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보떡 공무원으로 임용되면 6개월, 1년간을 시보기간으로 설정하여 근무지도를 합니다. 과거 공무원 초임시절에는 선배들로부터 무서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시보기간중에 근무성적이 불량하면 직권면직시킬 수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시보기간의 근무성적이 낮아서 공직을 나간 경우보다는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거나 본인의 생각으로 좀 더 나은 공직, 다른 직장으로 가기위해 스스로 사직하는 경우는 더러 있었습니다. 최근에 ‘시보떡’으로 인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듣습니다만 참으로 좋은 전통이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대신에 기관장이 시보를 마친 공무원을 격려해 주신다니 고마운 일이기도 합니다. 이른바 ‘시보떡’을 돌렸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옆자리 팀장의 쓰레기통에 버린 것을 시보떡을 돌린 당사자가 저녁늦게 발견하고 많이 울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과거에는 첫 월급을 타서 부모님 양말이나 내복을 사드리는 전통이 있었지요. 그리고 6개월, 1년의 시보기간을 마치면 정말로 정식 임용이 되었다는 의미로 ‘시보떡’을 돌렸는데 이것이 커져서 피자를 돌리고 고급진 떡상자를 준비하느라 부담이 컸다고 합니다. 결국 이 사건이 직장내에서의 불필요한 관행, 갑질 등으로 비춰지는 것은
▩ 잉크 한 방울의 의미 잉크 한 방울이 종이위에 떨어져 번지면 그냥 추상화처럼 보일 것입니다. 순간 종이 한 두장을 버리게 되었구나 안타까워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떨어진 부분을 잘 활용하면 미술 기법 중 하나인 마아블링(Marbling)으로 진전할 수도 있습니다. 만년필에서 한두 방울로 종이 위에 떨어지지 않고 차분히 종이위에 글씨를 쓰면 문장이 되고 이를 더 축적하면 책이 되어 발간되어 독자들에게 작가의 생각을 전할 수 있게 됩니다. 가끔은 만년필의 파랑 잉크가 흰색의 Y-셔츠를 물들이거나 양복 안감에 잉크가 스며들기도 합니다. 아내로서는 안타까운 일입니다. 남편은 크게 야단을 맞습니다. 그래서 잉크 한 방울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잉크는 물속에 푸른 색, 검정색을 나타내는 소재가 혼합된 액체입니다. 옷에 물감으로 작용하기도 하고 캔버스(canvas)위에 아름다운 그림으로 남기도 합니다. 담배 연기로 동그라미, 도넛을 만드는 능력자들이 많습니다. 연기를 품어 내서 큰 동그라미를 그리고 그 안에 작은 원을 넣기도 합니다. 공중으로 흐트러지는 것으로만 생각한 연기가 적절한 손길을 만나면 멋진 구름이 되고 양이 되고 새의 형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 말말말 말의 씨앗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살면서 한마디 하는 말이 얼마나 큰가에 대한 무게를 느껴 봅니다. 절대로 쉽게 말하는 것은 조심할 일입니다. 그냥 말하기 보다는 생각을 많이하고 말하고 대응해야 합니다. 말속에는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상황이 담기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다른이의 말을 들을 때에는 그 의미를 더 깊이있게 새겨야 합니다. 어떤 연관성이 있어서 이만한 말이 우리에게 전달된다는 점을 느껴야 합니다. 단순하게 길을 묻고 답하는 말은 이쪽으로 가면 맞다는 정도이겠지만 함께 일하는 사이에 주고받는 말은 중요 정책의 방향을 정하는 일이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따라서 중요 업무를 논의하는 토론의 장에서는 말을 아끼고 줄여야 합니다. 말하기 보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고 생각한 만큼 검토하고 고민하는 노력을 첨가해야 합니다. 판단이 느린 경우 左顧右眄(좌고우면)한다고 비난할 수 있지만 정말로 고민해서 결정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급하게 결론을 내리기 보다는 주변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그 중에서 중요한 포인트를 반영하면서 신중하게 결정하여야 할 것입니다. 살면서 주고받는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말이 올라와도 참고 정말로 그렇게 말해도
