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화기 지리 교과서 대한지지(大韓地誌)

정겸 (시인/한국경기시인협회 이사)

우리나라 역사 일부분을 차지하는 개화기는 개략적으로 서술한다면 그 시기는 1876년의 강화도 조약 이후를 시작으로 경술국치인 1910년을 끝으로 볼 수 있다. 즉 서양 문물의 영향으로 양반과 서얼 등 신분제도가 점차 붕괴됨으로써 기존의 사회 질서가 타파되고 근대적 사회로의 전환되는 시점으로 보는 개념이 우세하다.

 

대한지지(大韓地誌)는 조선 제26대 고종 때 발행한 개화기의 중학교 지리교과서이다. 소장하고 있는 책자를 보니 광무(光武)3년 12월25일 편집국장 이규환(李圭桓) 序(서)로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1899년 12월 발행했음을 알 수 있다.

 

한문이 주 글자인 국한문 혼용체로써 2권2책으로 되어 있는 인쇄본이다. 조선 제9대 성종 때 노사신, 강희맹 등이 조선 각 도의 지리, 교육, 인물, 풍속 등을 적은 ‘동국여지승람’ 의 연혁을 참고로 역술한 개화기의 지리 교과서이며 문맥들로 보아 당시 학생들 쉽게 접근할 수 있게 읽기 쉬운 문장으로 서술한 것이 특징이다. 당시 ‘동국여지승람’은 잘 정비 된 법전인 ‘경국대전(經國大典)’과 사서인 ‘동국통감(東國通鑑)’과 함께 조선 성종 때 이루어진 편찬 사업의 대표적인 성과로 볼 수 있다.

 

한편, 대한지지 5쪽을 보면 목록에는 권수(卷首) 서(序)가있고 이어서 총론, 경기도, 충청북도, 충청남도, 전라북도, 전라남도, 경상북도, 경상남도, 황해도, 강원도, 평안남도, 평안북도, 함경북도, 함경남도 로 되어 있는데 당시 지금의 서울특별시는 물론 제주도는 조선 13도에 포함되지 않았다.

 

범례와 총설 1편을 포함 각 도별 13편 등 총 14편으로 되었으며 비교적 자세하게 서술된 범례에서는 전야(田野), 사막, 고원(高原), 해만(海灣), 해협(海峽) 등 지질에 대한 형태와 용어를 정의하여 기술했다. 그리고 간략하지만 총론에서는 우리나라 전체의 위치와 폭원(幅員), 해안, 지세, 지질, 기후는 물론 그 지역의 인정과 풍속, 연혁 등을 서술하여 당시의 지역별 풍속을 가늠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했다. 또한 각 13개 도마다 위치, 지세, 연혁, 산맥, 하류(河流),해만, 도서, 도회, 승지(勝地), 부·군위치(府郡位置), 고호(古號), 방면(坊面), 호(戶), 결(結)·토산(土産) 등을 정리 하고 있어 당시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다.

 

이 대한지지에서 가장 눈여겨 볼 대목은 대한전도가 첨부 되어 있었는데 위도와 경도가 그려져 있고 서구에서 주로 사용하는 우모식(羽毛式) 지형 표시법을 활용하고 있어 이러한 형태의 지도는 우리나라 최초의 지도라고 학자들은 추정 하고 있다. 당시 지도를 살펴보았는데 백두산 천지(天池)가 분명 우리나라 영토 안에 있음을 확인할 수가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대한지지 교과서는 일본 통감부의 교과용 도서 검정 규정에 따라

1909년 사용금지 처분을 받았다. 이는 1907년에 일본과 체결한 불평등 조약인 정미7조약을 근거한 일본의 의견에 따른 것이다. 조약안에는 모든 행정, 군사, 외교 행위 등 일체를 일본 통감부의 승인이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어 대한제국은 이 때부터 일본의 속령에 준하는 수준으로 전락, 사실상 이때부터 국권을 상실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역사상 또 다른 치욕이라 할 수 있다.

 

 

 

 

 

 

 

 

 

 

 

 

 

[약력]
-1957년 경기 화성(본명 정승렬)
-경기도청 근무
-2003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등단
-시집 푸른경전, 공무원, 궁평항 등 출간
-2004년 공무원문예대전 시부문 행정자치부장관상 수상
-2009년 공무원문예대전 시조부문 행정자치부장관상, 경기시인상 수상 
-칼럼니스트와 한국경기시인협회 이사로 활동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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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 기자

편집기자 20년 / 경인일보 전 편집부장 / 한국편집상 2회 수상 / 이달의 편집상 6회 수상 / 대구신문 근무 / 대구일보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