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트 카트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던 이들이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사다가 대형마트로 갈아타고 이제는 더 큰 매장에 산더미 속에서 원하는 생필품을 구매합니다.
사실 대형매장에 가면 냉장고, TV, 세탁기등 대형 가전은 물론 텐트, 좌대, 소파, 침대 등 커다란 생활의 가구를 비롯하여 육고기, 생선, 채소, 약품, 음료, 옷 등 사람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구비하고 아이 3명을 태울 수 있는 크기의 카트를 가득 채우고 신용카드로 한방에 50만원씩 긁어보라 유혹을 합니다.
지상 3,4층에 드넓은 주차장을 준비해 놓고 있어서 주차후 입구에서 큰 카트를 밀고 내려가면 곧바로 매장에 도착합니다. 매장의 진열대에 여러가지 비밀이 있다고 합니다.
170cm키높이 진열대를 비롯하여 빙빙 돌아가는 포석정같은 매대의 배치가 손님들의 시선과 동선을 잡아 끌고 있습니다. 홀린듯 이리저리 끌려다니다 보면 어느새 카트에는 생각하지도 않았던 제품들이 한가득 수북합니다.
사이사이에는 시식코너가 준비되었는데 코로나19로 한동안 중단되었던 것인데 오늘 가보니 샘풀이 아니라 한입꺼리로서 양심을 밖으로 꺼내여 카트에 잠시 보관한 후에 6곳 시식코너를 돌면 1식이 충분하겠다 싶습니다.
햄, 소시지, 만두, 스파케티 등 조금씩만 먹어도 그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시식코너 맛집입니다. 지난번에는 대구탕을 파는 시식코너에 홀려서 10,000원짜리 얼린 대구를 사왔는데 MSG(글루탐산 일나트륨/monosodium glutamate)가 함께하니 그 풍미에 반했습니다.
우리는 오래전 조미료 경쟁을 기억합니다. 이른바 미원:미풍의 싸움이었습니다. 한자로 味元(미원)이라 하고 味豊(미풍)이었을 겁니다. 이병철 전 회장은 '호암자전'에서 '세상에서 내 맘대로 안되는 세 가지는 자식 농사와 골프, 그리고 미원'이라고 적었습니다.
여기에서 자식 농사는 서울대학교에 들어간 자식이 없다는 말로 푸는 이도 있습니다. 그리고 미원에게 이병철 회장의 미풍이 패배한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시골에서 어린시절에 들은 이야기중 미원과 미풍의 경쟁과정 스토리텔링이 있습니다. 당대의 시골 청년이 도시에 나가서 듣고와 전한 이야기이니 사실일 것이고 저의 기억력을 믿어 봅니다.
이야기의 내용은 미원과 미풍이 경쟁을 하고 있던 중에 미원회사 직원이 아이디어를 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만드는 미원 제품중 유리병에 담아 판매하는 제품이 있는데 이 유리병에서 조미료가 나가는 구멍 숫자를 줄여서 크게 뚫어서 만들자는 제안이었습니다.
주부들은 국, 된장, 반찬 등을 만들 때 늘 습관적으로 조미료병 뚜껑을 열고 서너번 흔들게 됩니다. 그런데 수증기가 올라오는 음식의 경우 습기가 병안족의 플라스틱 구멍 틈새의 조미료가 엉겨 붙게 했을 것이라는 가정을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큰 구멍 제품을 출시하였고 이후부터 미원은 세 번 만 흔들어 주어도 조미료 맛이 높아진 것입니다. 음식에 부려지는 조미료의 양이 늘어난 것이지요.
어쩌면 조미료의 기능성보다는 음식에 들어가는 양의 차이에서 조미료의 미각이 결정난 것입니다. 큰 구멍으로 다량의 미원이 들어간 것은 모르고 덜 들어가는 미풍보다 더 맛있다고 하니 조미료는 미원이 좋구나 한 것입니다.
