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 동탄출장소는 동탄신도시 도심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네비를 타고 가서 지상 주자창 6층까지 올라가서 어렵게 주차를 하고 7층 옴부즈만 사무실에 도착하였습니다. 다른층에 있던 사무실에 업무량이 늘어서 옴부즈만 사무실을 7층 회의실로 최근에 이동하였습니다. 그래서 입구에는 옴부즈만이 당일 오후에 이 사무실을 사용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습니다. 오전에는 화성시 옴부즈만 5명이 시청 사무실에서 일주일간의 민원을 종합한 회의를 통해 처리방향을 정하고 이어서 전철 동탄역사에 4인 옴부즈만이 출장을 나가서 인터넷을 통해 접수된 민원의 현장을 확인하였습니다.
현장에 가보니 민원인의 말씀대로 노후시설이 방치되었고 자전거보관소는 수년이 경과하여 목조바닥이 삭아서 금방이라도 부서질 상황입니다. 담당 주무관의 설명에 의하면 이 자리는 오산시 소유의 토지이고 시설은 철도공단과 화성시가 부담하여 시설을 하였고 이후 관리비 일부를 큰 액수로 화성시가 부담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양 기관의 의견조율이 맞지 않아서 시설물 인계인수 등 협의조정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설물이 방치되고 추가관리가 소홀하여 결국 화성시민들이 피해를 본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이 같은 문제는 양기관을 중재할 지역 국회의원실과 협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모았고 그 내용을 정리해서 서류로 문서로 문제점을 제시하기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시민을 위한 옴부즈만이니 상대가 코레일이든 국회의원이든 누구든 직설적으로 대면하고 능동적으로 처리하자는 의견입니다.
5인이 점심으로 갈비탕을 먹고 각자의 임지로 출발했습니다. 주무관과 두 분의 옴부즈만은 남양읍 사무실로 복귀하고 다른 두 분 옴부즈만은 출장소로 향했습니다. 오늘은 8월의 반나절 옴부즈만 파출의 날입니다. 동탄출장소와 병점의 동부출장소에 각각 1인의 옴부즈만이 근무하는 날입니다.
그중에 동탄출장소 7층의 사무실에서 오후에 옴부즈만 활동을 하게 된 것입니다. 처음으로 근무를 한다는 기대감도 있고 도심의 빌딩에 올라가서 독립된 사무실에서 일하게 되므로 마치 공직에서 발령을 받고 임지에 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주차장 입구에 들어서자 화면에 “옴부즈만 0632”라고 나타납니다. 미리 차량번호를 입력하였으므로 입차부터 누구인가를 확인해 주는 것이고 차번호가 나타났다는 사실은 출차시에 요금을 내지않는 프리패스 고객이라는 확인을 해주는 일입니다. 입구에 들어서면서 기분이 좋아지고 자부심이 높아지고 시민을 위한 봉사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자부심이 가득해 집니다.
솔직히 40년 넘게 근무했으니 이제부터는 폼샘폼사, 시민을 위한 봉사, 주변 공무원을 편하게 하는 옴부즈만, 선배 공직자가 되어야 한다는 다짐을 새롭게 합니다. 2층부터 6충까지 주차가 빼곡합니다. 점심시간을 지낸 한시반이니 모든 차량이 들어차고 민원인도 본격적인 오후업무를 보는 시각입니다. 다행스럽게 7층 마지막 주차장까지 올라가지 않고 6층에서 빈 자리를 발견하고 주차를 하였습니다.
비상계단을 이용하여 7층에 이르니 복지위생과, 총무과 사무실이 있습니다. 그 사이에 중회의실이 있는데 이곳이 바로 옴부즈만의 근무공간입니다. 회의용 의자가 20개정도 있고 배석자를 위한 의자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오른쪽 코너에는 책상이 있고 그 위에 컴퓨터 1대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사무공간입니다. 짐을 풀고 근무자세를 잡고 있는데 공무원 한 분이 들어오십니다.
총무과장님입니다. 고교 후배라고 자신을 소개합니다. 반가웠습니다. 곧바로 소장님실로 안내했습니다. 건축직 서기관으로 최근에 소장으로 오셨답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로 처음만난 공무원과 눈을 맞췄습니다.
