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 자부심
면사무소에 다니는 형이 늘 자랑스러웠던 중학생 동생이 친구들과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페인트통을 들고 지나가는 공무원 3인과 조우(遭遇)했다. 검정과 흰색의 페인트가 묻은 옷을 입고 걸어가는 형을 발견한 동생은 끝내 외면하고 말았다. 정장을 입었거나 최소 점퍼에 새마을 모자를 쓴 형이라면 따라가서 인사하고 친구들에게 자랑했을 것이다. 집에 도착한 동생은 아버지에게 하소연했다. “형은 면사무소 7급 공무원 다닌다면서, 페인트칠 작업을 하네요.” 저녁에 집에 돌아온 아들에게 아버지가 이 사실을 말하자 설명할 길이 없다. 당시에는 산 정상에 헬기장과 관정(管井), 양수기는 중앙의 높은 기관에서 관리하고 평가를 했다. 요즘에는 업체에 용역계약을 하면 될 일이지만 당시에는 시골 산 정상까지 올라갈 용역사가 없으므로 공무원 서너명이 페인트, 붓 등 자재를 사들고 산 정상에 올라가 낙엽을 걷어내고 흰색으로 H자를 새겼다. 하늘을 나는 조종사가 헬기의 다리를 내릴 자리가 잘 보이도록 표시를 하는 것이다. 이즈음에 공무원들은 남의 집 농사를 잘도 지었다. 특히 동네 어귀의 논은 가을 논갈이, 봄날의 모내기, 피살이, 농약 뿌리기와 벼베기까지 모두 공무원들이 자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