나중에는 조미료의 대명사로 불리게 됩니다. 그래서 주부들은 마트에 가서 슈퍼마켓에 가서 “미원주세요” 했답니다. 미풍도 미원도 모두다 미원의 형제가 되고 말았습니다.
미원은 1956년에 출시되었고 1963년에 제일제당 공업이 미풍이라는 조미료를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1971년에 미원은 이익을 냈고 미풍은 결손을 보았습니다. 이후 미원은 인공조미료의 고유명사가 되었고 미풍은 시장에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당시 대그룹인 삼성이 조미료 시장에서 패배한 것입니다. 미원의 조미료 병에 큰 구멍을 뚫어보자는 아이디를 낸 사원은 큰 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처럼 제품판매나 소비자의 인기를 차지하는 비법은 다양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더구나 마트에 진열된 제품을 보면 참으로 소비자의 마음에 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포장된 제품에 손이 가도록 만드는 전략이 부러울 정도입니다. 족발은 맛있는 살부분이 위로가고 뼈다귀는 아래에 숨기는 것도 전략 중 하나입니다. 생선토막이 가운데에 배치되고 꼬리는 바닥으로 내려갑니다.
포장된 제품을 보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샘풀을 내놓았습니다. 진열된 제품을 감상하고 마음에 들면 포장된 제품을 카트에 싣게 됩니다.
영양제, 비타민 등은 플라스틱 용기에 담은 후 A4크기의 광고전단을 넣어서 진열했습니다. 작은 용기에 큰 포장을 한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자 종업원은 분실이 많아서 크게 포장했다고 답합니다.
손바닥에 잡힐 크기의 제품은 일부 손님들이 계산하기도 전에 자신의 주머니나 가방에 슬쩍 넣고 나가는가 봅니다. 그래서 작은 제품의 경우에는 단단한 전선으로 묶인 전자칩이 내장된 도난방지 장치가 매달려 있습니다.
계산대의 특별한 기계에 넣어야 풀리는 전자적 잠금장치입니다. 매장을 나설 때에도 도난방지 전파를 거쳐야 합니다. 전에 도난방지 전자음으로 놀란 손님이 종업원에게 과도하게 어필한 사건에 언론에 보도된 바 있습니다.
대형마트에 가면 연장자급입니다만 젊은이보다 나이든 남편들이 아내와 동행하기를 권합니다. 마트보다는 전통시장에 아내와 함께 가서 눈에 강하게 들어오는 식품 재료를 구매하시기 바랍니다.
들은 바로는 자신의 눈에 오늘따라 강하게 들어오는 시금치, 생선, 소고기, 호두, 잣 등 그것이 지금 나의 몸이 원하는 영양소라고 합니다. 몸이 자신에게 저것을 사달라는 신호를 보낸다고 하니 믿어 보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아내들은 자신의 전공과목이 아니므로 남편이 사겠다는 것을 막습니다. 남편이 먹고 싶은 것을 사지 않으면서 시장에 동행한 것은 단순한 짐꾼, 발렛, 포터, 하인으로 생각한단 말인가요.
그러하다면 주차장에서 쉬라하고 아내혼자 가셔도 될 일은 왜 남편을 끌고가서 시금치와 파단을 뒤집어보고 거꾸로 보면서 시간을 보내실까요.
남편이 고기를 사자하면 말릴 일이지만 채소반찬을 집어들면 기꺼이 사는 것이 아내의 남편 사랑입니다. 자신이 그 재료에 대한 래시피가 부족하면 방송에서, 인터넷에서 조리법을 보시고 배워서 맛있게 대접하시기 바랍니다.
그런 부인이 아름답고 그 음식을 먹는 남편은 행복합니다. 하지만 아예 시장에 동행하지 않는 남편이 있거든 퇴근길이나 집에 오는 길에 전통시장에 가서 아무것이나 1만원어치 사오라는 미션을 주시기 바랍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