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바닷속 조기떼처럼 똑같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몰라서 조기들도 각각의 얼굴이 달라서 서로 알아보고 4촌끼리 8촌간에 안부인사를 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지금 우리 인간의 능력으로 보기에 조기떼나 오징어 군은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 딸, 손자, 며느리 조차 모두가 동일하게 보입니다. 가창오리떼도 매한가지이고 평택평야의 까미귀도 모두가 하나같습니다.
전에 아버지와 아들이 우시장에 송아지를 팔러갔다 임자를 만나지 못해 되돌아왔습니다. 아들이 아버지에게 말합니다.
“우시장에 가보니 그 소가 그 소야!”
이에 대해 우시장을 다녀온 송아지가 엄마소에게 말합니다.
“오늘 우시장에서 사람들을 많이 보았는데 그 사람이 그 사람인것 같아.”
송아지의 눈에 엄마소 아빠소 이웃소는 구분이 되는데 많은 사람들은 그 인간이 그 사람이었나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살면서 모든 이들이 나를 닮아주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부부간도 금성과 화성입니다. 금성남자 화성여자, 화성남자 금성여자는 아주 다른 사람입니다. 솔직히 화성이 금성을 모르고 금성이 화성을 알지 못합니다.
다만 태양계하는 거대한 우주의 일부분속에 태양을 중심으로 동심원을 그리면서 돌아가고 있어서 수 금 지 화 목 토 천 해 명입니다. 태양계에서 지구보다 태양에 가까운 금성과 지구 다음으로 태양을 돌고 있는 화성을 불러들여 "금성사람&화성인간"으로 대비해 본 것입니다.
많이 양보해서 지구전 금성과 지구 다음의 화성을 예로 든 것이지 만약에 수성과 해왕성으로 표현했다면 전혀 른 우주의 어느 행성에서 각자 태어난 남과 여가 만나서 부부가 되고 한가정을 이룬다면 전혀 다른 생명체가 만나서 결혼하고 새로운 아이를 출산한다는 말이 될 것입니다.
그런 조합으로 이룩된 가정에 평화가 깃들고 행복이라는 평가를 받아내기 위해서는 무한의 양보와 희생이 필요하다는 말일 것입니다.
오늘 4명 가족이 태국으로 해외여행을 가면서 다짐의 글을 적고 각자 읽고 서명하도록 했습니다. 무조건 칭찬하고 양보하고 배려하고 짐을 들고 멋진 곳에서 사진을 찍어주고 고마워하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다짐을 해도 여행중에 의견이 맞지 않아 불편스러운 상황을 만나게 될 것인데 출발하기도 전에 잘잘한 일로 충돌하고 갈등하면 7일간의 외국 여행에서 어떤 돌발상황이 발생할지 모를 일입니다. 세상사 양보하고 손해보면 얻는 것이 더 많은 줄을 이론적으로는 알지만 그 생각이 머리에서 가슴까지 기가 그렇게도 어렵다고 김수환 추기경께서 말씀해 주셨습니다.
불교신자이니 이번 여행 잘 다녀오라고 우리나라 5곳에만 있다는 적멸보궁중 오대산을 엊그제 다녀온 것인가 생각됩니다. 불심으로 충만한 여행이 되도록 부처님께서 이끌어 주시고 한번 더 108배를 올려서 가족의 행복한 여행을 기원하고자 합니다.
어제저녁 10시에 자리에 들어서 아침 8시에 일어나 111배 절을 하면서 7일간의 태국 방콕 여행의 순간들을 돌이켜 마음속에 깊게 새겨보았습니다. 보람도 있고 반성도 하게 되고 좀더 양보할 것을 하는 후회도 있습니다.
그리고 가족들에게 잘해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어느 부분에서는 조금 아쉬운 마음이 보리차 바닥의 가루처럼 남기도 합니다. 현장의 실질적인 상황이 마음속 상상이나 기대와는 조금 오차, 차이가 난다는 점을 젊은이들에게 알려주고 싶기도 합니다.
아마도 우리의 삶이라는 것이 호텔방에 익숙하면 곧바로 그 방열쇠를 반납하고 짐을 챙겨 나가야 한다는 새로운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3일정도 지내다보니 호텔방키, 스위치, 목욕탕 수돗꼭지 등 일상의 것들에 익숙해집니다.
이즈음에 우리는 호텔 프론트에 3일간 예약을 한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어느날 아침 일찍 짐을 챙겨 나와야 합니다. 냉장고속에 들어있던 맥주를 한캔 마셨다면 200바트를 내야 합니다. 내 집에 있던 것이었지만 그 방을 떠나는 순간에는 비용을 계산해야 하는 것이 여행입니다.
인생여행도 그런 호텔방 하나 길게 얻어 살고있는 꿈속같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호텔 19층에서 내려다보이는 수많은 창문과 자동차 라이트, 오토바이 불빛 모두가 하나둘 셋 삶의 모습인 것입니다.
19층에서 내려다보아도 불빛이고 전봇대 옆에서 올려다보아도 호텔 창문의 불빛일 뿐 그 각각의 존재가 상대를 거부하지는 못하는 각각의 현실인 것입니다. 두 가지 창을 모두 감래하는 이들이 있겠습니다만 그 순서가 어려움에서 쉬움으로 가 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져봅니다.
10시간 숙면을 취하고 나니 다리에 어깨에 힘이 납니다. 여독이라는 것이 풀려나간 듯 온몸 여기저기 근육속에서 피로물질이 사리지는 느낌이 듭니다. 머리도 어느정도 정리가 된듯하고 일상으로 돌아와보니 역시 오랜기간 긴 세월 살아온 나의 집이 편안합니다.
하지만 여행은 그런 일상의 편안함을 잠시 집에 두고 밖으로 나가는 변화, 일탈, 작은 모험이 됩니다. 여권을 들고 대한민국을 벗어나고 비행기를 타고 바다와 구름을 건너 저편 미지의 세계로 날아가는 변화가 작은 기대와 모험의 짜릿함을 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70대 할아버지들은 집안에서 옛날 서류를 정리하고 75세 할머니들은 일상의 것을 벗어버리고 비행기를 타고 동남아를 넘나듭니다.
인천공항에서 할머니 단체관광팀은 흔하지만 할아버지만으로 구성된 여행그룹은 발견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화성여자 금성남자인 것입니다. 남성들은 활발하게 5대양 6대주를 날아다니다가 할아버지가 되어 70세에 이르면 집안에 안주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반면 우리나라 대부분의 할머니들은 70세부터 힘이 납니다. 60부터 해외여행으로 국내 봄꽃놀이로 바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인생은 양보와 조화와 배려와 사랑으로 뭉쳐진 비행기 바퀴처럼 굴러가며 살아야 합니다.
비행기는 하늘을 날지만 뜰 때와 내릴 때 꼭 필요하므로 여러개의 바퀴를 소중하게 간직하는 것처럼 우리의 척박한 배려와 양보의 마음을 마음 한구석에 늘 가지고 있다가 정말로 필요할때 그 양보와 배려의 에너지를 발산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룹이 편하고 단체가 행복하고 가족이 힘이 납니다.
배려하지 않고 양보를 기피하면 본인은 물론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힘이 듭니다. 내가 조금만 배려하면 옆 사람, 앞 사람,뒷 사람이 행복합니다. 그것이 인생행복의 비결입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