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달산#광교산#경기도청

이강석 전 남양주시부시장

 

 

8년 근무하신 김문수 경기도지사(32~33대, 2006. 7 ~ 2014. 6)는 2006년 도지사에 취임하여 도청 정문을 철거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인수위 시절에는 도청사 주변의 철조망을 걷어내자고 제안했습니다. 도민과의 거리를 가깝게 한다는 의미였습니다. 

 

2009년에 정문과 후문의 철제대문도 철거 철거한다는 소식을 듣고 당시 경기도의회 공보과장으로서 도청 청사를 관리하는 회계과에 의견을 냈습니다. 경기도청·경기도의회 동판을 살려내자고 제안 한 것입니다. 동판이 박힌 시멘트 구조물을 통으로 뽑아 화단에 옮겼다가 광교청사 준공시에 이전하자고 건의했습니다. 

 

담당자도 사무관도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예산이 없답니다. 예산이란 목적사업을 구상하고 예산안을 편성하여 도지사의 결재를 받고 의회에 올려서 의결되면 확정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예산이 없는 것이 아니라 경기도청과 경기도의회 동판을 보존할 의지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 고민을 하지 않은 것입니다. 다시 문화재과에 의견을 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말은 아직 50년이 지나지 않아서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없다는 것입니다. 맞습니다. 1967년에 세워진 경기도청 동판이므로 2009년에는 딱 42년입니다. 8년이 모자라서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없다는 판단을 내리는 공무원이 있었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면서 자격증을 들고 세상에 나오는 사람은 없습니다. 모든 회사에서 경력사원만을 채용한다면 결국 경력직은 사라질 것입니다. 신입사원을 뽑아서 기술을 습득하도록 해야 경력직이 됩니다. 제작되고 곧바로 문화재나 경기도기념물로 승격하는 예는 없습니다.

 

도지사, 시장, 군수에 당선되면 한달후에 기관장에 취임하고 그날부터 노련한 기관장, CEO처럼 활동하는 것과 비교해보면 문화재, 기념물은 정 반대의 양상을 보입니다.

 

행정적인 조처를 하지 못한채 정문을 철거하는 토요일이 되었습니다. 일부러 양복을 차려입고 현장으로 나갔습니다.

 

“저는 도청 과장입니다. 이 동판은 소중한 역사물이니 흠결없이 떼어내서 넘겨주십시오.” 

 

경기도청 현판은 총무과로 보내고 김영삼 대통령이 1992년말에 경기도의회 이달승 의원의 청을 받아 써준 ‘경기도의회’ 현판은 의회 총무담당관실에 보관했습니다. 그리고 2018년말 공직 42년을 마감하면서 평소 알고 지낸 언론인 몇명과 점심을 먹으면서 공직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경기도와 도의회 현판을 지켜낸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함께한 젊은 기자가 즉시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어렵게 구해낸 동판이 공무원의 관리소홀로 사라졌다는 기사가 예상되었습니다. 하지만 점심을 함께한 그날 오후 5시가 지나지 않아서 희망스러운 문자와 사진을 받았습니다. 경기도인재개발원 행정자료실에 온전하게 보존되어 있다는 희소식이었습니다.

 

경기도청이 2022년 초에 광교청사로 이전했습니다. 경기도청과 경기도의회 현판(동판)을 팔달산 구청사의 중심부에 배치하거나 이사간 광교청사 로비에 설치하는 안을 경기도청에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검토중이라는 내용입니다. 아직 청사건물이 준공되지 않아서 진행할 사항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담당과장의 결재인 것으로 압니다. 

 

최근에 개인일로 경기도청을 방문했습니다. 지하주차장에 주차는 편리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렸습니다. 1층 로비에서 면담 신청서와 신분증을 제출하자 전화를 해서 담당자를 바꿔주었습니다. 그리고 1층으로 내려온답니다. 사무실 방문을 제한하는 것 같습니다.

 

사무실에서 내려온 주무관과 로비의 테이블에서 민원내용에 대한 대화를 하였습니다. 업무에 대한 논의를 한 결과 다시 사무실로 가야하는 사유가 발생하였습니다. 조금전에 돌려받은 신분증을 맏기고 출입카드를 받아서 전철 승차하듯 카드를 찍고 들어섰습니다. 17층까지 지루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파티션으로 가려진 사무실에 들어가 2차 논의를 하고 돌아왔습니다.

 

소통을 강조하고 소통이 중요하다가 말하는 시대이지만 과거 팔달산 도청만큼은 아닌듯 느껴집니다. 광교청사는 수직적인 건물이어서인가 소통이 어렵습니다. 팔달산 도청은 평균 5층정도의 수평적 건물이었고 실제로 원활히 소통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공직 대부분을 보낸 팔달산 도청건물이 익숙한 점도 있을 것이지만 새로 지은 광교청사는 그 높이 만큼이나 소통의 벽이 높아보입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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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