사실 공무원으로 소장으로서 손님을 맞이하는데 처음에는 어색함이 많습니다. 그러니 공직 경력이 많은 입장에서 말을 많이 해서 분위기를 주도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말을 하면서 더러 가끔은 상대방에서 말할 찬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도 신경쓸 요소입니다.
얼음이 들어간 시원한 음료 한잔을 마시고 마지막 얼음까지 입안에 넣고 빙빙 돌리면서 대화를 마치고 다시 사무실로 복귀하였습니다. 총무과장님과 공직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지인이 오셨습니다. 그냥 전화를 하여 만난 일이 있다 하므로 이곳 동탄출장소 7층 회의실로 오시라 했습니다. 사무실이 있으니 누군가를 만나는 장소로 활용이 됩니다. 언제 어디에서 만나는가를 정하기 위해서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우리에게 시간은 늘 24시간 주어지지만 공간은 늘 만만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공간을 잘 정해야 합니다. 자신의 사무실이 고정되어 있다면 만남에 불편함이 없지만 그런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늘 접견의 장소를 정해야 합니다. 집 근처에 있는 리츠호텔 1층의 커피숍에서 손님을 만나는데 SNS에 미리 작성한 ‘이강석 만남의 장소’라는 카드뉴스로 만든 사진파일을 보내면 편리합니다. 주소, 약도와 주차장을 안내합니다.
전화를 통해서 만남을 약속한 경우에도 SNS에 다시한번 만남의 날짜와 시각, 장소를 보내드립니다. 다시한번 확인해주는 연락을 받는다면 신뢰가 높아질 것입니다. 총무과장님과 근무하는 주무관이 식수와 다과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나중에 옴부즈만팀의 담당 주무관이 일부러 남양에서 이곳 동탄에 출장을 와서 또다른 다과와 행정관련 자료를 전달해 주십니다.
지인과 둘 이서 몇 가지 이야기를 나누고 1시간반 무료주차 시간을 넘겨서 대화를 나눈 후에 돌아갔습니다. 총무과장에게 주차할인이 더 되는가 문의하니 더 이상은 없고 90분 할인이 전부라고 답합니다. 사실 민원인이 동탄출장소에 90분 이상 머물 일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면 시청이나 도청을 방문하는 민원인의 체류시간은 경우에 따라서는 4시간이 넘을 수 있습니다.
4시가 지나고 있으므로 2시간 후 6시가되면 퇴근 시간 입니다. 그 안에 민원인이 오시면 상담을 하여야 하고 오지 않으시면 차분히 대기합니다. 그 시각에 자신을 돌아보는 명상이나 반성의 계기로 삼아도 좋을 것입니다. 6시에 가까워지므로 컴퓨터를 끄고 과자봉지, 종이컵, 빈병을 정리했습니다. 타기관이나 다른 시설을 쓰는 입장에서는 시간되면 발빠르게 퇴근하는 것이 예의이고 매너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도착전부터 언제 옴부즈만이 올까 궁금해 한 총무과장을 생각해 봅니다.
총무팀의 주무관도 다과를 제공하면서 다른 필요한 것이 있으면 이야기하라 하십니다. 미안한 일입니다. 시설을 쓰는 것도 송구한데 이런저런 자잘한 일로 신경를 쓰게 하니 미안한 일입니다. 문득 경기도청에 근무하면서 유관기관 숙직자가 오신일이 떠오릅니다. 수원시 관내 국가기관의 중간간부가 도청 당직실에서 근무를 했더랍니다. 불쑥 저녁 6시에 양복을 입은 국가공무원이 오시면 수위 아저씨는 당직실 간부방으로 이분을 안내했습니다.
