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원의 권한과 역할론

정겸 (시인/한국경기시인협회 이사)

 

 

요즘 지방의원들의 본분을 망각한 이탈 행위로 지방의회 무용론이 다시 대두 되고 있다. 경기도 부천시의회에서는 지난 5월 동료의원 성추행 사건에 이어 해외연수 중 동행한 공무원들에게 행한 갑질 문제로 시의원들에 대한 시민들의 반감이 격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금은 양자 간 거의 합의가 되어 소강상태로 접어들었지만 의원들의 갑질 행태로 지난 6월 충청북도 음성군 의회와 음성군청 공무원 노조가 갈등을 빚었으며, 경상남도 의령군의회에 대하여 의령군청 공무원 노조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한때 대치 국면까지 갔었다.

 

지방의원들은 국회의원과는 달리 면책 특권과 불체포특권이 없지만 적어도 지방행정에 있어서는 국회의원과 유사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지방자치법과 규정, 그리고 조례를 근거로 하여 지방의 일반 행정과 교육행정, 사회부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한 번의 당선으로 4년의 임기를 보장 받을 수 있으며 사회적으로 비난 받을 수 있는 직무유기, 직권남용 등 부정행위나 부실한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을 때에도 단죄할 수 있는 제어 장치가 마땅하지 않다. 물론 주민소환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그것마저 해당 주민들이 소극적이어서 실효성이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지방의원들은 국회의원들의 권한과는 달리, 대우도 미흡하고 권한이 너무 적다며 유급보좌관제 등 더 많은 권력을 담은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정말 지방의원들이 권한이 적은 것일까? 결론은 ‘아니올시다’라고 말 할 수 있다. 제도적 권한 행사를 통하여 집행부 공무원들로 하여금 지역의 사소한 민원부터 굵직한 정책사업까지 전방위적으로 챙길 수 있어 오히려 국회의원 보다 더 실속이 있다.

 

지방의원들이 헌법과 지방자치법에서 명시한 대표적 권한과 역할은 첫 번째로, 의안발의권이다. 경기도의 경우 각 분야 별 조례를 관장하면서 집행부에서 제출된 조례(안)을 검토 심의함은 물론, 의원발의로 제정과 개정, 폐지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따라서 의원들이 부정한 마음만 먹으면 특정 이익단체를 위한 조례를 의원들 서로가 밀어주고 당겨주는 품앗이 조례로 제정할 경우 이를 막아 낼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것은 재적의원 5분의 1이상, 의원 10명 이상의 연서로 발의하여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면 하나의 조례가 성립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예산의 심의·확정 권한이다. 지방정부에서 넘어 온 예산(안)을 법령과 규칙, 조례 등에 근거하여 의결하는데 각 지방정부에서 제출된 예산규모가 적게는 몇 천억 원에서 몇 조 억 원, 예산규모가 큰 광역지방정부의 경우, 수십 조억 원의 예산을 심의·확정한다.

이 경우에도 의원들은 지역구의 민원, 혹은 특정 시설과 사회단체의 득이 될 수 있는 보조금을 챙기기 위해 선심성 예산과 불필요한 예산을 끼워 넣기 하는 경우도 있다.

 

세 번째로는, 질의 및 발언권과 행정감사권, 조사권도 지방의원의 권력을 상징하는 권한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예컨대 질의응답과 각종 자료 요구를 빌미삼아 지방정부의 장과 소속 공무원들을 길들이기로 압박하고 지역 현안과 개별 민원을 공무원들에게 떠넘기며 지역민원을 해결하는 하나의 권한 행사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지방의원의 권력은 비단 이것뿐만이 아니다. 공유재산의 취득과 처분, 공공시설의 설치와 처분, 청원의 수리와 처리, 도시계획의 변경 등 지방의 행정행위에 있어 어느 것 하나 지방의원의 손을 안 거치는 것이 거의 없으며 지방자치법 내에서의 제도적 권한으로부터 부여된 권력을 최대한 이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정례적으로 개최되는 업무보고와 결산검사, 행정감사, 예산심의, 그리고 도정 질문 등 회기 때마다 행해지는 지방의원들의 ‘막말, 반말, 폭언, 무리한 자료 요구' 등 갑질 행보에 집행부 공무원들은 숨을 죽여 가며 의원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하여 눈치를 살피느라 오늘도 전전긍긍이다. 집행부 직원들은 공무원 이전에 국민의 한 사람이며 투표권을 가진 지역 주민이다. 지역 주민을 하대하며 불손하게 대한다면 그 지역 주민들이 다음 선거에 그들에게 표를 분명 주지 않을 것이다.

 

 

[약력]
-1957년 경기 화성(본명 정승렬)
-경기도청 근무
-2003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등단
-시집 푸른경전, 공무원, 궁평항 등 출간
-2004년 공무원문예대전 시부문 행정자치부장관상 수상
-2009년 공무원문예대전 시조부문 행정자치부장관상, 경기시인상 수상 
-칼럼니스트와 한국경기시인협회 이사로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