▩ 비서실의 억양 영어에서는 인토네이션이라 합니다. 액센트의 위치가 중요합니다. 의문문장의 끝부분을 올리지만 W가 들어가는 경우에는 질문을 하지만 문장의 끝부분 톤을 내리기도 합니다. 우리말도 마찬가지입니다. 잘한다고 말한 것이 정말로 잘해서 잘한다고 하기도 하지만 비아냥의 경우 잘한다는 말은 잘못했거나 기대하는 것에 크게 도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비난하는 말일 수 있습니다. 우리의 말은 상황에 따라서 다양한 의미를 주게 됩니다. 정말로 좋아서 죽지는 않는데 좋아서 죽겠다고 합니다. 싫어서 죽겠다면 이해하겠는데 싫어서 죽겠다는 표현은 하지 않습니다. 좋아도 싫어도 죽지는 않습니다. 웃다가 죽은 사람은 없습니다만 화를 내다가 쓰러지고 죽음에 이르는 경우는 더러 발생합니다. 그러니 우리가 평소에 나누는 대화는 주변의 여러가지 정황, 상황과 연결해서 이해하고 판단하고 응대해야 합니다. 그런데 관리자들은 대화속에 자신의 감정을 과하게 실어서 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부하들은 상사가 화를 내는 상황에 따라서 다양한 대응책을 내놓게 됩니다. 하라는대로 하면 언제 그리하라 했는가 반문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상사의 지시를 받을때의 상황과 분위기를 감안해서 수명내
은빛 물결이 살아 온 흔적만큼 살랑거린다 맛집 나루터매점에서 카푸치노 마시며 존바에즈의 더리버인더파인을 듣는다 마법에서 풀린 듯 되살아나는 지난 시간들 색 바랜 원천유원지 안내판이 흐릿하게 보이고 사라졌던 추억들이 호숫가를 맴돌고 있다 수천광년을 달려와 밤하늘을 수놓았던 별들 수궁과 용궁, 광나루, 수정 수상휴게소 범바위집과 가오리와 방패연, 언덕 위 카페촌, 오리배… 아직도 저수지속에서 단꿈을 꾸고 있다 푸른 웃음으로 가득한 호수 그리움 잔뜩 배인 저녁노을이 화석처럼 굳어져간 기억들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정겸 시인 경기 화성 출생(본명 정승렬) / 경희대학교 대학원 사회복지학전공 / 격월간 시사사로 등단 / 시집 『푸른경전』 『공무원』 『궁평항』 / 공무원문예대전 시부문, 시조부문 행정안전부장관상수상 / 현재 경기시인협회 이사, 칼럼니스트로 활동 -시작메모- 수원 인근이 고향인 사람이거나 직장을 가졌던 사람들은 광교호수공원에서 한번쯤은 색 바랜 시간을 소환한다. 원천유원지로 추억되는 광교 호수공원, 당시 모처럼 맞이하는 일요일에는 수원에 소재한 삼성전자, 선경합섬, 한일합섬, 선경직물, 연초제조창 등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쏟아져 나와 인산인해를 이루던 곳
시아버지가 며느리 3명에게 각각 콩 3알을 주면서 앞으로 10년간 잘 보관, 보존하라 일렀습니다. 그리고 10년이 흐른 그날에 세 며느리를 불러서 콩3알의 근황을 물었습니다. 막내 며느리는 콩 세알을 받은 날 저녁에 바늘에 꿰어서 등잔불에 구워서 맛있게 먹었으므로 지금은 콩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시아버지는 어린 며느리의 재롱스런 답변에 웃고 말았습니다. 둘째 며느리는 장롱속에서 무명주머니에 담아둔 콩 3알을 시아버지 앞에 내놓았습니다. 10년전의 그 콩이 그대로 명주주며니속에서 잘 보관되어 다시 나타난 것입니다. 시아버지는 역시나 잘 보관하였으니 높은 점수를 주겠다고 평가했습니다. 큰 며느리는 지금 그 콩이 이 방에는 없고 밖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4명이 밖으로 나가 창고앞에 이르자 큰 며느리는 창고안을 가르키며 그동안 농사를 지어서 매년 콩을 수확하고 다시 농사를 지어서 창고안에 그 콩을 쌓아두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시아버지는 크게 기뻐하며 콩 3알을 참으로 잘 보관하였다고 칭찬을 하였습니다. 단순한 옛날 이야기입니다만 조상들이 후대에게 전하고자 하는 깊이있는 의미를 우리는 이미 다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며느리 3명의 일화를 후대 우리들은 실생활에 어떻
▩ 무념#무상#부동 생각이 없고 느낌도 없으며 움직임조차 없는 절하기입니다. 절을 해도 아무런 생각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절을 하고 있음을 인식하지 않은 듯 합니다. 그냥 절을 하고 있으니 몸을 움직이는 것이고 몇번 절을 하였는가를 확인하려 하지도 않고 손에 잡은 염주는 그냥 손에 잡힌 물건이고 절하는 자신은 누구인가 모르겠고 지금 이 공간이 사찰인지 집인지도 모릅니다. 화면에 보이는 해인사의 새벽예불을 보면서 지금 스님이 되어 사찰에서 새벽예불에 참여하고 있는 어느 스님 한 분을 설정하고 그 속으로 감정이입이 되어서 내가 스님인지 스님이 나인가도 분간하기 어려운 오리무중의 심경으로 절을 합니다. 이런 절을 해본 기억이 없지는 않은데 오늘처럼 확연하게 물아일체가 된 경우는 적습니다. 3,000배를 올리던중에 몇번은 자신의 존재와 주변의 삼라만상이 하나되는 느낌이 올때가 여러번 있었습니다. 근육이 있고 다리와 허벅지 속에 뼈가 있겠구나 하는 느낌을 받은 일이 여러번입니다. 절을 계속 하여 2,000번에 이르면 이제부턴 정신력이고 부처님의 뜻이구나 할때가 있습니다. 더이상 체력으로 절하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의 힘으로 몸을 움직이는 단계에 이르는 것입니다. 영화
