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의 영전에 고함

ooo 대형!!!


황망하여 무슨 말을 하여야 할까 망설이다가 다시 비보를 읽어보니 그냥 숨이 답답합니다. 평소처럼 반가운 소식을 보냈나 카카오톡 편지를 열었습니다.

 


상조회사에서 보내는 편지이니 가끔 살아오면서 알게된 지인의 부음을 보내는 글이려니 생각했습니다. 혹시 효자아드님 조철제 대형의 마음 슬프게 하는 부모님의 상사인가 생각했습니다.

 

아!, 그런데, 따님이 아버님의 부음을 알리는 글입니다. 이 무슨 일인가요. 인자하고 화사한 대형의 사진이 왜 여기에서 나오시나요. 불쑥 나타나서 인사를 하듯 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무슨 일인가, 사고인가 궁금하여 지인 몇사람에게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하고 그렇게 오전을 보내고 오후에 당신이 어제밤 늦은 시각에 떠나신 걸 알았습니다.

 

황망하여 빈소 아주대만 확인하고 보슬비 내리는 길을 달렸습니다. 그리고 빈소에서 대형의 사진앞에 절하고 인사했습니다. 그냥 황망한 마음뿐이었지요. 경기도청 여러부서 과, 가가호호에서 퇴직한 공무원들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합류해서 슬픔을 나눴습니다. 기쁨도 슬픔도 함께하면 기쁨은 커지고 슬픔은 나눠진다고 했지만 이 순간에 슬픔은 줄어들지 못했습니다.

 

빈소에서 평소에 만나면 밝은 표정으로 인사하고 적극적으로 찰지게 이야기를 주고 받았던 지난날의 단란했던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얼마전 식당에서 조우하여 인사하고 다음번 부부식사 약속을 하였지만 세상살이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지키지 못해서 늘 대형이 생각이 날때마다 식사날짜를 잡자고 했는데 말입니다.

 

오늘 영전에서 후회하고 대형이 풍성하게 내준 만찬을 나홀로 마주하고 또 다른 대형의 지인과 대형을 추억합니다. 보슬비 더 내리도록 빈소에서 그리워합니다.

 

평소의 단정함처럼 떠나시는 시각도 밤늦게 잡으시니 급하게도 떠나신 대형을 추억할 시간도 오늘 하루뿐입니다. 내일이면 또 다른 세상으로 긴 여행을 시작하실 대형을 생각하면서 함께 자리한 대형과 더 친한 이들의 더 상세한 이야기를 들으니 대형의 그 표정에서 더 큰 사랑을 이제야 찾아내는 심정입니다.

 

오늘 지인들의 마음을 담은 보슬비가 더 많은 사람들의 대형을 추모하는슬픔의 비가되어 65세 청춘을 함께한 친구와 지인의 마음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오늘 내리는 보슬비는 오늘 밤을 함께 지새우고 내일까지 서글프게 끊임없이 당신의 빈소위에 서럽게 내리리이다.

 

아들 사랑, 따님 사랑, 아내사랑, 가족사랑의 아름다운 모습을 추억하면서 이생에서 못다 베푸신 그 사랑을 어찌할까 어찌할까. 빈소 가득메운 지인들이 채워줄까, 누가 당신의 크게 빈 자리를 따스하게 채워줄까 안아줄까요.

 

무거운 발걸음으로 빈소를 나설 때 조금전 신발장에 올린 구두를 바닥에 내려놓게 한 것도 대형의 뜻인가요. 아마도 누군가가 자신의 구두로 생각해 내려놓고 신었다가 다시 자신의 신을 꺼낸 것으로 상상해 봅니다.

 

이 또한 그분을 통해 당신의 사랑을 전하신 것인가 하는 생각을 했답니다. 빈소를 나서는 저에게 신발이라도 내려주고 싶었고 그래서 누군가 다른 지인에게 그리하라 이르신 것인가요. 당신의 마음을 전해주기 위해 누군가의 손으로 구두를 따스하게 만들어 주셨군요.

 

그해 초에 제가 오산시청에서 의정부북부청사로 승진이동 발령이 결정되었을 때 가정 먼저 전화로 알리면서 ‘당신이 승진한 듯’ 기뻐하신 목소리를 평생동안 어찌 잊겠습니까.

 

자신의 일보다 다른 이의 영진연전에 기뻐하는 성정이 그리도 많은 지인들이 당신을 좋아하고 존경하던 바인데 그 많은 사람들을 덩그라니 남겨두고 문득 예고도 없이 우리를 떠나가신 당신을 벌써 그리워합니다.
아마도 오늘은 서로 다른 세상을 오가는 영혼들의 대화가 이어질 것 같습니다.

 

하루종일 당신을 생각하고 모든 삶의 방식을 되돌아보고 많은 것을 후회할 것입니다. 떠나는 일이야 우리모두의 일인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청춘스러운 나이에 굳이 떠나시니 우리가 슬프고 그립습니다.

 

더 좋은 세상에서 더 훌륭한 사람들을 만나서 행복한 영생을 누리시고 우리들 후배가 어느해에 그곳에 가면 반갑게, 오늘 영정사진의 그 모습으로 우리를 이끌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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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오산#남양주 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