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가방 이야기

원시시대에는 과일바구니로 쓰다가 조선시대에 이르러 행주치마로 돌을 날라 적을 깨부순 이야기에 나오는 도구를 보자기, 가방이라 칭할 수 있겠다. 국민학생 저학년 때에는 시골학교 전교생 대부분이 책가방이 없어서 책보에 책을 돌돌말아 허리춤에 매고 들판을 달렸다. 좀 사는 집 아이들은 가죽 책가방을 메고 다녔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부러움의 대상이 가죽으로 만든 재봉라인이 선명하고 어깨끈이 긴 책가방이었다.

 

 

세상을 살면서 참으로 많은 가방을 만나고 끈이 끊어져서 버리고 새로 사면서 동시에 다른 이의 가방을 바라보았다. 어쩌면 자신의 것보다 타인의 가방이 더 눈에 기억될 것이다. 그래서 가방에 대한 품평이 시작되었고 어떤 이는 가방에 넣은 지갑속의 돈보다 가방값이 더 나갈 것이라는 촌평을 하기도 했다. 아울러 소나기 올 때 가방을 머리에 올려 비를 피하면 가품이고 가슴으로 끌어안으면 진품, 명품이라 했다.

 

세상에 핸드백을 만드는 匠人(장인)이 아내의 친정아버지 丈人(장인)만큼 많은 것 같다. 가방을 만드는 전문가는 모조리 匠人(장인)이다. 사모님들 용어에 얼마나 많이 등장하는지 다 닳아 없어질 지경인 단어 중 하나가 '메이커'다. '유명 메이커'를 말하는 것 같다.

 

오죽하면 이에 반발하여 '노브랜드' 명품점이 생겨났을까. 결국 명품이라는 용어는 각자의 주장인 것이지 객관적인 평점을 내놓지는 못하는 바이다.

 

명품이라 칭하는 500만원짜리 가방은 공장에서 찍어낸 것은 아닐 것이고 이른바 명품을 만든다는 장인이 가죽을 손질하고 장식을 만지고 투박한 손으로 실을 바늘에 꿰어서 당기고 돌려서 바느질을 했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바느질을 살펴서 일정하게 재봉질한 것보다는 다소 들쭉날쭉하지만 그 장인의 손길이 느껴진다면서 명품 평가표에 체크한다.

 

그런데 가방은 화장품, 핸드폰, 안경집 등 소품을 담아 이동하는데 편리하고 수시로 꺼내쓰기에 용이하면 그 기능을 다하는 것이다. 소품을 담아가서 쓰고 다시 이동하는데 편리하면 되는 가방에 명품이라는 칭호를 붙이고 평생을 자신의 가방은 명품이 아니라는 굴레를 쓰고 살아가는 것이 필요할까 생각해 본다.

 

하지만 명품은 다르다고 주장하는 이가 많다. 스스로 명품이라 자부하는 가격을 지불하였으니 명품이고 저렴하고 실용적인 용도로 자신의 기준으로 싼 값을 지불하였으니 명품이 아니라는 자책을 하고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님이 영국 유학시절에 들었다는 가방을 본 일이 있다. 그 당시에만도 30년이상 중요한 책과 서류를 들고 다닌 가방이다. 국회 입법서류, 보건복지부 자료, 경기도의 각종 행사자료가 담겼을 것이다. 이 가방은 가격을 알 수 없고 많이 헐었지만 진정한 명품가방이라고 평가했다.

 

명품가방은 마지막 바늘을 빼는 순간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손길에 쌓이고 손때가 축적되어서 만들어진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누구나 명품가방을 지닐 수 있다.

 

명품의 기준은 각자의 마음속에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자신의 명품을 결정해 주지 않는다. 자신만이 자신의 명품가방을 인정하고 자존심을 담으면 명품이 된다. 다른 이로부터 명품인증을 받을 일도 없고 그리할 필요도 없다.

 

요즘 인터넷 기사에서 볼 수 있는 ‘같은 옷 다른 느낌’ 이라는 글은 ‘같은 가방 다른 느낌’으로 풀어내도 좋을 것이다. 더 이상 명품 논쟁에 열정을 소모하기보다는 평범한 가방을 명품으로 만들어 내는 내공이 필요함을 인식해 주시기 바란다.

 

명품은 명품스러운 사람의 손안에서 명품이 된다. 500만원 이상은 명품이고 490만원이하는 명품이 아니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세상에는 10만원 이하짜리 명품이 참으로 많기에 하는 말이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오산#남양주 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