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이 넘으면서 80세는 20년 후라는 것을 계산해 내고는 죽음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구체적으로 글로 언급하기 시작했습니다.
60세 이전까지는 혼자 마음속으로 죽음을 생각하고 땅속으로 들어가거나 火葬(화장)되면 지구의 여러 곳으로 온몸이 흐트러지고 영혼은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세상에 살면서 가까이했던 가족과 멀어지고 함께했던 소품 역시 여러가지 방식으로 사라지고 나면 더 이상 지구상에 자신의 존재가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지구에서 사라지지 않고 다양한 형태로 어디엔가는 존재한다는 점에 안심을 해 보기도 했습니다.
자신이 죽는다는 것은 안타깝고 억울한 듯 보이지만 사실 지구상에 태어난 모든 사람이 그렇게 떠났고 지금도 그런 상황이 매일매일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生老病死(생노병사) 역시 공평한 우주의 원리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리고 수억의 확율게임에서 태어난 것이고 그런 행운으로 70년을 살았다면 이른바 천수를 누린 것이니 죽음을 어려워할 일이 아니라고 마음 먹기로 했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영원히 사는 것도 어려운 일이겠습니다. 돌과 물과 공기처럼 지구상에 영원히 존재하는 것이 있고 그 위에서 살아가는 동식물이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정말로 지구상의 시간이 더 많이 흐른 어느 시기에는 지구도 사라지고 우주속의 또 다른 곳의 일부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서 무의미한 돌과 흙과 공기, 물로 존재하기보다는 주체의식이 있는 생명체, 인간으로 태어나고 살면서 즐거워하고 슬퍼하기도 하고 자녀를 낳아서 키우고 보람스러워하는 삶을 80년 내외로 살아보고 떠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이런 생각을 하는 인간인 것이 고마운 일입니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동식물이 지구라는 존재를 어디까지 알며 우주에 대한 생각을 어느 정도나 상상해 보고 있을까요.
그래도 인간으로 태어나서 그런 사실을 알고 우주속 태양계를 알고 지구를 바라보고 자신이 사는 육지를 이해하는 것은 행복한 일입니다.
바다를 알고 하늘을 이해하고 들판, 초원, 습지에서 살아가는 동식물의 세계를 이해하는 인간이야말로 최고의 지식을 축적하고 그 조상으로부터 이어가고 자자손손 이어가는 족보를 형성하고 있으니 인간의 삶은 다른 동물에 비하면 높은 수준을 자랑한다 할 것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글을 남기고 문명을 만들고 보존하면서 자자손손 살아가는 것이 아름답다는 것을 알고 이해하니 이 또한 자랑할 일이라 하겠습니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지구를 축소하면 농구공만할 수 있다고도 하고 지금 우주가 무한으로 팽창하는데 인간은 구체적으로 우주 팽창을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정해진 공간이 없는 우주라면 지구와 달 사이가 점차 멀어질 수도 있고 태양계가 지구상의 축구장안에 들어선다 해도 그 안에 사는 우리가 느끼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니 우주가 존재하고 생명이 살아가는 것이 신기하고 멋진 일이라 할 것입니다.
결국 생을 살고 죽으면 모든 것이 중지, 중단되는 것인데 살아서 이처럼 경쟁하고 투쟁하고 싸우는 것이 무슨 의미를 가져다 줄 수 있을까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낮술에 취해서 떠들어댄 말들이 무슨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인가도 고민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오늘 이 지구상에 존재한 것이고 태풍이 불어와 건물이 무너지고 반지하가 침수되어도 다시 시간이 지나면 물은 줄어들고 길은 다시 열리는 것이니 그 피해를 보고 고생을 하는 인간에게는 힘든 일이지만 자연은 그냥 한 해 여름에서 가을로 지나가는 과정의 한 흐름일 뿐이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인간사회에 종교가 뿌리깊게 자리를 잡았을 것입니다. 과거에는 어느 부족사회나 부족장이 있고 제사장이 있어서 정치와 종교가 병립했다고 합니다. 어려서 시골 마을에는 마을 전체를 운영하는 이장님이 있고 부분적으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만신이 있었습니다.
산속에 집을 짓고 거주하는 만신당에 가면 만신은 어떤 신의 그림을 붙여놓고 신격화된 어떤 물체를 관리하면서 신과 사람을 연결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쌀이나 과일 등을 받았습니다. 특히 할머니들이 가져온 쌀을 집어들고 점을 보거나 동전을 흔들어 던진 후 그 떨어진 모습을 보고 그해의 운수를 보기도 합니다.
