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이나 백화점 등 대형건물을 들어서는 경우 이용자가 많으므로 늘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는 에티켓이 필요합니다. 스프링이 작동하는 문은 내가 밀고 들어가면 다음 사람이 따라올 수 있으므로 문의 반동이 최소화되도록 하면서 다음 사람이 편안하게 들어올 수 있도록 살짝 잡아주는 것이 참으로 필요하고 중요합니다.
그토록 유명한 영국신사까지는 아니어도 사회생활에서 문을 출입하는 모습만으로도 그 사람의 교양을 파악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보기도 합니다. 정치인이나 기관장의 경우에도 수행원들의 과도한 문시중이 언론평가의 도마에 오르기도 하고 어느 정치인은 전용 엘리베이터를 쓴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한 경우도 보았습니다.
부부가 백화점이나 식당에 가는 경우에도 남편이 문을 열어 아내를 들여보내고 따라 들어가면서 다음 사람을 위해 작은 배려를 하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에 좋습니다. 앞사람의 배려를 받고 인사를 하고 그 감사의 뜻을 다음 사람에게 베푸는 것은 우리사회에서 반드시 실천해야 할 에티켓이라 봅니다.
그리고 회전문의 경우에는 차분히 들어가서 나갈 때를 알아야 합니다. 여러명이 줄넘기를 할 때 뛰어들어가고 나오기를 반복하는 경우도 있는데 회전문이 바로 그 타이밍을 잘 잡아야 하는 시설이기도 합니다. 자칫 늦어지면 도로 밖으로 나와 서 있기도 합니다.
살아가면서 문을 잡고 다른 분들을 배려하는 경우가 몇 번 있었다고 자부하는 바입니다만 이때에 문을 잡아준데 대한 감사인사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을 오늘 지적하고자 합니다.
틀림없이 다음 사람을 배려하거나 동시에 문앞에 당도한 다른 이를 위해 문을 열어주었는데 대부분 당연한 듯 불쑥 안으로 들어가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라지는 경우를 여러 번 겪었습니다.
인사를 받으려고 문을 열고 기다린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먼저 들어가면서 목례라도 하는 여유를 가져주기를 청합니다. 호텔로비에서 안내직원이 문을 열어주어도 인사를 하는 것이 서양의 예절로 아는데 우리에게는 왜 그런 인사법이 전해지지 않은 것일까요.
그렇게 바쁘게 사는 세상이라 그런 것일까요. 젊은이들이 스마트폰 액정에 빠져서 지금 어찌하여 문안으로 들어섯는가 조차 알지못한 채 급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단 말인가요.
지하1층의 얼굴인식 출입문에서의 일입니다. 밖에서는 얼굴인식을 하고 밀어야 들어가고 안에서는 버튼을 누루고 당기면 열리는 문입니다. 안에서 나가려는 차에 밖에서 어린 학생이 들어오려 하므로 문을 당겨서 열었고 기다렸습니다. 학생은 쌩하고 몸을 돌려서 막 열리는 좁은 문틈으로 들어와서는 제갈 길로 달려갑니다. 말그대로 쌩하고 지나갑니다.
문을 열고 선채 멍하니 학생을 바라보았습니다. 나의 시선이 느껴진 듯 학생은 뒤를 흘깃 보더니 갈 길을 갑니다. 최소한 목례나 목소리로 인사를 했으면 하는 기대를 했습니다. 하지만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어떤 아저씨가 혹시 불량한 사람일까 돌아보는 느낌조차 들었습니다.
잠시후에 같은 상황에 처했습니다. 얼른 뒷걸음질을 쳐서 이만치 물러났습니다. 틀림없이 학생은 얼굴인식을 하고 문을 밀고 들어왔습니다. 그 앞의 학생도 얼굴 인식 후 밀어서 연다는 것을 알 것입니다. 밀라고 써있으니까요. 그런데 밀지 않은 문이 열렸고 그 문안쪽에 어떤 사람이 서 있다면 문을 열어준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러하다면 기본적으로 감사인사를 하게 되는 자동장치가 그쯤의 나이에는 작동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수십명이 운집한 지하철역도 아니고 한 사람씩 들고나는 얼굴인식 문이라는 점에서 먼저 학생은 예의를 다 차리지 못한 것이라 평가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어리니까 이해하기로 합니다. 지금 우리가 성인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한두번은 인사없이 문틈으로 들어온 일이 있을 것이라는 자성을 해 보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동시에 문 앞에 당도하는 경우 나이를 판단해서 한 발짝 물러나는 여유도 마음속에 익혀두기를 바랍니다.
앞으로도 문을 잡아주고 열고 들어오기를 청하는 작은 에티켓은 실천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오늘처럼 쌩하고 들어가면서 말없이 사라지는 사람이 있어도 이만큼 바쁜 세상을 사는구나 정도로 이해하렵니다. 더 이상 문 한 번 열어준 일로 생색을 내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주변의 지인이나 자식들에게는 남이 문을 잡아주거나 열어주고 먼저 들어가라 하면 감사합니다 인사를 크게 하고 밝은 미소를 지으며 지나가도록 청하고자 합니다.
아파트 문을 들어갈 때에도 번호를 눌러야 하는 세상이기는 합니다만 누군가가 열어준 문을 먼저 들어가는 경우에는 가볍게 인사를 하고 내가 연 문으로 다른 이를 먼저 들어가도록 하는 경우에는 인사를 받겠다는 기대를 처음부터 하지 않기로 합니다.
다들 바쁘니까요. 덜 바쁜 사람들이 주고받은 인사로도 우리의 에티켓을 채우기에 충분하다 생각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중고생이라면 이정도 에티켓을 학교 선생님들이 기회를 보아서 잘 가르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습니다. 우리는 동방예의지국으로 살았고 앞으로도 그리 살기를 바라니까요.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