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에서 퇴직하여 부정기적으로 출근하는 바 처음에는 집앞을 지나가는 사무실의 통근버스를 이용하였는데 교통체증이 심하여 불편하였습니다. 지난해에 시내 아파트로 이사하면서 전철을 타고 고색역에서 환승하여 통근버스를 타니 환승시간이 체증시간을 능가하게 되어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매교역에서 기차를 타면 수원역을 거쳐서 고색역에 빠르게 정확하게 도착하므로 출퇴근은 분단위 VIP의전에 버금가고 군사작전을 방불케하는 신명나는 일로 여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인천행은 패스하고 고색역까지 가는 기차를 탑니다.
그리하여 고색역에 내리면 4번출구 공사가 진행중이었고 준공되면 편하고 안전하게 8차선도로를 지하로 통과하여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멋지게 통근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는 상상을 해보곤 했습니다. 그렇게 1년여를 출퇴근하던 중에 안내문을 발견하게 됩니다. 4번출구 공사를 마쳤지만 토지주와의 소송이 진행중이어서 개통을 못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우리나라 행정은 어쩌면 지구단위계획 허가와 토지보상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늘 땅위에 공사를 하고 지하를 굴착하여 인프라를 깔고 있습니다. 대략 4천만필지라는 대한민국 토지마다 사연이 있을 것이지만 고색역 4번출구를 연결하는 지하도의 어느 토지의 어느 토지주가 정부, 지하철공사와 소송을 하고 있다는 것인가 봅니다.
공익중의 대 공익적 사업인 지하철공사를 위해 토지를 수용하거나 합의매수를 하는 과정일 것인데 무슨 일로 소송까지 갔는가 궁금합니다. 그리고 토지주는 정부로부터 얼마를 더 받기 위해 1년 넘게 공사가 끝난 시설에 대한 준공을 지연시키고 있었던 것일까요.
조선시대 토지는 대부분 국유였고 국유이니 국민의 것이고 포괄적으로는 공유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조상대에 개인땅이 되었을 것이고 이제는 누군가가 매입하여 개인토지가 된 것입니다. 그래서 토지의 공개념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 봅니다.
등기부상에 자신의 토지로 등재되어 있고 토지대장에도 주소와 이름이 나와 있으니 나의 땅 내 땅이라 주장하는 것은 맞겠으나 공익을 위해 국가에서, 공기관에서 필요하다면서 적정한 보상가를 제시하면 웬만한 선에서 받아들이는 것도 국민된 도리인가 생각합니다. 토지의 소유권이 공공시설을 막거나 지연시킬 정도로 강력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는 바입니다.
공직생활중 교육동기가 서울지하철 공사를 담당하는 시청 부서에서 35년간 근무했다고 했습니다. 어느날 VIP가 지하 공사현장을 방문하여 시찰하던중 공사진도가 늦은 구간을 지적했습니다. 그러자 시청 공무원이 토지주가 보상을 더 달라 한다고 답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다음날 아침 9시 출근시간이 되기도 전에 그 토지주가 시청으로 달려왔습니다. 인감도장을 들고 말했답니다.
“어디에 찍으면 돼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보상금을 받을 터이니 도장 찍을 서류를 빨리 주세요.”
그동안 보상을 더 달라고 버티던 토지주가 밤사이에 돌변하여 빨리 보상을 달라고 한 이유는 정확히 말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당시 연수생 공무원들은 밤새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는 대부분 비슷한 정도의 감도로 느꼈습니다. 1970년 경의 사례를 말하는 것이니까요.
다시 매교역 4번 출구로 돌아왔습니다. 4번 출구 공사를 마치고 개통하지 못한 수개월 동안 시민, 학생, 어르신들은 저 높은 육교를 힘겹게 오르고 내렸습니다.
그런데 기쁜 소식입니다. 2025년 7월 4일부터 고색역 4번출입구를 개통한다는 안내문이 걸린 것입니다. 반가운 마음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서 시원한 통로를 걸어가 자주 보아 익숙한 매교역 개찰구를 바라본 후에 다시 걸어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고색초등학교 앞에 도착했습니다. 잠시후에 통근버스가 도착했습니다. 코레일 관계관님 수고하셨습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