려야 합니다.

 

기술이 있어야 합니다. 요즘의 골프장 짧게 깎은 잔디위에 골프공이 올려지듯이 불이 붙은 솔방울이 무너지기 직전에 검은 조개탄을 올려야 합니다.

 

타이밍이 정확하면 흰 연기를 내면서 타오르던 솔방울위에서 노랑색 연기가 납니다. 조개탄의 연탄성분에 불이 붙으면서 색상이 바뀌는 것입니다. 아마도 그 노랑연기는 유황성분이었을 것입니다. 외국 프로그램에 보면 유황을 캐는 인부들 이야기가 나옵니다.

 

유황이 분화구처럼 솟아나는 곳에서 연기를 마시면서 유황을 채취하는 장면을 봅니다.

 

마스크도 없이 유황을 캐는 외국 노동자의 모습을 보면서 어린시절에 조개탄의 유황성분을 우리들은 마스크 없이 마시면서 연탄불을 피웠습니다.

 

그리고 그 냄새가 좋다면서 회충 죽으로고 일부러 들어마시기도 했습니다. 참 안타까운 옛날 이야기입니다.

 

초등학교 2학년때의 사건입니다. 난로를 피우고 도시락을 올리고 서로 가까이에서 난로를 쬐겠다고 경쟁을 하다라 어깨로 난로의 연통을 치는 사건이 발생한 것입니다.

 

난로안에서는 조개탄이 활활 타고 있는데 밖으로 열기와 연기를 배출하는 연통의 연결부분이 빠지자 수직으로 올라가는 연통의 열기가 천정을 향하고 있습니다.

 

당시 국민학교 교실의 천정은 보르네오섬에서 수입해왔다는 베니아판으로 마감하였습니다. 벌써 십수년 세월이 흘러서 바싹 마른 목재판위로 조개탄의 최정점 열기가 직화구이처럼 달려드는 것입니다.

 

하지만 철부지 아이들은 지금이 '겨울인지 봄인지도' 모르면서 친구를 “밀어낸 놈이 잘못이다, 밀려서 난로를 친 자가 잘못이다”를 따지는 언쟁을 벌였습니다.

 

반장은 즉시 달려가서 박정임 담임 선생님에게 이 사실을 고하자 버럭 놀라는 분은 선생님인데 날쎄게 뛰어가는 분은 도장찍은 우표딱지로 솔방울 영수증을 주신 소사 아저씨입니다.

 

부지런히 소사아저씨와 뒤를 따라 느리게 달려오시는 선생님 사이를 유지하면서 교실로 돌아왔습니다.

 

지금도 열기는 천정을 향해 승천하는 용처럼 불을 뿜어내고 있고 언저리의 이무기새끼들은 아직도 끝없는 잘잘못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소사 아저씨가 그렇게나 빠른 분인가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맨손으로 뜨거워진 연통을 잡고 빠져나간 천정의 연통을 연결했습니다.

 

연통과 연통을 연결하는 자바라는 기계에 연통을 넣어서 주름을 잡아 만들었습니다. 연통보다 원지름이 조금 작게 주름을 잡아주었으므로 주름이 없는 연통의 안으로 어느정도 쑥 들어갑니다.

 

요즘에도 실내에 연탄난로를 설치한 사무실이 있는데 안전을 위해서 연통 이음새에는 금속서의 테잎으로 마감을 합니다. 연기가 새어 나오는 것을 막아줌은 물론 충돌로 인한 연통 빠짐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이발소에서는 이 이음새의 금속테잎 부분을 이용하여 면도용 거품을 따스하게 합니다.

 

비누거품을 낸 이발사 할아버지는 수없이 문질러서 때가 켜켜이 앉은 연통의 이음새부분에 면도용 거품을 담은 솔을 문드른 다음 이발의자에 누워서 코를 골고 있는 아저씨의 턱과 얼굴에 비누거품을 문지른 다음 슥슥쓱 수염을 밀어내는 것입니다.

 

잠깐, 어느 종교인이 교인이 더 많이 오도록 해야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전도를 아주 잘하는 분에게 그 비법을 물었습니다.

 

그러자 '당신은 죽을 준비가 되었는가?' 물으면 준비됨이 없다 할 것이고 그 때에 교회에 나와서 목사님의 설교를 들으면 죽을 준비가 됨은 물론 천당에서 영생한다고 말하면 많은 분들이 교회에 나올 것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이분의 직업이 이발사였습니다. 머리를 깎고나서 면도를 위해 칼을 가죽벨트에 탁탁 갈아 준 후에 눈을 가리고 누워있는 손님의 이마를 쓱 쓰다음으면서 말했습니다.

 

"당신은 죽을 준비가 되었습니까?"

 

그 순간 손님은 소스라치게 놀라서 면도를 위해 목에 걸어준 수건을 동여맨 채로 밖으로 뛰어나가 도망가고 말았습니다. 이발을 하고 면도를 할 즈음이면 이제 면도를 한다고 말하고 칼을 갈고 거품을 칠하고 면도를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치과에가면 요즘에는 "물입니다", "바람입니다", "갈겠습니다" 등 눈을 가린 환자를 위해 잠시후에 진행될 상황에 대해서 상세하게 알려줍니다.

 

닥터나 병원사무장, 간호사와의 상담과 대화뿐 아니라 진료중에도 지금 일어날 진료의 과정에 대해서 그때그때 소상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면도를 하는 것은 알겠지만 노곤함에 잠시 잠이든 손님의 목을 잡으면서 "당신은 죽을 준비가 되었는가?" 물었다니 얼마나 놀라운 일이겠습니다.

 

전도를 하고 포교를 하려면 눈을 마주보고 친절하고 친밀한 표정과 분위기로 대화를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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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오산#남양주 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