한 사람이 1년간 마주할 운명적인 일과 삶속에서 격어낼 일들을 쌀이나 동전의 형태를 보고 맞춰낸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기는 하겠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신뢰할 수도 없는 노릇인데, 이왕 점괘를 보았으니 그냥 따라가 보자고 합니다. 그래서 점괘의 내용은 구체적이지 않습니다. 물을 조심하라, 불조심하라, 사람 조심하라입니다.
불, 물, 사람은 평생을 통해서 조심해야 합니다. 더구나 몸에 큰 상처가 있는가 묻고는, 있다고 하면 그것이 바로 신통하게 맞췄다고 합니다. 무당이 질문할 때 몇cm의 상처라 하지 않습니다.
그냥 큰 상처가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누구나 상처, 흉터는 있습니다. 자신의 눈을 불편하게 하는 티끌은 알아도 남의 눈 속 대들보는 모릅니다.
그래서 자신이 간직한 상처가 세상에서 가장 큰 것입니다. 종기가 성해서 짜내고 밀가루 반죽을 붙여서 고름의 근을 빼낸 자리가 상처로 남을 수 있습니다.
대략 5mm가 안 되는 피부위 흉터이지만 자신에게서는 가장 큰, 커다란 상처입니다. 그러니 내 몸에 상처가 있다는 것을 알아낸 만신, 무당이 靈驗(영험)하다는 것입니다.
점집에서 줄을 서서 기다립니다. 그리고 차례가 되어 점쟁이 앞에 앉으니 대뜸 질문을 합니다.
"점보러 왔지?"
"어떻게 아셨어요?"
"내가 점쟁이야, 점쟁이!!!"
자신이 점집에 왔고 점쟁이 앞에 앉아서도 점쟁이가 "점보러 왔다"는 사실을 맞추는 것이 신기한 것입니다. 무엇엔가 집중하다보면 전체를 보기 어렵습니다.
이른바 山(산)을 못보고 나무만 본다는 말입니다. 코끼리 다리를 만져보고 단단하다 하면서 전체를 알지 못하는 상황인 것입니다. 코끼리 코는 많이 부드럽다고 합니다.
하지만 주변 사람의 삶을 보아도 늘 불확실성이 높습니다. 急死(급사)하는 경우도 보았고 교통사고로 일가족이 사망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올해에도 큰 흉사없이 잘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그래서 종교는 번창한다고 말합니다.
사실 종교는 비슷한 부분이 많습니다. 異端(이단, 정통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교의나 교파를 적대하여 이르는 말)종교라고 합니다만 그 이단의 정도를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단이란 그 정도가 심한 경우를 말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종교이든 인간의 약한 부분을 보충해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보충의 정도가 심하거나 이를 위한 신도의 부담이 크면 안됩니다.
신도가 스스로 움직이는 정도에서 이단인가 아닌가가 구분된다고 봅니다. 내가 좋아서 종교시설에 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어떤 이유를 들어서 꼭 와야하고 재물을 가지고 오도록 하면 이단쪽으로 흐른다고 봅니다.
어려서는 구세군에 가보았고 초등학교 6학년때는 전도사님이 운영하는 교회에 ‘농활’차 온 대학생 형들의 지도를 받았습니다. 그 중간에 동네 만신집에도 가고 초등학생때는 사찰에 소풍을 갔습니다. 그리고 나이 들어서 사찰에 가면 절을 하고 시골 살때 탁발 스님께 쌀을 한 줌 드린 기억도 있습니다.
성당 결혼식에도 가보았고 성당이 운영하는 빈소에가서 조문을 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복합 종교인입니다. 모든 분야의 신을 마주하고 그 신앞에 절을 하고 기도를 하고 묵념을 하며 용맹정진했습니다.
세상의 종교와 신은 무궁무진합니다. 그러니 인간사를 관리하는 신의 영역이 넓고 그래서 우리는 다양한 종교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러니 최근 종교지도자들이 보여주는 융합의 종교에 대한 생각을 해야 합니다. 각각의 종교를 신앙으로 삼되 다른 종교를 비판하지 않기로 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종교가 소중한 것만큼 다른 이들의 신앙도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내 종교 이외에는 다 이단이라는 극단적인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개인의 삶이 소중한 것처럼 나의 종교가 귀한 만큼 이상으로 다른이들의 타 종교가 소중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자신의 종교에 최선을 다해 숭상하면서 다른 분야의 교리에 대해서도 존중할 줄 아는 성숙한 종교인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조물주는 그래서 인간에게 자식 사랑이라는 묘책을 강구했습니다. 내 자식 키우는 일에 대해서는 돈벌면서 힘든 시기에 낳고 키웠으므로 의무감으로 달려왔다면 손자손녀는 조금은 여유있는 상황에서 바라보니 예쁘고 귀엽다고 합니다.
