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내를 다니다보면 가끔 희한하게도 밝은 노란색으로 염색을 한 여성을 보게 됩니다. 그런데 염색을 마친지 5일정도 지나간 듯 속 머리에는 검은색이 올라오고 있어서 안스럽습니다. 일주일이면 속머리가 자라서 색상이 어색해지는 머리염색을 하는 젊은이들의 마음을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4~5일정도 외국인처럼 멋지게 보이기 위해 컬러염색을 하는 그 마음도 이해하려 노력합니다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본래의 검은 머리가 자라나는 것을 잘 알면서도 염색에 도전하는 것은 '고비용 저효율'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 재정과 행정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봅니다. 10억원을 들여서 골목길을 포장하고 시장, 의장, 시의원, 주민이 모여서 준공식을 하고나면 다음날부터 고가의 인근 주민 주차장이 되는 것과도 같습니다. 이 골목길을 포장했다고 해서 교통소통에 큰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기에 하는 말입니다.
버스, 택시, 승용차가 자주 왕래하는 도로 중 병목구간을 개선하는데 우선적으로 예산을 투자하고 골목길은 포장보다는 깔끔하게 정리하여 환경, 위생적인 개선을 도모하는 것이 행정의 우순순위 목차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단체장과 의원들은 시민의 눈에 보이는 시설을 건설하는데 집중하는 것 같습니다. 시의원이 하수도 정비사업에 노력했다고 자랑하지 않습니다. 마을회관을 건립하고 장애인 복지시설을 증축하였다고 자랑합니다. 정부에서, 도에서 보내주는 보조사업비를 자신이 받아왔다고 현수막을 내걸고 자랑을 합니다. 우리나라 재정제도에 국회의원, 도의원, 시의원에게 사업비를 지원하는 통로는 없습니다.
재정은 국가-도-시군으로 연결되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이 흘러가는 하천과 강물입니다. 국민, 도민, 시민이 낸 세금을 바탕으로 예산안을 편성하고 국회, 의회의 심의와 승인을 받아서 집행하는 것입니다. 그 집행과정에서 집행부나 의회는 시민에게 돋보이는 부분에 재원울 우선 배분하려 합니다. 집행부는 도드라지게 보이는 부분보다는 인프라 투자에 힘을 모으려 합니다.

그래서 국회, 의회의 토론과정에서는 늘 투자우선순위가 쟁점이 됩니다. 모두다 그러하다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선거직은 4년이고 직업공무원은 40년입니다. 4년은 임기제, 임시직, 계약직이라고 선거직에 당선된 분들이 표현하십니다. 직업공무원은 대략 평생동안 일하고 명퇴, 정년퇴직을 합니다. 재정에 대한 기본 관념과 호흡의 길이에 차이가 있습니다.
평생동안 근무하고 퇴직하는 공무원은 선거구가 있는 국회의원, 지방의원과는 입장이 다를 것입니다. 그러니 재정투자에서 공무원들은 노랑머리 염색을 하는 사업에 재정을 투자하려 하지 않는 것이고, 반면에 의원들은 지역구민들에게 돋보이는 사업을 우선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효과성보다는 보여주는 사업에 우선 투자를 해야 선거구민의 마음에 들고 일하는 의원처럼 보이게 된다는 점에서 노랑머리 염색을 하게 된다는 말입니다. 1년에 10번을 쓰지 않는 종합운동장에 수백억을 투자하려 하는 기관장, 의원이 있고 작은 도서관, 실용적인 복지관을 건립하자는 직업공무원 복지국장의 의견이 시장과의 예산편성 결재과정에서 충돌하고 직업공무원이 시장을 설득해서 어렵게 편성한 예산안이 의정현장에서 심각하게 왜곡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행정에서도 어떤 정책을 발표하고 야단법석을 떨었지만 그 결과는 용두사미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행정성과를 이룩하지 못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습니다. 정책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장은 화려했지만 이를 담당하는 부서에서는 제도의 미비, 사업지역 시민의 반대, 재정의 부족 등 여러가지 사유로 인해 사업은 축소되거나 다른 방향으로 정책이 변질됩니다.
정치인과 행정가의 충돌은 그 싸움의 성립자체가 불가능한 일이기는 하지만, 결국 정치인의 의지대로 결정되고 행정 공무원은 이를 합리화하는데 또다른 비용과 인력을 소모하게 됩니다. 이같은 지방행정 현장을 보면서, 가끔은 며칠후에 검은 머리가 나올 긴 머리에 컬러 염색을 하는 젊은 여성의 헤어관리처럼 행정에서도 선거직의 임기응변적 정책이 우선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더더욱 견고해짐을 고백 드리는 바입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