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하면 침대 다리에 매어 놓은 스포츠용 수건을 발목에 걸고 윗몸일으키기를 합니다. 뱃살을 관리하고 장운동을 촉진하는 효과가 큽니다.
염주를 들고 윗몸일으키기를 하면 108번에 이릅니다. 중간에 쉬어야 합니다. 뱃살이 땡겨서 연속으로 100번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쉬는 동안에 몸의 개운함을 느끼므로 열심히 윗몸일으키기를 합니다.
마음을 정리하고 평온한 자세를 유지하면서 절하기에 들어갑니다. 1배에서 50배까지는 힘들고 여러가지 번뇌가 들어옵니다. 54배는 108배의 중간지점인데 여기에서 평온함이 시작됩니다.
그래서 그 맛에 매일아침 108배를 하는 것입니다. 8년된 습관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절을 하고나면 심신이 편안해지고 아침밥을 먹을 의지가 커집니다.
스님들은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주변을 정리하고 불당에서 대웅전에서 부처님께 절을 올리고 불경을 외우고 독경을 하고 주지스님의 법어를 듣습니다.
목어를 두드려서 물고기를 편안하게 하고 북과 징을 쳐서 산과 들의 생명들의 안녕을 빌어줍니다. 아마도 야단법석이란 그렇게 불자와 신도와 동물을 위하는 의식일 것입니다.
사찰에서 법어를 하는 날에는 깃발을 올린다고 합니다. 전화기도 없고 그래서 SNS나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았던 1900년대에 불가에서 행사를 알리는 데는 깃발이 요긴했습니다.
섬마을 아이들은 정기여객선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시간을 가늠했습니다. 어려서 밭일을 하다가 오정 싸이렌이 울리면 점심을 먹으러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누군가가 12시가 되면 벽에 매달아둔 싸이렌의 손잡이를 잡고 임차게 돌려줍니다. 손잡이는 천천히 돌아가는데 싸이렌은 여러개의 톱니바퀴에 연결되어 참으로 빠르게 돌면서 싸이렌 특유의 소리를 냅니다.
1분정도 소리를 내다가 갑자기 알피엠이 떨어지면서 아득한 미래의 세계를 여행한 후 현실로 돌아오는 듯한 소리가 나고 이내 속력이 떨어지면서 평온한 소리로 낮아집니다.
소프프노, 메조소프라노, 알토, 바리톤, 베이스 등 음악용어가 있는데 높은 음, 낮은 음, 여성의 톤, 남성의 목소리가 다른 줄 압니다.
아는 분들은 늘상 쓰는 용어인데 모르는 사람은 여성인지 남성인지 높은 음인지 낮은 음인가도 모르겠습니다.
2023년 어느날 새벽 2시반까지 공부를 하고 잠시 잠들었다가 스님처럼 4시에 일어나 절하고 공양을 한 후에 이 자리에서 그간의 이야기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수양과정인가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나홀로 법당을 차리고 저 혼자서 스님이 되어서 이 새벽을 만나고 목어를 치고 북과 종을 두드리면서 새아침을 맞고 있습니다.
주방에서 일하는 행자스님이 되기도 하고 주지스님을 모시는 학승으로 갔다가 어느날 부주지, 주지가 되어서 나홀로 법당을 지키고 있습니다.
세월이 가면 법사가 되고 언젠가는 대종사가 되어서 부처님 앞에 붉은 옷을 입고 절하는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나홀로 사찰놀이를 하는 중입니다. 대종사는 출가 나이에 관계없이 스님으로서 70세가 넘으면 받는 대접이라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주지스님, 대종사가 아니어도 법문에 나서고 수양과 불경공부에 열중하여 주변의 스님들이 스승으로 존경하고 신도들이 좋아하는 스님이 많습니다. 인생을 다해서 큰 법문을 마련하신 분도 계십니다.
그러니 인생에서 달성하려 하기보다는 이룩하려 하기보다는 그러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아름다우면 모든 것을 이룩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내가 한 말로 모든 것을 평가하기 보다는 그런 말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추론하고 입장을 바꾸는 역지사지로 판단해 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결과만 보고 그 사람의 인생을 논하기 보다는 살아온 과정을 살피고 여기에 이르른 과정에서의 노력과 희생과 봉사에 대해 생각해 주기를 바랍니다.
남을 위한 봉사를 평가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스스로에게 엄격하게 살아온 인생을 높이 평가할 수도 있는 것이니 누구라도 쉽게 평가하지 말고 누구라도 쉽게 감복하지 말며 누구라도 쉬이 보아 넘기지 말기를 바랍니다.
하나 둘 모든 이가 소중하고 나 또한 소중하다는 것이니 그런 자세와 마음으로 오늘을 평가하고 내일을 준비하고 그 과정을 쌓고 모아서 미래의 자신을 평점하기 바랍니다. 그런 과정이 인생에서 취해야 할 좌우명이라고 봅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