내리사랑이라는 말이 손자 손녀 키우는데서 나왔습니다. 하지만 요즘 맞벌이 세대는 양가 어르신에게 독박육아의 부담을 주기에 어르신들의 허리가 휜다고 합니다.
나이 65세 전후에 이르러 조금은 편안하게 쉬면서 노후를 즐기고 싶은데 난데없이 손자손녀를 키워야하는 부담을 안게 되는 것입니다.
옛말에 어떤 거지가 아기만 보아주면 의식주를 해결해준다는 말에 그리 하겠다 했지만 오전만 일하고 다시금 거지깡통을 들고 집을 나갔다 합니다. 아기보는 일은 공도 없고 잘못만 보인다 합니다. 요즘에는 손자손녀를 보기위해 건강체크를 하고 예방주사를 맞는다 합니다.
뿐만 아니라 10시간 아기를 돌본 공은 없고 육아과정의 잘못된 점만 딸과 며느리, 즉 아기 엄마의 눈에 들어오게 됩니다. 때마침 오줌똥을 싼 상태에서 아기를 넘겨받은 엄마는 짜증을 내고, 오늘 수차례 기저귀를 갈아준 노부모의 공덕은 모두 사라져버린다는 말입니다.
인간은 지금의 상황을 보기도 하지만 좀더 깊이있는 눈, 마음의 생각으로 그간의 여러가지 과정과 정황, 그리고 이런 상황이 전개되었을 저간의 사정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염두란 생각의 머리라고 나름 풀어봅니다. 생각함에 가장 앞부분이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급한 마음에 지금 현재의 생각을 말합니다. 그래서 가족간의 대화가 격해질 수 있습니다. 직장에서는 이런저런 정황을 생각하고 판단했던 직장인이었지만 아기 앞에서는 갑작스럽게 엄마가 됩니다. 그러니 전후좌우 가리지 않고 친정어머니, 시부모를 가리지 않고 아기 키우는 작은 일에도 예민해질 수 있습니다.
솔직히 아기손에 음식이 묻어있거나 똥싼 기저귀를 차고 있다해서 큰 일은 아니고 차분히 정리할 일입니다. 직장의 일이라면 이보다 더한 일에도 이성이 있을 것인데 아기를 키우는 일에는 감정이 앞선다는 것을 늘 마음에 새겨 두시기 바랍니다.
모성애로 모든 것을 용서받을 수 없다는 생각도 해 주었으면 합니다. 누구든 자식을 사랑하고 케어하려 하지만 부족한 것이 있으면 어린애라 해도 훈육을 해야 합니다.
물론 훈육이 통하는 나이는 2~3살이지 백일에서 돌 사이의 아이에게 가정교육을 강요하는 것은 아닙니다.
직장에서도 그래서 試補(시보) 기간이 있습니다. 초임기간 동안에는 다소간 잘못이 있어도 용서할 수 있습니다. 알고 제대로 행하지 않으면 징벌을 받습니다. 공무원 조직이든 사조직이든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이 우리 사회를 제대로 이끌어가는 규율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이나 직장에서 하는 일이나 늘 전후좌우를 살피고 좌고우면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게 생활하면서 차분히 종교에 접하고 더 길게는 자신의 죽음에 대해 깊이있는 생각을 축적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주변의 지인들과도 죽음을 이야기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습니다. 지구 역사상 모든 생명체는 생명이 있기에 사멸하였던 바이고 무생물은 생명이 없기에 영생하듯이 긴 세월을 그 모습을 지키고 있습니다.
바위가 그렇고 구름과 강물이 마찬가지 모습으로 지구에 생명을 지키는 무생물로서의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무생물과 생물은 상호 연결성, 연동성이 있습니다. 무생물인 물과 공기가 생명을 탄생시키고 성장한 후에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과정을 주관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로 만들어진 생명체가 공기를 만나서 살아가지만 결국 죽은 후에는 공기와 섞여서 무생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생명순환의 법칙에 따라서 生老病死(생노병사)의 과정을 거치고 다시 무생물로 갔다가 새로운 생명체를 탄생시키고 이것으로 일정기간 활동을 하다가 그 생을 마치면 물과 공기에 의해 무생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인류 역사에서 조선시대 사람이 지금도 살지 못합니다.
그래서 삼국시대 인물, 고려와 조선의 사람들이 이름을 남기고 그 足跡(족적)과 書籍(서적)과 연구성과를 후대에 전하고 있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오늘의 지구촌을 형성하고 다양한 문화를 바탕으로 역사를 이어가는 것입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