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계란

이강석 전 남양주시부시장

 

 

남양주에서의 계란 삶기는 게릴라 전략입니다. 연휴 중 어느 날 아침에 필이 오면 동남마트 할인점에 가서 계란 한판을 사옵니다. GS아파트에서 일단 삶아서 들고 출근하면 되는 일이니까요.

 

오늘 아침 계란 값은 5,400원입니다. 30개 1판이니 1개당 180원입니다. 160원인 날도 있었는데 명절 지났다고 금방 가격이 올랐습니다. 물론 수요와 공급의 곡선이 만나는 가격일 것입니다.

 

계란은 찬물에서 시작하여 물이 뜨거울 타임에 한쪽 방향으로 5번 정도 계란 더미를 저어 줍니다. 계란의 노른자가 정중앙에 위치하도록 하는 것이라 합니다. 물론 소금과 식초는 가스 불 켜고 곧바로 뿌리고 넣었습니다.

 

이제 20분 정도 기다리면 계란이 반숙이거나 거의 90% 완숙이 될 것입니다. 팔팔 끓을 때 불을 끄고 냄비를 싱크대로 이동한 후 찬물을 뿌려줍니다. 잠시 후 조심스럽게 물을 따르고 계속해서 찬물에 식힙니다. 계란이 찬물에 수축되면 껍질이 잘 벗겨집니다.

 

그리고 계란판에 다시 담은 후 시장 가방에 계란 한판을 세워서 넣은 후 공간에 신문을 접어서 끼워줍니다. 장바구니를 들어도 계란이 미끌어 지지 않도록 쇄기를 박아주는 것입니다.

 

이제 홍유릉 뒷길을 따라 산책하면 됩니다. 오늘은 아내가 동행하기로 하였습니다. 홍유릉에서 오늘 방향이 있고 오늘은 반대 방향으로 돌아갑니다. 산 초입을 지나면 시멘트길이 나오고 잠시 후 편안한 흙길이 나옵니다. 이제부터 자연과 함께 하는 것입니다. 2월10일 추운 겨울날에도 이처럼 따스한 양지바른 곳인데 춘삼월 봄이 오면 더더욱 행복한 길이 될 것입니다.

 

아지랑이 아른거리는 작은 뚝 방 위에 개나리 피고 진달래가 보랏빛 잔치를 시작하는 산기슭 붉은 언덕 방에는 냉이, 달래가 푸르른 얼굴을 보여주기 시작하면 네잎크로바도 봄을 알리는 전령사가 됩니다.

 

푸른 풀들이 봄을 알리는 시각에 이미 굵은 소나무 줄기 속은 얼마나 바쁜 발걸음이 오갈까요. 학교에서 배운 대로 물관부와 체관부가 있어서 물이 올라가 잎새에서 광합성을 하면 다시 체관부를 타고 내려와 뿌리와 줄기에 양분을 저장하는 것입니다.

 

더 유식한 체를 한다면 光合成(광합성), 즉 공중 窒素(질소)고정이라는 전문용어로 설명되는 식물이 태양에너지를 모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물과 공기와 태양의 힘만으로 식물의 육체를 만들어 낸다니 태양은 낮을 비춰 밤을 몰아내는 일만 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계란을 담은 장바구니를 들고 덕혜옹주를 만나고 영친왕을 알현하고 이구 황세손께 인사를 드리며 차분히 가뿐하게 걸어서 걸어갑니다. 이 길을 가는 이 한두명이 아니겠으나 오늘 부부가 나란히 걸어가니 이 길이 그리도 멋지더이다.

 

그래서 같은 커피도 차도 밥도 누구와 마시고 먹느냐에 따라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 것인가 합니다. 홍유릉 입구에 이르면서 부부는 각기 갈 길을 갑니다. 아내는 집으로 돌아가고 남편은 직장으로 향합니다.

 

거칠게 달려가는 차량들은 남양주를 지나 가평으로 청평으로 홍천으로 강원도를 향합니다. 강원도를 들러 돌아오는 귀성객중 남양주 시민, 서울시민, 인천시에 사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차분히 공무원의 출근을 기다리는 청사 중간에 8272민원센터가 있습니다. 휴일에도 사무실에서 대기하는 민원처리 전문가들이 근무 중입니다. 삶은계란을 전하고 녹차 한잔을 마시고 나와서 숙직실에 갔습니다.

 

세 명이 일직자인데 한과를 드시고 사과를 먹고 있습니다. 거기에 계란 9개를 전하고 3분이 드시면서 다음 순서로 출근하는 동료 공무원 6명에게 전하기로 했습니다. 11:30에 주문한 점심이 도착하였으므로 잠시 당직실을 지키기로 하고 3분은 방에 들어가 식사를 합니다.

 

밥 먹는 중에도 영양제를 맞을 수 있는 병원안내 요청이 옵니다. 명절 연휴에 식사를 많이 하시면 좋을 것이라 말하니 연세 높은 분들은 연휴중에 식사를 못하셔서 영양제를 투여하는 경우가 있다 하십니다.

 

사무실에 들어오니 12시가 가깝습니다. 인스턴트 통에 뜨거운 물을 부으니 금방 시금칫국이 됩니다. 아내가 준비해 준 유부초밥을 맛나게 먹으면서 중간에 국으로 부드럽게 소화를 돕습니다. 좀 더 봄이 가까워지면 풀밭에 나가 1시간 정도를 소비하면서 먹고 싶은 점심입니다만, 추운 겨울날이라서 사무실에서 TV를 보면서 천천히 여유롭게 먹습니다.

 

이제 시정 현황을 정리하는 시간입니다. 중요 통계와 업무에 대한 정리를 하고자 합니다. 노트에 정리 整頓(정돈)하여 늘 볼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아마도 2월말에는 남양주시의 10년 후를 내다보는 자료집이 나올 것입니다. 주변의 지인, 지도자, 전문가, 인근 시군 공무원의 의견도 삽입할 것입니다.

 

계란 한판을 가지고 공무원들과 나누어 먹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시청 공무원 2,000명에게는 전하지 못하지만 비상근무. 연휴근무, 기타 어떤 상황이 있을 때 계란을 나눠 먹고 해장국을 함께 하면서 같은 방향을 향해 나가는 동시대 공직자로서의 의미를 담아 함께하고자 합니다.

 

오늘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남양주의 미래를 내다보고 필요한 일을 지금 시작하는 것입니다. 선대에서 미리 했으면 하는 일이 많이 있습니다. 도로확충, 하천정비, 도서관 건립 등 다양할 것입니다.

 

젊은 동료 공무원들의 좋은 의견을 브레인스토밍 해서 시정 정책에 반영하고자 합니다. 계란처럼 둥근 의견도 있을 것이고 연필처럼 뾰족한 생각도 나올 것입니다. 모든 것을 모아서 우리의 미래로 삼고자 합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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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