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없고 느낌도 없으며 움직임조차 없는 절하기입니다. 절을 해도 아무런 생각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절을 하고 있음을 인식하지 않은 듯 합니다.
그냥 절을 하고 있으니 몸을 움직이는 것이고 몇번 절을 하였는가를 확인하려 하지도 않고 손에 잡은 염주는 그냥 손에 잡힌 물건이고 절하는 자신은 누구인가 모르겠고 지금 이 공간이 사찰인지 집인지도 모릅니다.
화면에 보이는 해인사의 새벽예불을 보면서 지금 스님이 되어 사찰에서 새벽예불에 참여하고 있는 어느 스님 한 분을 설정하고 그 속으로 감정이입이 되어서 내가 스님인지 스님이 나인가도 분간하기 어려운 오리무중의 심경으로 절을 합니다.
이런 절을 해본 기억이 없지는 않은데 오늘처럼 확연하게 物我一體(물아일체)가 된 경우는 적습니다.
3,000배를 올리던 중에 몇 번은 자신의 존재와 주변의 삼라만상이 하나 되는 느낌이 올 때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근육이 있고 다리와 허벅지 속에 뼈가 있겠구나 하는 느낌을 받은 일이 여러 번입니다.
절을 계속 하여 2,000번에 이르면 이제부턴 정신력이고 부처님의 뜻이구나 할 때가 있습니다.
더 이상 체력으로 절하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의 힘으로 몸을 움직이는 단계에 이르는 것입니다. 영화 마라톤에서 주인공 초원이에게 비가 내리면 힘차게 달리라고 코치가 말합니다. 비가 내리지 않는 날인데 비가 온다고 말하는 이유는 결승선 수km 전에 물을 뿌려주는 구간이 있기 때문입니다.
마라톤 경기 규정에 출발 후 몇km 지점에서 선수에게 물을 공급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선수를 관리하는 코치와 감독이 자신들만의 비법으로 물을 준비해서 선수에게 줍니다.
그래서 물병에 색을 정하고 리본을 달기도 합니다. 코치가 없는 선수들은 주최측이 준비하여 식탁에 올려둔 물병을 움켜쥐고 달리기도 합니다. 국제경기에서는 물병에 나라의 국기를 게양합니다.
절을 하면서 자신의 존재가 다수에게 연결되어 이리저리 오가는 모습을 보곤 합니다. 이것이 부처님의 가피중 하나일까 생각합니다.
나를 내려놓고 남을 높힘으로써 자신이 올라가는 부처님의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올라가려는 자 오르지 못하고 스스로 내려가는 자 높이 오를 것입니다.
그런 자세와 마음가짐으로 오늘 아침 절하기를 마치고 차분히 그 소감을 적어봅니다. 그런 자세로 절하기를 꾸준히 이어가고자 합니다.
부처님께 감사드립니다. 가족 모두에게 고마움에 대한 인사를 표합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