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부족 시대 슬기롭게 대처할 때다

최영남(시흥녹색환경지원센터)

4대강 보를 채워 물그릇을 사용할 것이냐, 아니면 헐고 흐르는 강으로 재자연화 할 것이냐. 지난 4월 25일 정부와 시민․환경단체가 각자의 입장을 강하게 내세우며 정면충돌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이날 오전 제2기 국가물관리위원회 첫 회의를 열고 ‘영산강․섬진강 유역 중장기 가뭄대책‘을 심의․의결하였다. 기후변화로 극단적인 가뭄이 오더라도 61만㎥의 용수를 더 공급하겠다는 내용이다. 영산강․섬진강의 댐을 연결하고, 담의 바닥에 깔린 사수(死水)까지 사용하는 방안과 영산강 죽산보의 물을 농업용수나 생활용수로 활용하는 방안도 포함했다.

 

반면에 이날 오후 시민․환경단체는 서울 종로구 역사기념관에서 ‘생명의 강 3000인 선언대회’를 열고 정부의 물관리 정책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4대강 또 죽이는 윤석열 정부 규탄한다‘라는 제목의 선언문에서 “4대강 사업은 대다수가 반대했고, 준공 이후부터 극심한 녹조가 창궐했다”라며 “윤석렬 정부는 4대강 보를 활용하겠다며 가뭄을 정치적으로 악용해 수문을 닫으려 한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강 자연성 회복은 세계적 흐름”이라며 “생명의 강을 살리는 문제는 정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2020년 세계자원연구소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약 20억 명이 극심한 물 부족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남부지방에서는 아주 심각한 가뭄 현상을 겪고 있다. 특히, 전남지역은 50년 이래 최악의 가뭄에 직면해 있다. 보길도, 완도 등 도서지역이 장기간의 제한급수로 큰 고통을 받고 있다. 최근 5월 초에 내린 강우로 다소 해소될 것으로 보여 그나마 다행이기는 하지만 앞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과 폭우 등으로 인한 재해가 언제든지 닥쳐올 수 있다.

 

만일 수도권지역에 이런 현상이 벌어진다면 어떨까? 수도권 2천6백만 주민에게 화장실, 설거지, 청소 등에 쓰이는 생활용수가 제한적으로 공급된다면 가정에서는 불편을 넘어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것이다. 삼성, 현대, LG, SK 등 큰 규모의 사업장은 물론 수많은 사업장이 수도권에 몰려 있다. 이들 사업장이 양질의 용수를 제때에 공급받지 못한다면 나라 경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는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낙동강, 영산강, 섬진강 유역 등이 수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면에 수도권지역은 오랫동안 물 걱정 없이 지내왔다. 저수량 2억44백만㎥의 팔당댐이 있고, 그 상류에는 29억㎥의 소양강댐, 27억5천만㎥의 충주댐, 87백만㎥의 횡성댐에서 안정적으로 조정해 주기 때문이다.

 

현재 용인시 원삼면에 추진 중인 용인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공업용수의 일부인 하루 26만5천㎥를 확보하는데 환경부, 여주시와 쉽지 않은 협의과정을 겪었다. 앞으로도 추가 물량의 확보가 필요한 형편이다. 현재 정부는 국가의 미래먹거리 사업 확보를 위해 대규모의 K-반도체 산업단지 조성을 추가로 발표했다. 국가의 생존을 위해서는 어차피 갈 수밖에 없는 방향이다. 이들 역시 충분한 용수 공급계획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사업추진이 곤란하다.

 

위와 같이 수도권의 예를 들었지만 다른 지역 많은 지자체에서 충분한 물 확보를 위한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19년 9월 국가유역관리위원회와 유역관리위원회가 출범하였지만 물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보다는 4대강 보 개선이라는 목적을 두고 해체 또는 개방에 초점을 맞춘 논의에 중점을 두었다. 4대강 보에 대하여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과학인 근거보다는 이념적인 논리에 좌우되어 논의되는 상황이 매우 안타깝기만 하다.

 

이제는 다가올 미래의 물 문제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응할 것인가를 깊이 고민할 시기이다. 결코 이념적 접근이 아닌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국민에게 충분한 이해와 설득을 통해 원만하게 정책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매년 7월에서 9월까지 약 70% 이상의 비가 집중되는 우리나라의 강우 패턴과 각 지역의 특성 및 여건을 분석하여 안정적인 물 확보 방안을 찾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흔히들 “21세기는 물의 시대”라고 할 만큼 물의 중요성이 매우 강조되는 시기다. 기후변화에 따른 물 재해에 슬기롭게 대비하는 정부정책과 각 부문에서의 적극적인 실천이 국가의 운명을 가를 수 있는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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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