가방속에는 밤 늦게까지 읽을 책이나 업무자료가 있을 것입니다.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에 혼자서 빈방을 지키며 잠을 자고 다음날 아침 부스스 일어나 집으로 귀가했을 것입니다. 도청 과장님이 당직과장이면 계장이나 차석이 아침 해장국을 모시며 훗날 총무과장이나 지방과장으로 가시면 인사에 작은 도움을 받는 로비를 했던 바가 있습니다. 그래서 말과장은 아침에 말없이 사라졌고 권력있는 과장은 늘 모심을 받곤 했던 모습도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훗날 과장이 되어 숙직을 하는 날에는 오히려 6만원 정도를 快擲(쾌척)하여 당직원들에게 치킨 2마리를 쏘고 아침에는 방호원 아저씨를 챙긴 바가 있습니다. 그렇게 저렇게 근무를 하다보니 6시가 되었고 기분 좋게 퇴근하였습니다. 6층에서 승용차 시동을 걸고 조심스럽게 좁은 통로를 빠져나와서 집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사무실에 양복 윗저고리를 두고 온 것을 인식 합니다. 조심스럽게 접어서 배석자 의자에 놓았는데 사무실을 한번 돌아보았지만 눈에 잡히지 않았던 것입니다. 내일이나 어느 날에 가지러 간다하고 총무과장에게 보관을 부탁하는 방안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순간 머리를 스치는 화면은 주머니에 아내에게 줄 과자 3개와 제가 먹으려고 챙긴 믹스커피 2막대가 주머니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비록 고교 후배님 총무과장이지만 대화를 통해 3급 부이사관 퇴직자인줄 알았는데 장황하게 설명하다보니 지방이사관 남양주시 부시장으로 근무하고 명퇴하면서는 훈장에 명예1급 지방관리관으로 명 받았다고 자랑을 했더랍니다. 그런 명예 1급 공무원 퇴직자, 2급 이사관 남양주시 부시장 출신의 양복 주머니에서 사무실에 제공된 다과를 발견한다면 후배로서, 공직자로서 큰 실망을 느끼는 모습을 상상했습니다.
물론 주머니 과자는 옴부즈만팀에서 준비한 것이니 출장소가 준 다과와는 다르다고 변명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만, 여하튼 주머니에 챙겼다는 사실만 알려질 것이 걱정되었습니다. 그러니 창피한 증거물이 다른 이의 눈에 들기전에 해결을 해야 했습니다. 주차한 차를 돌려서 동탄출장소로 향했습니다. 월요일 저녁 7시경이니 수원-동탄간의 도로는 퇴근차량이 한가득입니다. 그래도 빨리 가야 합니다.
회의실을 정리하다가 양복을 발견한 직원이 누구의 것인가 궁금하여 명함을 찾으려 주머니를 여는 순간 송구하고 거시기하고 창피한 과자와 커피믹스 2개를 발견하면 큰일입니다. 아무도 양복주머니속을 살펴보기 전에 옷을 내가 챙겨야 한다는 일념으로 달리고 달려서 2층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습니다.
불 꺼진 회의실에 들어가니 바로 그 자리, 배석자리에 양복이 그대로 있습니다. 다행입니다. 건너편을 살펴보니 주무관이 가져와 비치했던 다과와 커피폿트는 정리되어 사라졌습니다. 퇴근하기를 기다려서 회의실을 정리한 것인데 다행스럽게도 양복은 발견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다행입니다. 주머니속 과자와 커피믹스는 들통나지 않은 것이 확실합니다.
차로 달려오기를 참 잘 했다 생각했습니다. 내일 왔다면 총무팀 주무관이 보관하는 옷을 받았을 것이고 누군가에게 주머니속 과자와 키피믹스를 들켰을 것입니다. 그러면 참으로 모양이 빠지는 일이 되었을 것입니다.
러시아워에 집에 왔다가 다시 가서 옷을 챙겨오는 3번의 운행거리는 대략 36km정도이지만 6시에 시작된 퇴근은 8시에 마무리되었습니다.
퇴근하면서 한 번 더 주변을 살폈다면 6시40분경에 집에서 저녁을 먹을 수 있었는데 옷을 두고 오는 작은 실수로 인해 80분을 교통 시간에 쓰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양복만 두고 왔다면 편하게 다른 방도를 이용하여 옷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지만 주머니에 들어있는 과자와 커피로 인해 시간을 쓰고 3리터의 휘발유를 낭비하고 환경에도 영향을 주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에 동탄의 야경을 촬영한 것은 새로운 기회이고 덤이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창문의 불빛을 위해 원자력발전소가 가동 중이고 수많은 스위치를 켜는 손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하루는 이처럼 맹렬한 에너지를 바탕으로 진행 중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해 봅니다.
이번 일을 거울 삼아서 늘 주변을 살피고 출발전에 한번 더 챙기고 마음을 가다듬는 자세를 갖추고자 합니다. 생각한 후 말하고 판단 후에 행동하는 그런 삶을 꾸리고자 합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