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과 밤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요즘에는 어느정도 저녁은 잠자는 시각이고 새벽은 눈 뜨는 시간입니다. 시각이란 일정한 시점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잠을 자는 동안을 시각이라 표현하는 것이고 시간은 10분, 30분 단위로 시계를 보면서 스스로 그렇게 움직이고 생각하는 것이라서 시간이라 말하는 것입니다. 시간은 일정기간이고 시각은 일정시점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표현입니다.

 

 

아마도 오후가 되고 저녁이 되어 어두워지면 잠을 자야한다는 동인이 발동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인간이 잠을 그렇게 좋아하지만은 않는 것으로 보이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새벽 1시 전후에 기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아침까지 이런저런 활동을 합니다. 이른바 새벽인간입니다. 아침형인간이라기 보다는 새벽형이라는 표현이 정확할 것입니다.

 

그리고 새벽에 일어나 잠시 몸을 움직인 후에 108번 절하는 것은 새벽형 인간의 특권이 됩니다. 온 세상이 조용한 가운데에 서서 부처님 앞에 참회하고 기대하면서 절을 한다는 것은 크게 영광스러운 일입니다. 마음대로 생각하고 마음대로 절하고 편안하게 사색하고 명상하도록 허락된 시간입니다. 참으로 기분이 좋아집니다. 존재감이 느껴지고 살아있음에 고마운 생각을 합니다.

 

사실 65년을 살아오면서 10세 전에 떠난친구, 고등학생때 등교하지 못한 친구, 이후 살면서 매년 매달 부음을 접하면서 누군가에 예외없이 떠나간다는 사실은 알지만 그 중간에서 다른이의 죽음을 알고 있다는 것이 곧 살아 있음이라는 점도 느끼게 됩니다. 초등학교때 친구 아무개는 40대에 떠나가서 지금까지 소식이 없습니다.

 

고등학교 앨범을 인터넷에 올려주는 고마운 친구가 있습니다. 거기에 들어가보면 한 반에 2명이던 "作故(작고)"가 매년 늘어나서 최근에는 "작고"라는 붉은 글씨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60명 한 반에서 65세에 이르자 7~8명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래도 모두가 건강하게 살고 있습니다만 건강한 이는 지난번 동창 등산 행사에 참여한 이들이고 더러는 아마도 산에 오르지 못하는 상황으로 살고 있을 것입니다.

 

여하튼 저하튼 이 새벽을 만나고 이런 생각을 하고 나름의 어떤 일을 도모한다는 사실은 건강이 허락하는 것이고 생활이 다져진 것이고 스스로 자신을 이끌어나가는 정신력이 있다는 점을 확인해 주는 일입니다. 어느 하나라도 부족하면 살아가기 어렵습니다. 물과 공기와 생명력이 연결되어야 합니다.

 

단식은 음식을 끊는 일입니다. 단식을 해도 물은 마신다고 합니다. 하지만 영양이 부족해지면 생명은 더 이상 유지되지 못하는 것입니다. 정신력만으로 신체를 이끌어가지 못합니다. 그래서 스님들이 오셔서 단식은 스님의 전공분야이니 정치인을 칼끝에 서지말고 칼을 잡으라는 말을 합니다. 그래서인가요, 어떤 이는 칼을 들고 자해를 하고 다른 이를 아프게 합니다.

 

다른 이들의 일에 관여할 나이도 지나간 듯 하니 스스로의 일에만 전심전력하기로 합니다. 주어진 업무, 주어진 일, 해야 할 일에 매진하고자 합니다. 그런 나날을 가면서 하루하루 힘차게 자신에게 주어진 생명의 기간을 잘 관리하고 지켜나가고자 합니다.

 

요즘 뉴스폼(사장 김영준)에 과거의 글을 올리면서 일별해 봅니다만, 역시나 젊은 시절에는 깊이있는 생각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요즘에는 이같은 글을 쓸 자신이 없습니다. 이번달에 경기일보에 경기도청 공무원들의 분발을 촉구하는 글을 게재하게 되는데 다음번에는 상대방을 평하기 보다는 스스로의 지난날을 반성하는 글로 다른 이들의 공감을 얻어내는 새로운 접근방식을 고민하고자 합니다.

 

낮과 밤처럼 현직과 퇴직의 입장은 크게 다를 수 있으니 강 건너 불 보듯이 비평만 하기에는 아직 때가 아닌듯 여겨집니다.

 

그리고 후배를 계도하는 것은 나이 80은 넘어서야 가능하다는 자평을 하는 바입니다. 퇴직 5년차가 현직을 비판하는 것은 결례이거나 한계가 있다는 점도 인식하는 바입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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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오산#남양주 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