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청 기자이야기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기자의 숙명]

기자는 사건사고에 목숨을 건듯 달려갑니다. 송탄소재 미군기지에서 총성이 들렸다는 제보가 인터넷에 퍼지면서 방송기자가 출동하였습니다. 방송기자가 전화를 해서 오산 공군기지를 가는데 주소를 알려달라고 합니다. 평택에 문의하라 답했습니다. 송탄에 있는 미군 기지를 오산비행장이라 부르지만 현장은 평택시 관할이기 때문 입니다. 나중에 이 사건은 부대 내 훈련 상황으로 확인 되었습니다.

 

2004년경에 화성시 향남면 주유소 인근에 비행기가 불시착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어떤 도민이 사건을 확인하고자 공보실로 전화를 하셨기에 답을 드리지 못하고 오히려 좋은 정보를 얻게 된 셈입니다. 일요일 근무 중에 도청 출입 기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많은 기자들이 그 메시지를 보고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나중에 '고맙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습니다.

 

대형사고입니다. 이미 비행기 불시착 사건만으로도 큰 기사가 되는 가 봅니다. 본사 데스크 선배는 현장의 사건사고에 대한 사전 정보보고가 없거나 늦으면 질책을 하나 봅니다. 혹자는 말합니다. 기자들이 노트북에 올리는 기사가 모두 기사화 된다면 신문 100면도 모자랄 것이라고 합니다. 많은 부분이 정보 보고이고 보고로 끝나고 기사화까지 진전되지 않는 내용들이 많다는 말입니다.

 

좋은 기사와 나쁜 기사의 비율은 1:9보다 심합니다. 0.5:9.5라 할 것입니다. 부음이나 인사발령은 제외하고 기사만을 평균한 것입니다. 그리고 좋은 기사를 취재하지 않은 것은 데스크 지적사항이 아니지만 사건사고를 낙종하면 크게 야단맞을 일인 것입니다. 이것이 기자의 숙명입니다. 그래서 좋은 것은 보여도 보이지 않고 잘못된 부분은 가려도 투시력으로 알아내는 기자의 능력이 생성 되는가 봅니다.

 

이제 작은 소망은 비판대상 기사를 뚫어보는 광선검 과도 같은 예리한 시각으로 사회의 착한 일들, 멋진 사람들의 미담과 밝은 일들을 발굴해 주시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칭찬을 5번 하는 것과 1번 야단치는 것의 강도가 비슷하다고 합니다만 열심히 칭찬해서 밝은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선봉이 되어 주시기 바랍니다. 이 또한 기자의 숙명중 제2호 쯤 되는 것이라 봅니다.

 

 

[기자와 기자실]

1960년대 정부조직 중 경제기획원은 경제개발5개년계획을 수립 추진한 곳으로서 남덕우 부총리님이 기억나는 대목입니다. 당시에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시책들이 3-4개 경제신문 기자들에 의해서 국민에게 알려지곤 했는데 초기단계의 정책들이 수시로 보도되는 바람에 곤혹을 치르곤 했답니다. 그래서 경제기획원 공보실에서 청사내에 '기자실'을 따로 만들어 놓고 여기서 기사를 쓰고 휴식도 하시도록 '배려'하였답니다. 이것이 우리나라 관공서 기자실의 '嚆矢(효시)'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기자실에 취재편의 명목으로 배치된 남녀 공무원은 경제기획원에서도 실력이 있고 눈치가 빠르며 특히 시력이 좋은 이들이어서 자료를 전하거나 일반적인 대화를 하면서 기자실 책상위에 놓인 자료나 원고지를 스캔하여 그 내용 중 키워드를 내부 간부에게 보고하도록 하였답니다. 즉, 현재 기자실에서 무슨 내용의 기사를 쓰고 있는지, 어떤 분야의 취재가 진행되는지, 무슨 이야기를 주고 받는가를 알아보기 위한 일종의 '인간CCTV'를 설치하였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아직 나가서는 불편한, 미완의 사안들이 취재되는 경우에는 미리 전후사정을 설명하여 조율하는 등 이른바 '보도관리'를 하였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기자를 위한 시설로 생각된 기자실이 오히려 감시용 탑이 되었다는 점에서 출발은 살짝 거시기 하였으나 오늘 날에는 모든 기관에는 기관장실 만큼이나 要地(요지)에 기자실이 설치되고 공무원이 배치되어 이런저런 취재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2004년경 경기도청 기자실에서는 대 변혁작업이 진행 되었습니다. 기자실 안에 작은 복도가 하나 더 있었고 이곳에는 잡다한 비품들이 들어차 있었는데 이를 리모델링하여 사무실 면적을 넓히고 넓어진 만큼의 공간에 브리핑 룸을 만들 계획을 설명하였습니다. 언론인들은 기자실을 줄이려는 의도라며 반대하였고 공무원들은 좀더 편리하고 쾌적한 공간을 만들기 위한 공사라고 설명하였습니다.