▩ 捲土重來(권토중래)#臥薪嘗膽(와신상담) 경상북도 김천시청에서 청렴과 적극 행정을 강의했습니다. 청렴은 자신을 키워주는 조직과 시민에 대한 사명감으로 실천하는 덕목이고 적극행정은 청렴하므로 가능한 효율적인 업무처리 자세임을 강조했습니다. 그런 자세를 가지고 작은 일이든 큰 일이든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자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공직자의 자세에 대한 경험적인 이야기를 펼쳤습니다. 8급부터 5급까지의 업무처리 내용 중 조금은 더 적극적인 자세로 임했던 결과를 자랑하였습니다. 김천시청의 鳶華池(연화지)는 소박한 아름다움이 한동그라미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빙그르 한바퀴 돌아가는데 10분이 걸리지 않겠지만 그 과정에서 바라보이는 경치는 수백개가 넘습니다. 작은 호수 중간에 자리한 더 작은 섬에는 소나무가 자라고 가지가 많은 나무도 하늘을 향해 팔을 벌리고 있습니다. 흔하지 않은 새들이 이 숲에서 자리를 잡았다고 합니다. 조선시대에 축조된 저수지이지만 오래전에 만들어진 패총이 있으므로 역사성이 깊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주변에는 벚나무가 원을 형성하고 있는데 하늘에서 바라본 벚꽃 기간의 사진은 그 아름다움을 흐드러지게 자랑합니다. 근경에서는 벚나무 아래의 여유로움이 보이
▩ 세월이 흐르고 나면 공직이라는 자리는 계단을 올라가는 것과도 같습니다. 강화 석모도에 보문사가 있습니다. 신라시대 635년에 회정대사가 금강산에서 수행하던 중 관세음보살을 친견하고 강화도로 내려와 창건했다 전하는 고찰입니다. 특히 석모도 낙가산 중턱의 눈썹바위 아래의 마애관음보살은 탁트인 서해를 바라보며 중생들을 살펴주십니다만 마애불까지 가는 길의 계단은 419개입니다. 젊은이가 15분 이상 힘을 내서 걸어야 도착합니다. 보문사 뒷편 마애불에 올라가는 것을 공직에 비교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계단을 한 번에 오르지 못하니 한 단씩 차분히 올라갑니다. 누구나 포기하지 않으면 정상에 올라가 마매불을 친견합니다. 개인의 시간차는 있지만 올라간 거리는 같습니다. 공직이 또한 그러합니다. 공직내내 올라간 시간은 같습니다. 60세 정년이라는 종착역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에서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고 풀리지 않으면 다음 해로 넘기기 때문입니다. 공직은 사업도 영업도 아닌 관리입니다. 매년 목표를 정하는 것은 기업과 같겠지만 결산은 다릅니다. 공공의 예산은 '조기집행'을 할 정도로 지출에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공공재원을 집행해서 민간경제의
▩ 절차탁마 切磋琢磨(절차탁마). 어려운 한자인데 풀어보니 끊고 갈고 쪼고 갈다는 의미로 학문이나 덕행을 갈고 닦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현직에서 한달에 두번정도 1,000자의 글을 써내던 시절에는 일상에서 소재를 찾느라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일주일에 두편을 보내야 했던 시기에는 새벽 꿈속에서 조차 소재를 찾았고 더러는 현몽한 키워드로 글을 모아서 원고지 7매를 채워넣기도 했습니다. 스위스 여행에서 가이드가 설명했습니다. 소의 목에 방울을 다는 이유는 소가 열심히 풀을 먹도록 하기 위함이랍니다. 우리는 영화 '워낭소리'에서 나이든 소의 목에서 청동으로 만든 종을 떼어내는 장면을 기억합니다. 벼가 농부의 발소리를 듣고 성장한다는 말처럼 소의 청각적 표현은 워낭소리입니다. 유럽의 소는 풀을 물고 고개를 위로 드는데 이때 목에 매단 종이 울리고 그 종소리를 들은 소가 다시 풀을 먹는다고 가이드가 말했습니다. 어려서 시골집에는 항상 소가 함께했습니다. ‘꼴값’을 하라면서 풀을 베었습니다. 소먹이 풀을 베러 가면서 아이들은 '꼴베러 간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사람은 밥값을 해야 하듯이 소는 '꼴값'을 해야한다는 농담을 주고 받았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밥값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