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가서 회의하고 대략 상황을 정리하였습니다. 12시에 가까워지자 핸드폰 연결이 끊어졌습니다. 데이터를 좀 더 쓰기위해 번호이동 신청을 하였습니다.
딸 현아의 도움을 받아서 번호이동 신청을 하고 긴급 택배로 온 코딱지만한 칩을 전화가기 잠시 잠이들면 바꾸라 하기에 그리하겠다 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시각이 되어서 칩을 교환했지만 연결되지 않습니다.
이시대에 전화가 단절된 것은 맥박이 끊기고 숨을 쉬지 않는 상태라고 보면 될 것입니다. 가수면 상태이거나 식물인간 취급을 스스로 하게 됩니다. 멍해집니다.
지금 나 자신은 아무런 연결이 되지 않고 세상과 단절이 된다는 느낌이 듭니다. 금단현상이라고도 합니다. 담배를 피우던 시절에 끊어야 한다는 마음이 들어서 금연을 결심한 바가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부터 금연을 시작하겠다는 마음을 먹는 순간에 생각이 멍해졌습니다. 담배를 피우지 못하면 어찌하나 하는 걱정인듯 느껴지는데 걱정의 명확한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냥 하늘의 구름을 보는 듯, 꿈속에서 어느 동네를 방황하는 느낌으로 금연에 대한 결심과 담배를 피우지 못한다는 걱정의 마음이 교차하고 있었습니다. 이를 금단현상이라 한답니다.
심한 경우에는 새벽에 일어나사 산 중턱을 내달리고 소나기가 내리는 들판을 우산없이 걸어가기도 한답니다.
정말로 그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잠시동안 전화가 끊기고 집으로 돌아가서 딸아이의 도움을 받아야 연결될 것이니 앞으로 4시간 정도는 전화연결 없이 생활한다 하니 모든 것이 불안했습니다.
수시로 전화기에 저장된 자료를 보곤 했습니다. 누구의 전화를 받지 못하는 걱정보다는 자료, 데이타를 열람하는 전화기능이 상실된 것이 걱정입니다.
하지만 세상사 걱정은 오래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칩을 교환하고 몇시간이 지나자 자연스럽게 어느순간에 연결되었습니다.
대략 1시간30분 정도의 시간동안 전화를 통한 세상과의 연결 시스템이 단절되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동안에 만감이 교차한다는 어느 퇴직하시는 선배의 회고가 떠올랐습니다.
대형 교통사고가 나서 머리를 다치는 순간에 인생의 파노라마, 스팩트럼이 펼쳐진다고 합니다. 실제로 어느 영화에 보니 인조인간의 머리가 부서지는 순간의 뇌파를 보니 그간의 모든 정보가 휘리릭 지나간 후에 픽 하고 꺼지는 장면이 있습니다.
두뇌 역시 그런 기능을 가졌을 것이라고 상상해 봅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기억을 다른 곳으로 보내고 자연의 흙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자료를 어디론가 보내야 하는데 그 송출과정을 인간의 기술로 캐취한 것이라 봅니다.
통신 단절의 2시간이 참으로 길었습니다. 잠자는 8시간동안에도 단절이 있겠지만 이는 언제라도 벨이 울리면 연결되고 잠에서 깨어 핸드폰을 뒤지면 늘 그자리에서 필요한 정보를 주는 기계이니 또다른 자신처럼, 분신처럼 인식하는 기계라는 점에는 공감합니다.
길을 걸으면서, 횡단보도에서 신호등 절반이 지나가도록 화면을 들여다보는 젊은이들에게 그리하지 말라고 속말로 이야기하곤 합니다만 스스로도 늘 마음속 한구석에서는 핸드폰의 연결이라는 끈을 놓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조금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자신만의 삶, 나만의 생활에 집중하는 생활방식을 가져볼 생각입니다. 전화기를 하루정도 멀리하고도 불편이나 이상 징후없이 살 수 있도록 스스로 다잡아 보고 삶의 방식과 패턴속에 여유라는 화두를 더 많이 넣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돌이켜보면 어린 시절에는 도무지 실시간 연락이 불가했습니다. 그래서 도착을 해야 알게되고 집안의 대소사를 1년단위로 듣게 됩니다.
하지만 실시간 시대에 양방향 통화의 시대를 사는 요즘의 생활에서는 오전일을 오후에 아는 것이 송구한 일이 됩니다. 그냥 즉시 지금 당장에 다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단톡방을 1시간 못 보면 1시간 늦은 삶을 산다고 생각합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