 

결국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 오늘의 기자실이 꾸며졌고 사장되었던 공간을 찾아내어 브리핑 룸을 만들고 기자실은 리모델링하고 새로운 집기가 들어와 전보다 더 깔끔하고 정돈되었습니다. 리모델링하면서 지정석을 없애고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하고 떠나면 다른 언론인이 쓸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하였고 일부 동의하였지만 한번 앉았던 다리를 선호하게 되면서 지정석 개념으로 바뀌었습니다.

 

경기도청 문화관광체육국은 스마트워크라고 해서 지정석이 없고 빈 자리에 앉아 PC를 켜고 일하고 결재올리고 결재하고 회의실로 이동하여 회의하고 토론하고 다시 일하다가 출장가면 그 자리에 다른 공무원이 앉아서 일한다고 합니다.

 

빈자리가 최소화되는 효율적인 시스템인 것입니다. 기자의 업무행태가 늘 자리를 지키지 않으므로 스마트워크 개념의 기자실 운영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때인 것입니다. 경제기획원 시절의 기자실의 설치과정을 한 번 더 생각해 보아도 좋을 것입니다.

 

[K기자의 경우]

지방지에서 스펙을 쌓은 후 중앙지로 진출하는 기자가 많습니다. 물론 중앙지에서 퇴임하신 후 지방지 기자로 오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중앙사에서 근무하신 노하우를 지방사에서 발휘하시는 것입니다. 언론인의 취재는 발로 뛰는 경우도 많고 자료를 중심으로 분석적 보도를 하는 분야도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원로 언론인들의 활동은 다양한 분석을 하게 합니다.

 

K기자는 40대 중반의 역동적인 언론인으로서 지방사에서는 현장을 발로 뛰는 민첩한 기자로 정평을 받았고 이후 지방사 캐리어와 역량을 인정받아 중앙사 소속의 지방주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본인의 역량과 중앙사의 매체력이 상승작용을 하여 몸값이 수배 뛰어오른 경우 입니다.

 

이미 지방사에서 충분한 취재능력과 기사작성 역량, 사안에 대한 분석, 지방자치단체 간부들과의 '밀당'에도 역량을 발휘하고 있으니 물 만난 고기요 상승기류를 타는 독수리의 형상인 것입니다. 그냥 날개만 펴고 있어도 난기류의 에너지를 듬뿍 받아서 꼬리 깃털만 좌우로 틀어도 대세를 좌우하는 힘을 얻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K기자를 여기에 소개하는 것은 그가 천군만마를 지휘하는 대장처럼 보이지만 절대 그 권력을 실전에서 행사하지 않고 초심을 유지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전에 어울리던 공무원과 늘 함께하고 그 대화의 내용이나 생각의 표현에 변함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다만 관록이 말해주듯 대화내용에 무게감이 더해졌다는 긍정적 변화가 조금 있다는 정도는 전과 다른 점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는 누구에게나 당연한 현실이라 할 것입니다. 나이 들고 관록이 쌓이면 중후해지고 생각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가끔 K기자와 통화라도 하면 기분이 좋아합니다. 촌철살인은 아닐 지라도 한마디 던지는 조크에서 상대방의 실상과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화두를 주는 것입니다. 한잔 해야지요. 이런 말을 많이 합니다만 이는 그냥 인사말로 들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K기자가 '한잔 하자' 말하면 정말로 중요한 무엇인가 이야기할 상황, 정황이 있다는 말로 들립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닌 줄 아는 것입니다.

 

최근 지방행정연수원에서 어느 교수님의 스트레스 해소에 대한 강의를 들은 바 있는데 대화는 무게감 있게 목소리에 힘을 실어서 던져야 한다고 들었고 결재 할 때 싸인펜 휘갈기는 소리에서조차 동료 후배 공무원들이 선배에 대한 신뢰를 느끼게 하여야 한다고 했습니다.

 

언론인과의 대화에서는 늘 감추는 바가 있습니다만 이 분 K기자에게는 감출 필요가 없습니다. 공직을 잘 알고 다양한 경우를 겪어본 전문가이기에 문제가 되거나 공무원이 다치는 경우라면 기사를 접어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K기자를 소개하면서 대부분의 출입기자들이 자동차 上(상)라이트 켜듯이 멀리보고 나무와 함께 숲을 느껴 보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오산#남양주 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